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마당에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작년과 다르게 꽃무더기도 크고 키도 큽니다. 민들레로 정원을 꾸며보자며 아이들과 민들레 홀씨를 마당에 불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풍성한 민들레를 볼 수 있겠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완벽해지지 않습니다. 한 해 한 해 해가 지나면서 조금씩 자라나갑니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기다려 줄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의 노고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과 친밀감을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도입되면서 카네이션 한 송이도 학교에 가져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저희 집 아이들은 작은 카드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습니다.

   스승의 날은 대한적십자사가 세계적십자의 날인 5월 8일을 기념활동의 하나로 학교발전에 공이 많은 교직원 및 임원들 중 정년 또는 질병으로 퇴직한 불우한 교직원 등을 방문, 위로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권장한 것이 시초가 되어 정부에서 1982년에 공식적으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고 합니다.(출처 : 광산초등학교 공지사항)

   며칠 전 기자가 학교에 와서 사진을 찍어 갔다고 큰아이가 말을 했었는데, 5월 15일자 농민신문에는 ‘교사와 학생 둘러앉아 도란도란, 가족이나 다름없죠’라는 제목으로 스승의 날을 맞아 흘리분교를 취재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4명의 아이들과 2명의 선생님이 가족처럼 지내며 배움을 주고받는 정다운 모습의 사진과 기사를 보면서 남다른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보면 학교생활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선생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으면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학습 교과목을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의미와 삶의 우선순위를 가르쳐 주는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해 왔습니다. 예로부터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은 없습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이들은 그 사랑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갈 수 있었고 또한 세상의 좋은 스승이 되어 지금도 여러 위인전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2017년 스승의 날, 3년 전 세월호 침몰로 목숨을 잃은 12분의 선생님을 잊지 않겠다는 학생들의 다짐의 말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더불어 기간제 교사 두 분의 순직이 인정된다는 소식을 접하니 세상의 가장 작은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가르치신 예수님의 손길이 생각납니다. 교사가 된 경로나 그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을 얼마의 금액으로 사고 팔 것인지 그 가치를 정하고 사람이 태어난 것이 아니며,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꼬리표를 달고 온 것도 아닙니다.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이 정한 규칙입니다. 생명을 바쳐 아이들을 구하려고 한 진실한 사랑의 마음, 그것만이 생명책에 기록될 스승의 참 모습입니다.

   사마천의 사기 ‘계명우기’에는 네 종류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첫째, 적우는 자기 이익을 위해 친구를 사귀는 사람입니다. 둘째, 일우는 즐겁게 어울려 노는 일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셋째, 밀우는 친밀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넷째, 외우는 서로 허물을 말해주고 존경하면서 장점을 배우는 친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웃을 버리는 적우, 힘든 일은 모른척하는 일우는 좋은 이웃이 아닙니다. 서로 친밀하게 보살피며 상대방의 정신을 성장시켜 줄 수 있는 밀우가 되어 주거나,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잘못이 있으면 서로 말해주고 이를 받아들이며 개선할 수 있는 외우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한결 성숙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지켜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장서서 애써주신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학생들의 밀우가 되어주시는 훌륭하신 선생님, 이 땅의 외우가 되어주시는 진정한 스승, 하나님이 이 땅에 내신 가르침의 교사들에게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 끝없이 가르침의 젖을 먹여주신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저도 이 땅 누군가에게는 밀우가 될 수 있기를, 또 세상 한 곳을 밝히는 외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