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복음의 상관관계를 말할 때에 가장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율법은 행위이고 복음은 은혜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율법은 출애굽 후에 모세를 통하여 출애굽한 이들에게 주어졌다. 하나님께서 그들과 언약 곧 가나안 언약을 맺으시고 그 언약의 한 부분으로 율법을 제시하셨다. 모세를 통하여. 그래서 모세 율법이라고도 한다. 모세가 이야기되지만 어디까지나 그 기원은 하나님이시다.

기원이 하나님이시라는 말에는 그 성격이 담겨 있다. 거룩하다는 것이다. 거룩하신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모든 것은 거룩하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왔음에도 왜곡시키거나 거부 내지는 어기는 것이 죄이며 악이다. 율법 아래 있으면서 율법을 왜곡시키거나 거부 내지 어기면 죄이다.

율법은 가나안 언약을 맺은 언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출애굽시킨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편이었다. 율법 준수를 통하여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교제하였다. 그렇지만 율법은 완전한 교제의 방편은 아니었다. 율법을 받은 시점의 언약의 백성의 수준을 생각하여 그들에게 주어진 적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부모와 자녀 간의 교제를 생각하면 된다. 갓난아이 때의 자녀, 청년 때의 자녀, 장년인 때의 자녀. 자녀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다. 각각의 때에 자녀를 대하는 가장 최상의 방식을 알고 실천하는 부모를 가정해보자. 자녀가 갓난아이 때와 청년 때 그리고 장년의 때의 방식에 차이가 있겠는가? 없겠는가? 당연히 있다. 장년의 때의 방식은 그 이전의 때의 방식과 비교하여 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은 장년의 때가 아니었다. 아담이나 노아 아브라함 때와 비교하면 청년 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그들의 수준에서 가장 적절한 교제 방식을 그들에게 주셨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율법을 지킴으로 그들의 하나님과 교제하였다. 율법을 어기면 그에 따르는 처벌이 주어졌다. 그 처벌에는 영원한 멸망도 포함되어 있었다. 율법은 그 언약의 시점에서 그들의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편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구원을 얻느냐 아니면 영원한 멸망을 받느냐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율법 곧 그 언약의 시점에서 제시된 최상의 교제 방편을 통하여 이스라엘과 교제하던 하나님께서 새 일을 행하셨다. 독생자 하나님을 사람으로 이 땅에 보내셔서 새로운 언약의 시대를 펼치신 것이다. 예수님을 통한 구속 역사에 기초한 새 언약의 시대이다. 그것을 복음 곧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라고 말한다. 그 구속 역사는 출애굽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이루어졌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이다. 언약의 역사에서 청년 때를 지나 장년의 때에 접어들게 되었다.

예수님은 그 과정에서 곧 공생애 때에 율법과 관련하여 율법을 폐하지 않고 완전하게 하기 위하여 오셨다(마 5:17)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자신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을 통하여 자신의 말씀을 이루셨다. 율법을 완전하게 하신 것이다. 그렇기에 완전하게 된 율법이 생겨났다.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약1:25)이다. 신약 성경에서 다르게는 성령의 (율)법(롬 8:2), 그리스도의 (율)법(갈 6:2)이라고 진술되어 있다(1).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은 모세의 율법과 비교할 때에 완전해졌다. 죄에서 완전히 자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음행을 생각해보자. 모세의 율법에서는 이성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육체적인 관계를 맺진 않지만 생각으로 얼마든지 육체적인 관계를 상상할 수 있다. 비록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상대방을 범한 것과 같다.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에서는 음욕을 품는 것도 음행이다. 생각으로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조차 차단되었다. 음행과 관련된 가장 근본적인 출발에서부터 벗어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음행과 연관된 그 어떤 죄와도 연루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음행의 죄에 대해 자유하게 된 것이다. 음식 규례와 관련하여서는 철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사 규례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모세의 율법과 예수님에 의해 완전하게 되는 율법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결정체이다. 그 내용은 예수님에 의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완전하게 된 새 언약의 세계에 참여하게 될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언약의 세계에서 그 언약의 하나님 곧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편이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의 말미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가리라(마 7:21)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뜻은 그 앞에서 이야기된 산상수훈의 내용이다.

그 앞에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이들이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그 의가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5:20)고 말씀하셨다. 의란 옳음이다.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의란 율법을 지킴으로 인해 주어지는 것이다. 율법을 왜곡시키지 않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지킴으로 얻게 되는 의다. 그 의보다 더 나은 의란 완전하게 된 율법 준수를 통하여 얻게 되는 의다.

율법은 행위이고 복음은 은혜인가? 결코 아니다. 성경을 순 엉터리로 읽음으로 나온 주장일 뿐이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 역사를 은혜 위의 은혜라고 하고서는 모세의 율법을 언급하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은혜와 진리가 왔다고 하였다(요 1:16~17). 잘 보자. 은혜와 진리는 은혜 위의 은혜이다. 모세의 율법을 무엇이라고 한 것인가? 행위라고 하였는가? 아니다. 은혜라고 한 것이다. 모세의 율법은 은혜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 역사 곧 복음은 은혜 위의 은혜라고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세 율법은 하나님께서 출애굽시키시고 가나안 언약을 맺으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교제의 방편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이 대강령인 교제의 방편이었다. 그러한 교제의 방편이 은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하나님 사랑, 내 몸같이 이웃 사랑이 은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율법은 은혜이다. 청년의 때와 같은 시점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옛 언약의 백성에게 주신 교제의 방편이었다. 그 교제의 방편을 수용하고 따르느냐 아니면 말로는 수용한다고 하면서 따르지 않느냐 더 나아가서 수용하지조차 않느냐는 이스라엘의 선택이었다. 곧 은혜를 은혜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은혜를 헛되이 받느냐에 직면하였던 것이다.

복음은 은혜 위의 은혜이다. 그 안에는 완전하게 된 율법이 있다. 그것은 완전하게 된 새 언약의 시대 곧 장년의 때에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편이다. 그 교제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교회이다. 그 교제의 방편을 수용하고 따르느냐 아니면 말로는 수용한다고 하면서 따르지 않느냐 더 나아가서 수용하지조차 않느냐는 교회의 선택이다. 곧 은혜를 은혜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은혜를 헛되이 받느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율법은 행위이고 복음은 은혜라는 엉터리 주장은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바울 사도의 로마서를 잘못 읽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바울 사도가 율법을 지키는 것에 관하여 행위라고 비판하고 그와는 달리 ‘믿음으로’를 강조한 것을 그렇게 이해한 것이다. 이는 로마서를 완전히 엉터리로 읽은 것이다.

로마서는 어떤 유대인 교사들에 의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 준수를 요구되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그 시점에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율법을 지키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울 사도는 포로 되기 직전 예루살렘에 갔을 때에 제사가 포함된 결례를 행하기까지 했다(행 21:26). 그 시점의 예루살렘 교회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그러한 예식을 행하고 있었다. 율법이 중심에 있는 옛 언약이 공적으로 완전히 파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옛 언약을 거쳐서 예수님에 의해 완전하게 된 새 언약 안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곧장 새 언약 안으로 들어왔다. 새 언약에서 제시된 교제의 방편을 따라야 했다. 곧 모세의 율법이 아니라 그것을 완전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율)법 다르게는 성령의 (율)법이다. 그런 이들에게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를 뒤로 되돌리는 것과 같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를 훼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울 사도가 갈라디아서에서 다른 복음이라면서 천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전하면 저주를 받으리라고 한 이유이다(갈 1:6, 8).

바울 사도가 행위라며 정죄한 것은 율법 자체가 아니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바울 사도가 믿음이라며 지지한 것은 장년의 때로 그들을 부르신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때의 교제의 방편으로 주어진 성령의 (율)법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었다. 죄에서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따르는 것이었다. 장년의 때로 부르신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그분이 제시한 교제의 방편을 따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율법은 행위, 복음은 은혜라는 엉터리 구도를 만든 대표적인 인물은 루터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예를 따라 오늘날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는 조상의 유전을 답습하는 것이다. 루터이기에 조상의 유전과 무관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조 중에서 누구라도 성경의 가르침과 다른 주장을 하였음에도 그대로 따르면 조상의 유전을 따르는 것이다.

이 유전은 다른 잘못 곧 장로의 유전을 만들어내었다. 율법 = 행위라는 잘못된 등식에 입각하여 이 땅에서나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하나님과의 교제함에 있어서 행위는 모두 배제된다는 것이다. 율법이 배제되는 것은 당연하기에 그 등식은 자연히 옳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위가 없는 믿음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과 바울 사도와는 전혀 다른 주장 곧 완전히 정반대의 주장이 교회에 편만하게 된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는 쉽게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신자가 범죄하였다고 하자.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어떻게 하여야 회복되는가? 진심으로 죄를 자백하여야 한다(요일 1:9). 죄를 자백하는 것은 행위가 아닌가? 행위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영원한 구원과 관련하여 예수님이 자기를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신다고 하였다(히 5:9). 순종은 행위가 아니가? 행위이다. 죄를 자백하는 것도 순종의 한 내용이다.

더 기가 찬 것은 순종과 영원한 구원을 연결시킬 때에 행위구원론이라고 비난하면 정죄하는 것이다. 주로 칼빈주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들이 받아들이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성화장에는 히브리서의 가르침(히 12:14)을 좇아 거룩한 행실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주를 본다는 것은 영원한 구원인데, 거룩한 행실이 바로 순종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말하면 행위구원론이라며 비난하고 정죄하고 있다. 자신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신앙고백서에 대한 비난이며 정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열심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려주어도 요지부동이다. 말로는 오직 성경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오직 전통, 잘못된 전통 곧 장로의 유전인 것이다.

율법은 행위, 복음은 은혜가 아니다. 율법은 은혜, 복음은 은혜 위의 은혜이다. 지금은 은혜 위의 은혜 시대이다. 모세의 율법이 아니라 그것을 완전하게 하신 그리스도의 (율)법이 하나님과의 교제의 방편으로 주어진 시대이다. 그 시대에서 옛 시대의 의 곧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의보다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예수님이 헛소리를 하는 분이 아니라면 그렇다.

어떻게 가능한가? 오직 성령으로 가능하다. 우리 육체의 욕심을 거스르는 성령의 역사를 따름으로 가능하다. 성령을 좇음으로 가능하다. 육체의 욕심이 아니라 성령을 위하여 심음으로 가능하다. 그 열매가 영원한 구원인 영생이다(2).

(1) 법이라고 번역된 노모스는 율법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서 지속적으로 율법으로 번역되었다. 여기에서만 율법이라고 번역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스도나 성령과 율법을 연결시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의 결과물인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연결되면 모세의 율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완전하게 된 율법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세의 율법과 구별되는 이점이 있다.

(2) 이런 글에 대해 꼭 그렇다면 얼마만큼 순종하여야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냐고 주장을 앞세워 성경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얼마만큼? 그것은 모른다. 하나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았기에 모른다. 그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것에만 충실하면 된다. 바울 사도와 같이 날마다 죽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며 사는 것이다. 비록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부가 아니면 전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완전한 순종이 아니면 무이어서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