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은 여러 차례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혹은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마태복음에서는 3번, 마가복음에서는 2번, 그리고 누가복음에서는 1번 나온다. 여기서 ‘들으라’는 깨달으라는 말인데, 마태복음에서는 “듣고 깨달으라”(15:10)고도 말씀하셨다. 특히 씨 뿌리는 비유가 언급된 마태복음 13장에서는 ‘깨달으라’는 말이 6번이나 반복된다.

예수님은 왜 이렇게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듣고 깨달으라고 반복적으로 말씀하셨을까? 이것은 당신이 아무리 복음을 외쳐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태복음 11장에서 그 세대를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한 첫째 이유는 무지해서 예수님의 비유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에서는 씨 뿌리는 비유와 가라지 비유 다음에서, 마가복음에서는 등불의 비유 다음에서, 그리고 누가복음에서는 씨 뿌리는 비유 다음에서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이 비유를 이해하지 못해서 설명해달라고 예수님께 청하는 데서 그들이 비유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현대 독자들은 그들이 그렇게 무지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당시 유대인들의 97% 이상이 문맹이었다고 한다.

둘째로 당시의 유대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들의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모세의 율법과 교회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한 그 지도자들은 모세의 율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거부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자신을 인자라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하셨지만, 그들은 나사렛에서 선지자가 날 수 없고 더구나 메시아가 나올 수없다고 믿었다.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그들에게는 들을 귀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애써 전해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할 때 예수님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알아듣기 쉽게 하려고 예수님이 비유를 들어서 천국 복음을 전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이적을 행하면 귀신이 들렸다고 했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는 말씀은 무지나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깨닫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답답한 심정의 토로다. 제발 “듣고 깨달으라”(마 15:10)는 간곡한 호소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 역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성경 해석을 외면한다.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말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바꾸어 놓는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의 목회자들은 변하는 시대를 등지고 앉아서 옛날 이야기를 하는 데에 만족한다. 그들은 이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교회는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구태의연한 교회를 외면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과 군중의 관계가 뒤바뀐 것을 발견한다. 예수님의 시대에는 듣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세상 지식에 어둡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현대 교회에서는 듣는 사람들은 저만치 앞서 가는데, 가르치는 사람들은 뒷전에서 터벅거리며 따라가고 있다. 뒤따라가면서 열을 내서 외쳐도 앞서 가는 사람들은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앞에 와서 말해야지 왜 뒤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느냐고 불평한다.

젊은이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데에 놀라서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옛 틀에 젊은이들을 짜 맞추려고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말로 이야기하면서 젊은이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들을 탓한다. 그래서 오늘도 답답해진 예수님은 그 옛날 틀을 가지고 허둥대는 지도자들에게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하고 싶으실 것이다.

성인들을 위한 교회 강단도 마찬가지다. 목회자들은 현대 사회에 등지고 앉아서 500년 전의 개혁자들의 책만을 뒤적거린다. 진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슐라이어마허 이후로 현대신학이 개혁자들의 신학과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현대 문화의 흐름을 타는 교인들의 의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연로한 교인들은 목회자의 타령을 즐긴다. 그 옛날 노래 가락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노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옛 가락에 흥미가 없다.

타령을 좋아하는 목회자나 교인들은 불트만이나 틸리히 같은 현대 신학자들은 물론 현대 사회나 사상을 거부한다. 성서신학자들이 밝혀 놓은 성서이해나 해석방법도 외면한다. 모든 것을 하나님이 해주신다는 그들의 신앙 세계에는 인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성경을 편향적으로 읽는 그들은 인간의 삶이나 노력에 관한 성경구절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현대를 외면하는 목회자가 자기는 복음의 진수를 선포한다고 믿지만, 그의 설교가 그들의 코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은 그의 설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들을 것이 없어도 그들은 습관적으로 나온다. 다른 교회로 옮겨보아야 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참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들은 현대 문화에 대해서 좀 더 열린 교회로 가본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성당으로 가는 사람이 상당 수 있다.

목회자들은 왜 교인들이 성당으로 몰려가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다. 그들은 가톨릭교회가 1965년 이후로 현대화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정말 모를까? 어떻든 그들은 전근대적인 사람들의 의식에 맞았던 신학에 안주하면서 현대 안에 살고 있는 교인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신학자들은 교회가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답답해하면서도 교단의 검열이 무서워서 몸조심한다. 그들이 소신대로 말하다가는 이단으로 몰려서 대학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교회가 비어가는 것을 보시는 예수님의 심정은 어떨까?

예수님은 새로운 것을 요청하는 교인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라고 목회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외치고 싶으실 것이다.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마 11: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