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이리는 어린 소녀에게 두려움을 가져다주거나 어린 양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이지요. 그러나 ‘이리’에 ‘어금니’까지 이름 속에 넣고 있는 꽃은 그 빛깔이 상냥하고 따스하며 매혹적이기까지 합니다. 야들거리고 가냘픈 몸매는 ‘낭아’가 아니라 밝고 명랑하고 빛나는 청춘 ‘낭랑(朗朗)’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10여 년 전 내륙에서도 군락지가 발견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주로 남쪽 바닷가에서 낮게 자라는 ‘낭아초’는 초(草)자가 붙어있으나 나무입니다. 언뜻 보면 키가 짤딸막한게 땅비싸리하고 비슷하네요. 그리고 낭아초보다 키가 큰 ‘큰낭아초’가 있습니다. 이름은 비슷하나 출신지가 아주 다릅니다. 낭아초는 토종인데 비해 큰낭아초는 절개지 녹화를 위해 중국에서 들여왔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촛대모양의 분홍 꽃은 큰낭아초인 게지요.

처음 큰낭아초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건 토종 낭아초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서였습니다. 그동안은 외래종이라는 선입견을 넘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고 집밖을 나서면 손끝에 스치는 꽃이었으니까요. 부산 기장 바닷가에 도착해 낭아초를 만나러 걸어가면서 두 녀석을 비교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참 어여쁘고 겸손하더군요.

외래종이라는 확고한 정체성 뒤에는 염려가 따라다닙니다. 세를 불리는 속도와 강도가 토종식물들이나 주변의 여린 들꽃들을 위협하지는 않을까 하는 거지요. 큰낭아초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이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은 이유가 그 불안에 대한 대응책을 간구하며 고민하는 시간은 아닐까, 하는 어리숙하고 엉뚱한 자기위안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