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찌를만한 가시라는 뜻의 '호자(虎刺)'를 이름에 넣고 있는 것은 단지  가시 많은 호자나무의 꽃과 비슷하다는 이유입니다. '덩굴' 에서 보듯 나무가 아니고 풀이며 다년생입니다. 호자덩굴속(屬)에는 전세계에  2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정말 어여쁜 꽃을 만나면  담아둘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호자덩굴이 그렇습니다. 그것은 한없이 보드라울 것같은 솜털로 맘껏 치장한, 분홍빛이 살짝 스친 속살을 들여다본 사람만이 갖을 수 있는 느낌입니다 .

외로워서일까요. 꼭 쌍을 이루어 꽃을 피웁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꽃이 두종류이라는 것입니다. 암꽃·수꽃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도 아닌데 말이어요. 한송이 안에  같이 있으나 두갈래로 갈라진 암술이 길게 삐져 나온 꽃과 네갈래로 갈라진 수술이 머리를 내민 꽃이 있어요. 아직 명확하게  발표된 학설은 없으나 암술·수술이 같이 있는 것은 확실하답니다. 모양새에  더해 불가사의한 매력이 하나더 얹혀진 녀석이어요.

식물은 대부분 씨앗에서든지 뿌리에서든지 싹이 나고 줄기와 잎이 커가며 꽃을 피우고 다음 세대를 위해 열매를 맺고는 사라집니다. 이 싸이클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히 꽃이 피었을 때이지요. 그 화려한 변화의 시기는 생에 있어  황금기가 틀림 없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관심도 적어지구요 있다해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러나 호자덩굴의 경우는 다릅니다. 남다르게 피어나는 꽃이 열매도 유별나게 맺기 때문인데 귀가 쫑끗한 일명 돼지코라 불리는 한없이 귀여운 빨간 열매가 또한번 설레임을 갖고 찾아가게 합니다. 이것은 생의 르네상스기라 할만하지 않습니까.

두송이의 꽃이 핀자리에서 열매는 하나만 열립니다. 쌍을 이루어 피는 것은 외로워서라기보다는 후손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해서 였겠구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둘이 합하여' 하나를 이루고는 둘이 만들었다는 흔적은 남깁니다.  뾰족한 삼각형 두 귀는 두 열매집이 합해졌다는 확실한 증표이지요. 그런 채로 겨울을 나고 다음세대 꽃이 필때 쯤까지 간혹 지켜보고 있습니다.

두종류의 꽃모양으로 한줄기에서 두송이, 또 그 둘의 흔적이 또렷한 꽃만큼 예쁜 빨간 열매!! 참 별난 사이클을 갖고있는 참 별스럽게 어여쁜 호자덩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