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교회 고 복천(福泉) 한충열 목사를 기리며…

김학준 장로/종교교회 예배부 부장

순교하신 한충열 목사님과의 특별한 만남

5월 1일, 선배 선교사님으로부터 카톡으로 한 목사님 피살 소식을 듣고 너무나 황당하여 눈앞이 캄캄하였습니다.

재작년 가을 국내 모 교회의 세미나에 오셨다가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목사님과 탈북 신대생 OO, 웨슬리전도단 사무국장 박재명 장로와 밤늦도록 대화를 나누었는데 차 값을 한 목사님께서 계산하셨습니다. ‘아니, 무슨 손님이 차 값을 내느냐?’고 했더니, 투숙객은 50% 할인해 준다고 하여 본인이 계산했다고 하여, ‘알았어요. 나도 중국에 가면 내가 차 값을 낼 테니 그리 아세요.’하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춘궁기가 되어 쌀이 떨어졌다는 연락이 오면 우리는 국내 여기저기에 연락을 하여 장백교회에 쌀을 구해주었으며, 교회 한 쪽에 항상 쌀 포대를 쌓아놓으면 필요한 사람 누구나 가져다 먹도록 하는 그 일을 수년 동안 계속해 왔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으로 선한 사마리아 인처럼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년간 수행해 왔습니다.

대화 중에 ‘목사님, 그 일을 계속하시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했더니, ‘장로님, 죽으면 순교하는 거지요 뭐.’하시며 웃음으로 넘기셨는데 정말 그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는데 사실인 것 같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귀한 종을 잃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한 목사님께서 시무하신 장백교회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6명이 순교를 하였다고 감리교본부 자료집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일제 시대도 아닌데 무슨 일로 머리에 도끼로 찍혀 순교하셨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김일성은 숙부가 목사요, 외조부가 장로이며, 어머니가 강 반석(베드로)으로 기독교인인데 믿는 집안에서 어찌하여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며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죄악을 행하는 지… 6.25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고, 일천만 이산가족이 지금도 가족들의 생사를 모르고 기나긴 세월을 보내고 있으며, 남북이 서로 적대적으로 대치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어디 계신지 그저 답답하고 가슴만 아픕니다.

웨슬리전도단의 동북3성 선교

웨슬리전도단(WEM)을 잠깐 소개하면 1988 서울올림픽 때 감리교 청장년들이 이태원 거리에서 외국선수들을 노방 전도하면서,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때 ‘죽의 장막’을 열자고 하며 1989년 5월 24일 청장년회 전국연합회에서 조직하였습니다. ‘웨슬리전도학교’를 만들어 감신대에서 교육을 받고 북방선교를 하여오다가 1993년 ‘청장년선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나이도 45세로 늦춰(금년부터 48세로 변경) 지금까지 연인원 850 이상 북방선교를 다녀왔습니다. 북방선교를 위하여 매주 화요일 밤 눈이오나 비가오나 밤이슬을 맞으며 삼각산 정상 민족제단에서 나라와 민족, 남북통일을 위하여 기도회를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삼각산이 입산금지가 되어 삼각산 등산로 입구의 한 기도원을 빌려 기도회를 지속하여 왔으나, 지금은 남선교회 서울연회연합회에서 그 기도원에서 기도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당시 삼각산 골짜기 마다 있던 무당들은 우리의 기도소리에 눌리어 모두 관악산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1997년 제가 청장년선교회 서울연회연합회 회장을 맡았을 때 삼각산 화요기도회 참가자 수는 연인원 2,000명이 넘게 부흥하였으며, 드려진 헌금으로 한충열 목사님의 안내로 중국에 3개의 교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밤중에 빨간 십자가의 불빛을 찾아가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준다는 것이 은어처럼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주린 배를 움켜잡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오는 우리의 형제자매는 우리 모두의 사촌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정부는 정부대로 서로 이해관계로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주님의 사랑으로 이들을 감싸고 도와줘야 되지 않을까요? 먼 훗날 남북통일이 되어서 북한 사람들이 ‘우리가 굶어 죽을 때 남한 사람들은 뭘 했냐?’라고 하는 원망을 듣지 않을까요? 한국으로 탈북한 29,000여명의 탈북민들을 한국교회가 주님의 사랑으로 도와줘야 되겠습니다.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반 이상이 주님을 영접하고 한국으로 온다고 하니 우리는 중국 교회를 최대한으로 도와줘서 이들이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 교회에서는 사순절 특별새벽기도회 때 하루 한끼 금식한 헌금으로 탈북 감신대생 학비를 도와주려고 장학금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차 이분들이 북한 선교에 큰 일꾼들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장백교회 봉헌식 참관 에피소드

지난 달 감리교 북한회복기도회를 이태원교회에서 했는데 북한 땅을 위하여 통성기도를 한 후, 고 한충열 목사님 추모예배를 드렸습니다. 1998년 9월 장백교회 봉헌식 때 동대문교회 성도들과 웨슬리전도단원들이 참석하였는데, 장백현(한국의 군 단위)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아 행사장인 장백중학교 교정에 갔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각자의 이름표를 탁상 위에 써놓은 특별석에 앉았습니다. 마치 어릴 때 시골학교 운동회 같은 기념행사를 참관하고 가슴에 빨간색 리본에 금색으로 만든 ‘내빈’이라고 쓴 명찰을 달고 기차역에 가서 보여주니 역무원이 우리를 우선적으로 탑승하는 대우를 해주어 우리 모두 웃으면서 기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장백현에서 우리 일행에게 공무용 짚차를 내주어 우리는 백두산 남쪽으로 압록강 상류를 따라 천지를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요즘 여행상품으로 가끔 나오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처음으로 남쪽에서 백두산 천지를 올라갔다고 합니다. 저는 버스를 타면 멀미를 잘 합니다. 천지로 올라갈 때에 차가 심하게 흔들려 멀미를 했는데, 천지에서 내려올 때는 제가 중국인 기사에게 부탁하여 40분간 짚차(일제 미스비시 파제로SUV)를 직접 몰고 내려왔습니다. 불안해 하는 중국인 기사에게 동행하신 목사님께서 ‘이 분은 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데 직접 운전을 하면 괜찮다. 운전을 잘 하시니까 핸들을 맡기라.’고 권하여, 아스팔트 길까지 운전하며 내려왔습니다.

장백교회 봉헌식(1998.9.15). 제단 벽면과 십자가는 백두산 자작나무로 제작, 장식하였다.

한 목사님은 2002년 감신대 대학원에서 M.M.과정을 공부하셨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국에 못 나오시다가 2011년도에 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운 후드에 감리교 마크가 새겨진 스톨(가운)을 입으시고 설교하시는 모습의 사진이 신문에 난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은 영원한 웨슬리안으로 살아왔습니다. 베데스다출판팀장님이 6월호에 ‘북한선교’를 특집으로 하니 한 목사님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나 처음에는 중국선교나 북한선교 관련 이야기를 오픈하기가 어려워 거절하였지만 매스컴에서 다룬 내용만으로 글을 썼습니다. 남북통일이 되어 여기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6.5.12 이태원교회에서 열린 ‘북한회복 감리교연합기도회’에서 고 한충열 목사 추모예배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