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장막제조공의 직업으로 먹고 살면서 고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바울의 텐트메이커 사역을 본받아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 입법총회에서 한국감리교회는 미자립교회의 경우에 한정하여 이중직을 인정하는 장정개정이 이뤄졌다. 이제 바리스타를 하거나, 어린이집 운영, 사회복지사나 여러 임시직 겸직으로 생활을 돕는 교역자들 다수가 교회법적으로 저촉되었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교역자에게 이중직을 허용하면 그것은 곧 교역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다. 굶거나 자녀교육을 못시켜도 심방하고 전도해야 하고, 먹을 게 없으면 금식기도 했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 세대라면, 베이비붐 세대의 대다수 목회자들은 지속적인 교회부흥의 결과로 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려운 미자립교회를 평생 지키신 귀한 종들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으로 닥친 교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교단이 이중직을 허용하여, ‘제 먹을 것을 해결해도 된다.’고 허용하였다. 문제는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 미자립교회의 경제곤란을 피해가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중직을 전폭적으로 허용할 경우 대부분 먹고 사는 일에 치우치게 되어 목회가 부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고 교역에만 전념하도록 하려면 봉급호봉제를 비롯하여 미자립교회 대책을 확립해야 하는데, 그 재원마련과 운영이 과연 가능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어쨌든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성직과 교역 자체는 큰 도전 앞에 놓여있다. 한국교회는 목전의 이 문제를 절대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감리교회의 미자립교회 상황만 보더라도 심각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동해삼척지방의 경우, 40교회 중 10교회가 결산 2500만원 미만의 미자립교회이다. 이 교회들의 상황은 열악하여 도움을 받거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교회이다. 그러나 결산 5천만원 미만의 차상위 교회들의 형편이라고 아주 괜찮다 할 수는 없다. 보통 차상위 교회들도 미자립교회 수만큼 되기 때문에, 대부분 성직과 교역의 위기를 피부적으로 경험하는 교회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 과장이 아니다. 아마 이런 형편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방마다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단이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부담금 명목의 공적자금을 확보하여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미자립대책을 세워주고, 교역자들 전체가 자기 생활비 문제에 얽매이지 않도록 호봉제를 적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리 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 할 수 있는 큰 교회들의 특별한 참여와 헌신이 필요하다. 한때 원주지역에서 부담금을 책정할 때 큰 교회들에게 더 큰 비율을 부과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자고 했다가 선배 목사님들로부터 ‘너무 이상적인 주장’으로 찍혀 곤혹을 치렀던 경험이 있기에, 지방과 교회에서 이런 미자립 문제 해결방안이 실천될 수 있을까 염려된다. 바라기는 교단의 장단기발전위원회에서 이런 여망들을 반영하여 어떻게든 과감하고도 이상적으로(!) 장정개정에 적용하여 실천하기를 바란다!

오늘 여기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교단적인 교역위기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교역자 개인과 개교회 차원에서 해결하는 일을 병행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바울의 ‘텐트메이커 사역’을 모델로 하는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창의적인 사역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집사들로 하여금 접대 혹은 재정출납을 일삼는 일을 맡기고 교역자들은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 하였던(행6:2-4) 초대교회의 정신을 우리 교역의 근간이요 전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시대는 급격하게 변하였다. 이제는 ‘우리는 기도하고 말씀 보는 일에만 치중하겠다.’고 고집하다가 금식하고 순교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의 많은 직업들을 대신하고, 직업과 직업의식도 혁명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교역도 그 변화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바울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당시로는 첨단의 사업을 하던 일류 생산자들이었다. 브리스길라 아굴라 부부는 천막제조공(텐트메이커)였고, 유럽 최초의 기독교개종자 루디아는 자주옷감장사, 요즘으로 하면 첨단 패션 리더였다.

음악을 하다 삼척의 산골 마을로 내려와 사는 우리교회 한집사는 자기도 몰랐는데 건축 인테리어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요즘 그 일로 심심찮게 생활을 돕고 있다. 그 아내는 YWCA 간사였으나 지금은 사람들에게 천연염색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주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기도에 힘쓰면서도 우리는 이 땅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경제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어떤 일에 힘쓸 수 있을 것이다. ‘텐트메이커 목회’, 신대원을 나오고 목회를 시작한 우리 아들과 며칠 전에 나눈 이야기들이다. *

[삼척제일교회 박신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