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시부모님이 다녀가셨습니다. 할머니가 오시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들은 할머니와 장을 보고 이발을 하고 외식을 하면서 즐거운 주말을 보냈습니다. 읽고 싶은 만화책도 읽고 갖고 싶던 로봇을 사서 조립도 하면서 즐겁게 놀고 난 뒷자리에는 못다 한 학교 숙제가 남아 있어서 숙제를 하다 말고 눈물바람이 불긴 했지만 말입니다.

  토요일에 작은 아이와 둘이서 세차를 했습니다. 세차는 말하자면 심심할 때 하는 일종의 놀이와 같은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물을 뿌리면서 놀 수도 있고 차도 깨끗해지니 일석이조입니다. 카샴푸를 뿌리고 물로 씻은 후 마른 걸레로 차를 닦다말고 작은 아이가 “엄마, 여기 긁혔는데요.”하고 말을 했습니다. 제가 가까이 가서 보니 조수석 쪽의 문 손잡이 아래가 긁혀 있었습니다. 저는 어디서 그랬는지 몰라서 “돌이 튀었나?”하고 말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세차를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긁힌 상처는 어쩔 수 없으니 말입니다.

   주일에 저녁식사를 하다가 남편에게 “여보, 내 차가 긁혔는데 혹시 어디서 그랬는지 알고 있어요?”하고 물어보니 “00이가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긁혔는데”합니다. 그러니까 작은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제 차와 부딪쳐 긁힘이 생긴 것입니다. 작은아이는 세차를 하면서 엄마에게 뭔가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자신이 그랬다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고 해서 엄마가 아는지 모르는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차에 큰 애착이 없는 저는 당연히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작은아이는 엄마가 몰랐는데 자신이 말 했다는 것을 알고는 더 열심히 세차를 했습니다. 자동차 바퀴에 올라가서 앞 유리의 물기를 닦아내고 새 똥도 물을 쏘아서 처리하는 등 평소에는 하지 않던 고급 실력을 뽐냈습니다.

   제가 작은아이에게 살짝 “00아, 엄마 차 긁힌 것 네가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그랬니?”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한테 말 안하고 모른척했어?”하니 “엄마한테 혼이 날까 봐요.”하고 대답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있으면 혼이 날 것 같아도 꼭 정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니 알겠다며 “엄마 죄송해요”하고 말합니다. 작은 아이 혼자서 ‘엄마가 알면 어쩌나’하고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지 상상이 됐습니다.

   또 주일 오후예배가 끝나고 작은 아이가 집 안에서 공놀이를 했습니다. 조심하라는 아빠의 말씀을 듣기는 했지만 노는 동안에는 놀이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들은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신나게 공을 튀기던 작은 아이가 "니킥(Knee Kick)" 하면서 무릎으로 공을 차서 올리자 “쨍그랑 챙챙”하면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주일 예배 뒷정리를 하느라 설거지 중이던 저는 “아빠 괜찮아요?”하고 물어보는 작은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공이 남편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 줄 알고 부엌에서 나와 보니 공은 다른 방향인 거실 시계가 걸린 안방 문 옆으로 날아갔습니다.  공에 맞은 시계는 벽에서 떨어졌고 바닥에 부딪치면서 유리가 깨졌습니다. 작은아이가 “아빠 괜찮아요?”하고 물어본 것은 시계가 떨어지면서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아 아빠의 놀란 표정(아이가 보기에는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을 살피면서 한 말이었습니다. 유리가 튀었으니 방으로 들어가서 청소가 끝나면 나오라고 하고 보니 작은 아이의 표정이 사색이었습니다. 남편이 “00아 괜찮아?”하고 물어보고 안아주려고 하니 아이가 뿌리쳤습니다.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아빠를 피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방으로 도망가는 아이를 쫓아가서 남편이 안아주면서 “아빠가 놀라서 (표정이) 그랬어. 괜찮아”하고 말하며 안아주니 아빠에게 안겼습니다.

   이런 사소한 실수들은 날마다 일어나는 일입니다.  자전거를 잘 타려고 연습하다가 넘어져서 차가 긁힌 것이니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공놀이는 집 안에서만 가지고 노는 고무공으로 한 것이지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주의를 주어야겠습니다. 어쨌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잘못들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 실수들이기 때문에 너그럽게 넘어가 주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되면 마음에 찔림이 되어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처럼 엄마 아빠를 피합니다. 눈치 빠른 둘째의 꾀라고나 할까요? 저도 실수를 많이 합니다. 글을 쓰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오타가 많아지는 것에서부터 아이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 설거지하다 그릇을 떨어뜨려 깨는 등 일상생활의 실수가 늘어갑니다. 실수를 해도 작은 아이는 사랑스럽고, 저 역시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날마다 새롭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디 작은 아이만 실수하고 숨어버리겠습니까? 저도 실수하면 그 실수를 모른 척 해버리거나 덮으려고 합니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지 않은 아담과 하와의 죄가 제 안에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제 안에 있는 비겁함을 이기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저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회개하고 사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