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우리나라에 선교를 하려던 선교사들은 조선에 대해서 연구를 하며 놀라운 사실에 직면했다. 조선사람들은 박영신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입말과 글말이 달랐다는 것이다. 입으로 하는 말은 조선말을 쓰면서, 글을 쓸 때는 중국의 언어인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양반들은 이 중국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공부를 하고, 그 사상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외국의 언어인 한자를 배울 시간과 기회가 없었던 상민들은 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무지의 세계에 머물러 있어야했다. 이 상황에서 선교사들은 이 두 언어 사이에서 선택을 하여야했다. 그런데 이들은 중국에 있는 한문성경을 들고 들어오기 보다는 번역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한글성경을 들고 들어왔다. 이로서 이들은 자신들의 선교의 방향을 미리 정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한글을 통한 민중선교였다.

 선교사들의 이러한 선택이 옳았음은 그 역사적인 사실 가운데 보건데 충분히 입증이 되고 남음이 있다. 선교사들은 한글의 유용성과 편이성에 놀라며, 이러한 한글이 창제이후 400여년간 쓸모없이 여겨져 업신여김을 당하다 이제 잠에서 깨어나 그리스도의 놀라운 일들을 말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초기 선교사 중 한 분인 게일 선교사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로 한글이 성경과 기독교 문서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역사적 통찰력을 가지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통찰력은 결국 이 땅에서 한글운동으로 이어졌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 한, 두 시간 한글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교회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수많은 인파가 교회로 몰려왔다. 교회에서는 직분을 얻기 위해 시험을 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었다. 또 최초의 장로회 공의회는 모든 문서를 한글로만 작성한다고 결의했다. 이러한 운동을 통해서 기독교는 한글운동의 중심이 되었고 한글운동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운동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첫째는 한글의 우수성이 발견되었다. 입말을 글말로 바로 옮길 수 있으니 경제적인 글이고 배우기에 쉬우니 유용한 글자임을 발견한 것이다. 둘째 한글은 개화를 촉진하고, 근대문화를 수용하는데 도구로 사용되어졌다. 사람들은 한글을 깨우침으로 많은 지식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기독교언론들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 것이다. 당시 중국중심의 유교적 문화에 갇혀 있었던 조선사람들에게 서양의 이야기들은 항상 충격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퀴리부인 이야기나 헬렌 켈러 이야기 등은 당시 인기있는 기사였다고 한다. 어느 선교사의 보고에 의하면 당시 신문 한 장이 나오면 사람들이 돌려보는데 약 80명 정도가 돌려서 보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지식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셋째는 민주시민의 가치관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양반 이외에는 글을 깨우칠 수도 공부를 할 수도 없었는데 한글 운동을 통하여서 상민의 자녀들과 부녀자들도 글을 배워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넷째는 한글운동을 통해 공부한 사람들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교육을 통하여서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된 것이다. 다섯째는 민족주체성의 확립이다. 1446년 한글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사대주의 사상에 제 나라 글이 아닌 중국의 한자를 사용했던 이 민족이 자기나라 글을 되찾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여섯째로 그간 한문문화와 유교사상으로 꾸며져 있었던 조선사회에 한글운동을 통해서 기독교가 유교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즉 당시 사회의 대안으로서 기독교가 떠오른 것이다. 기독교가 이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기독교가 이 땅에서 빠르게 자리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땅에서 복음은 민족의 살길이었고 가능성으로 인식된 것이다. 그렇기에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진 자들이 기독교로 몰려들어온 것이다. 한글창제 563돌을 맞아 한글운동을 이끌었던 이 땅의 믿음의 선배들을 기억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