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고난을 당할 때, 이유를 모르는 고통을 당할 때 사람들은 자신만 가장 큰 어려움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당한 고난이 최고의 고난이고, 자신이 걸린 질병이 가장 아픈 질병이다. 자신의 인생만이 자신의 것이어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남의 것은 경험 부재로 실감이 안 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목사의 아내인 엄마를 잃은 한 소녀가 목사인 아버지에게 물었다.

“예수님이 우릴 위해 죽었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죽어야 하는 거죠?”

대답하기 쉽지 않은 난감한 질문이다. 장례식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딸의 질문에 목사인 아버지는 적절한 대답을 생각하다, 바로 앞서 가는 트럭을 가리키며 말했다.

“만일 우리가 차에 치어야 한다면 저 트럭에 치이면 좋을까, 그 트럭의 그림자에 치이면 좋을까?”

딸은 당연히 트럭에 치이기보다 그림자에 치이는 게 좋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예상했던 딸의 대답에 안심하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그게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이란다.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예수님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큰 트럭에 치이시고 이제 우리는 오직 죽음의 그림자에만 치이는 거란다.”

그렇다. 다만 우리는 그 그림자에 치이고도 이리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더 아프고 더 힘든 것이었음을 잊으면 안 된다. 고통에 처한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게 사실이기에 하는 말이다.

모든 고통은 개인적으로 처리할 문제다. 남이 해결해 줄 수 없다. 다만 곁에서 위로하고 묵묵히 동행해 줄 수는 있다. 그것이 끝이다. 고통은 모두 개인 문제다. 단 한 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은 것은 남을 위한 것이기에 위대하다. 개인 문제를 당신의 문제로 승화시키셨다.

우리가 당하는 모든 고난은 그 이유가 있다. 고난을 당할 때 고난 뒤에 숨은 파라다이스의 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게 인생의 끝이라고 하는 죽음이라도, 죽음 뒤에 있는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그림자에 치인 게 이길 만한 것이란 걸 알게 된다.

보이는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고통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고난도 하나님은 필요하셔서 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이유 없는 고난은 없는 것이다.

욥이 당한 고난의 이유를 누구라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욥이 당한 것 같은 고난을 누구라고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다면 거부권은 우리에게 없다. 그러기에 기도해야 한다.

“주여. 당신의 눈을 통하여 보는 것처럼, 내가 세상을 보게 하소서.”

그 눈으로 보면, 무수한 트럭이 대로를 질주한다 해도 두려울 게 없다. 그 트럭에 치일 일은 없을 테니까. 물론 그림자까지 피해가지 못할 수는 있다. 그래도 어떤가. 그저 그림자일 뿐인데. 넘을 만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