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종강예배에서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를 모셨다. 예은이라는 딸아이를 지난 세월호 사건 때 잃었다. 그에게서 간증 겸 세월호 사건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마음을 꼭꼭 싸매며 자기가 해야 할 이야기를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그 몇 사람에게라도 유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그래서 먼저 간 아이들의 억울함을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읽혔다.

그가 해 준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목사님이 찾아오셔서 해 준 이야기란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는 목자 이야기이다. 그런데 목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양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한다. 그것도 남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이다. 한 마리의 양을 찾겠다고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내 팽개친 목자를 보며 이 양들이 무슨 생각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아마 그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은 감사와 안도를 느꼈을 것이라고 한다. ‘나도 저렇게 길을 잃으면 우리 목자가 나를 찾아 주겠지’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게 목자다. 자기 양 한 마리도 잃지 않겠다는, 그래서 아흔아홉 마리를 놓아두고 그 한 마리를 찾는 것이 목자이다. 또 그 목자를 보며 나머지는 마음에 평안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위험이 있고,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나도 저런 일을 당하면 목자가 똑같이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오늘까지 세월호 청문회가 3일간 이루어졌다. 거기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니 믿을 수 있는 이가 없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선장이 가만 있으라는 소리만 안 했다면, 해경관제본부에서 제대로 지시만 내렸다면, 현장을 찾아간 해경이 승무원이 아니라 학생들을 구했다면, 전원구조되었다는 알 수도 없는 이야기만 안 했어도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런데 자기는 그런 책임이 없단다. ‘저들’이 그렇게 했다면 이런 일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전 해경청장은 대통령이 내려온 자리에서도 잠수부가 500명 투입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투입되었다고 다 잠수를 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 잠수한 인원은 극히 적었다.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하루 20-80명 정도가 잠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추궁이 뒤따르니 해경청장이 하는 이야기가 투입이라는 말이 곧 잠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시대에 목자가 없다. 한 마리 양을 찾으려 아흔아홉 마리를 두고 들판을 헤매이는 그 목자가 없다. 아니 목자가 양을 잡아먹고 늑대가 그랬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 새끼가 어떻게 죽은 거냐고 묻고 있는 부모들 앞에서 모르겠다고, 기억이 안 난다고 무책임한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보다 못해 아이들 20여 명을 구해 세월호 영웅이라고 하는 김동수씨는 재판장에서 자해를 했다. 그래도 나는 아니라고 저들이 문제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굴 믿어야 하는가? 누가 우리의 목자가 되어줄 것인가?

이런 상황이면 우리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 나라가 우리를 못 지켜주고, 공무원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이제라도 꼼꼼히 따져서 목자가 참 목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목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 목자가 누구인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