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6. 김태우

생각이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위장하면 ‘혹세무민(惑世誣民)’하게 된다. ‘사드 반대’를 ‘칭의’의 연장선상에서 합리화하는 위악(僞惡)은 사드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될 때 해소될 일이라 예상했다. “사드 반대 = ‘칭의 과정’이라는 김목사의 주장은 ‘사드 반대’가 ‘구속의 면죄부’라는 오해를 일으키기에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생존을 다루는 일은 지적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생명은 본질의 문제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그것을 ‘진리’라고 부른다. ‘칭의’는 물론이거니와 ‘안보’는 생명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사드’와 ‘칭의’는 등가적일 수 없다. ‘사드’는 단지 군사적인 방어 수단에 불과하지만 ‘칭의’는 구속사역의 핵심 개념이기 때문이다.

김달성 목사는 이 둘을 같은 레벨로 등치시키는 심각한 잘못을 범하고 있다. 모르고 그랬다면 무지의 소치겠지만, 알고도 그랬다면 악의적인 거다. 무엇보다 사실의 문제를 의견의 차이인양 호도한다. 그 결과 ‘사드는 칭의와 상관없다’는 쉬운 글의 독해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칭의관을 전파하고 있다. 사실의 기록을 의견의 진술인양 교묘하게 바꾸면서 말이다.

생존을 다투는 담론이 그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배울 기회” 정도로 생각하시는가? 그런 류의 지식과 이해는 학설에 불과하다. 생명을 다루는 지식에서 ‘다름’과 ‘틀림’은 생사를 가르는 엄중한 실존이다. 그래서 진리란 같은가, 다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맞느냐, 틀리냐의 문제인 것이다. 생명을 거는 일이란 의미다.

‘칭의’란 사느냐, 죽느냐의 영원한 문제다. ‘칭의’와 ‘사드’를 동급에 두는 것은 ‘칭의’에 대한 지독한 왜곡이자 영혼과 육신을 같은 레벨로 보는 영지주의와도 같다. ‘칭의’를 논해달라 하셨는가? ‘칭의론’을 깊이 깨닫고 싶다면 로마서를 숙독(熟讀)하시라. ‘칭의’와 ‘사드’를 등치시키는 허황된 상상력은 ‘사드’와 ‘칭의’ 어느 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뿐이다. 화이트헤드조차 ‘사드 반대’를 ‘칭의’의 과정이라고 보진 않을 것이다.

대부분 오해는 사실(Fact)에 대한 정확한 지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사드’만 얘기했다. 김목사의 ‘사드 칭의론’이 잘못됐다는 논증 자체는 ‘사드’와 ‘칭의’가 무관함을 입증하는데 조금도 필요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김목사의 글은 객관적 사실조차 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결여돼 있음을 보여주니 안타까움을 넘어 허망하다.

‘사드는 칭의와 상관없다’는 글은 ‘사드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이 아니다. ‘사드가 무엇인지’를 김목사가 썼던 순서에 따라 설명한 것이다. 그 자체가 ‘칭의’와 무관한 것이다. 당연히 칭의론에 관한 신학적 논의는 ‘사드 반대 견해’와 아무런 신학적이고 객관적 인과관계가 없다. 명분도 되지 못한다.

“구원의 완성을 위해 사드 배치를 거부할 수 밖에 없다”는 궤변이 논증인가? 이는 구원은커녕 최소한의 정의감조차 없는 거짓진술이다. 놀라운 상상력이 곧 신학적인 통찰이란 착각에서 깨어나시라. ‘칭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말하는 논의의 시작은 될지언정 ‘칭의’의 완성을 위해 ‘사드’를 반대해야 한다는 선동은 구원을 얻기 위해 면죄부(免罪符)를 사라는 중세 신부의 속셈과 다를 바 없다.

개인적으로 기가 막힌 것은 자신이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라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글이 되기 위한 기본 요건을 갖춘 글”이 뭔지 아시나? 자신의 글부터 엄격히 ‘자평’해보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애초에 ‘사드’와 ‘칭의’는 상호 무관한 주제다. 김달성 목사는 ‘칭의’의 과정으로 ‘사드 반대’의 필연적 명분을 억지로 만들고 있다.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자세히 논증해 보시라. ‘사드와 칭의’라고 쓴 자신의 글이 이를 충분히 논증했다고 믿는다면 글쓰기의 기본도 안돼 있는 사람은 김목사 본인이다. 입증책임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것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칭의가 사드반대의 필연이라는 궤변은 비유컨대 외눈박이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惡이고 중국과 북한이 옳다는 심각히 좌편향된 인식의 산물이다. 그 깊은 원인은 뿌리깊은 중화사대주의의 유전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의 진단이다.

개인이 어떤 가치관을 갖는가는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사드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드 반대’가 ‘칭의’라고 주장하려면 하나님 앞에 목숨을 걸고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목사의 양심적 도리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칭의’와 정치적 반대투쟁을 함부로 연결 짓지 마시라. 그것은 하나님을 ‘만홀(漫忽)’히 여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