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유기견 행복이는 저희 집에서 안전하게 임시보호하고 있습니다. 5월 2일까지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저희 가정에서 정식으로 입양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은 행복이에게 사료를 주기 위해서 로봇처럼 벌떡 일어나고 있습니다. 혹시나 주인이 나타나서 행복이를 데려갈까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가도 몸집이 큰 행복이를 앞으로 끝까지 돌볼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머리 위에 붙은 커다란 진드기를 떼 주면서 ‘아이들 키울 때처럼 약값도 만만치 않게 들겠구나.’ 싶었습니다. 상상 속의 애완견은 조그맣고 귀엽고 깔끔하지만 현실 속의 애완견은 크고 “컹컹” 짖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목욕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핫이슈는 남북정상회담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여 동료들과 함께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내가 이런 역사적인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습니다. 마치 며칠 만에 만난 사람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경계일 뿐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지난 65년 간 남한과 북한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은 누구도 마음대로 넘을 수 없는 위험하고도 분명한 경계였습니다. 그 경계가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의 이웃들은 가족들과 헤어져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 경계가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를 적이라고 규정짓고 미워하며 살았습니다. 그 경계가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이해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 10초 만에 그 경계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전쟁을 일시적으로 멈추기로 한 이래 65년이 지나서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니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것입니까? 서로를 미워하고 위협하며 지내온 오랜 시간들을 청산하고 이제는 부디 서로 왕래하며 교류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치 군사분계선과 같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경계를 가지고 있고 우리에게는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적정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경계가 경직되면 때로는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을 통제하고, 나와 타인을 구분 지으며, 하나님과의 관계에 선을 긋게 됩니다. 한 번 그어진 선, 그리고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그 선을 넘어선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제 속의 경계를 유연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증오와 미움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민족의 갈등 속에서 오랜 시간 보아왔습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복수하는 방식으로는 삶을 변화사킬 수 없습니다. 어렵지만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노력으로 관계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 기적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제 마음속에 존재하는 굳은 경계들을 조금씩 허물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넉넉한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이 되어 다가오는 화합의 시대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