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동경하는 맘을 다잡고 몸으로는 직접 자연 속으로 귀(歸)의하려고 다양한 모색을 했던 시절이 10년 전의 일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일색의 아파트문명을 뒤로하고 저녁마다 대남방송이 우렁차게 들리던 파주시 탄현면 축현리 배나무골에서 첫 전원생활의 둥지를 틀고 흙과 함께 살았다. 파주에서의 전원생활은 따로 이야기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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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 경기파주
배나무골의 농가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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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나와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농촌과 농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하고 서울에 있는‘귀농학교’라는 곳에 가보았던 것도 그때쯤의 일이다.
그 후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모임인 '정농회’를 알게 되어 전국의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도 찾아뵈었고, 한편으로는 귀농할 장소를 찾아다니던 중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오지마을을 친근하게 다녔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일일이 다리품을 팔았다. 청량리에서 기차와 동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거나 지인의 자가용을 이용하여 귀농터에 대한 꿈을 키웠다. 특별히 귀농학교를 함께한 지인과 더불어 땅을 구입하였던 곳은 재산면 동면에 위치한 설매라는 골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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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경기파주
배나무골의 농가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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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저수지가 넉넉하게 물을 머금고 있던 그곳은 골을 따라 밭들이 일렬로 늘어선 작은 냇가로 송사리들을 많이 품고 있었다. 자연환경이 깨끗하게 보전되어 있는 골짜기전체를 새로운 삶터로서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열심히 다니면서 100여 필지에 달하는 땅의 구입에 깊숙이 관연하게 되었으나 그곳으로 귀농하지는 않았다.
그 무렵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거창군 신원면으로 귀농해보려고 애를 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애지중지 가꿨던 파주 농가를 정리하고 광릉 숲 인근에 있는 포천시 소홀읍 직동리라는 곳의 텃밭에 농가가 딸린 집을 얻어 두 번째 맛보기 전원생활을 3년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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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와 장난으로 만든 정원속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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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인접하여 살아가는 전원생활이 아닌, 농촌으로 완전히 귀의하여 살아야하는 귀농에는 자신에게 분명한 가치관과 철학이 있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농촌에서 두려움의 실체는 당연히 경제문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간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모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고서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도시인근에서 직장‘일’과 농사‘놀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농사에 대한 경험과 이해 그리고 이웃들과의 관계형성을 아우르는 실전훈련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전원생활속에서 끊임없이 불확실한 귀농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한 자연스러움을 몸소 익히기 위하여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순간 순간의 느낌으로 닭과 오리에게서는 개체성과 공동체성을 발견했고, 자연물인 나무와 식물, 돌 등을 통하여 주어진 특성들을 인식했다. 다행이 광릉 숲이 있는 서쪽 끝 무림리라는 마을에 사랑방교회라는 신앙공동체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간의 생활영성을 나누면서 그곳 꾸러기학교에서 아이들에게는 부드러운 자연의 느낌들을 많이 경험하고 간직할 수 있도록 뒷 바라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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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농가를 식물이 가득한
정원으로 가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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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보다좋은 자동차로 바꾸어 살려고하는 도시생활에서 조금 덜 가지려는 불편함의 전원생활로 되돌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막상 시골로 근거지는 옮겼으나 도시문화를 고스란히 가져와 여전히 멋 내고, 꾸미고, 먹고, 쓰고, 버리는 대부분의 생활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껏 꿰차고 있으니 말이다. 입으로는 느리고 낮고 가볍게 욕심을 줄이면서 살자! 라고 하면서 몸으로는 달콤하고 맛난 것만을 위해 달려가다 보니 온전하게 자연 속으로 귀의해서 사는 꿈은 멀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 포천에서 살던집을 비워주어야하는 일이생겨 고민하다가 결국 부모님이 가까이 계시는 남양주시 진접읍 철마산 기슭 포도과수원을 할애받아 귀농준비를 위한 실습장으로 잠시 살기로 했다. 처음 그곳에서는 간단한 콘테이너하우스만을 놓고 살려고 했으나 욕심을 부리다보니 일이 커졌다. 이왕이면 포도밭 한쪽 귀퉁이를 200평 전용받고 컨테이너를 이용하여 재활용 집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첫째 아내를 위한 교육과 연구공간으로 두번째 재활용건축의 실험과 생태적인 내부공간의 꾸밈, 세번째로 획일화와 일률적인 잔듸정원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창조적인 실험정원의 조성으로 재미있는 집, 아름다운 집,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집다운 집을 짓고자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전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삶을 살기위한 열정은 2000년부터 시작하여 넓고 큰 인생의 경험들을 통하여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2001년도에 재활용 주거환경을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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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사회는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문화가 행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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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내는 그동안 미러온 천연염색의 공부와 실험뿐만 아니라 우리 옷을 직접 디자인하여 만들어 입고. 숲을 통한 갖가지 자연관찰로 전문가가 되어 주변의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또한 이곳 주변에서 함께 전원생활을 누리는 분들과 매주 수요산행을 통한 교류와 산악자전거를 통한 건강증진에도 재미를 붙여 주변의 산길은 물론 마을길을 마구 달리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흐믓하다.
내가 전원생활을 넘어 귀농공동체마을의 모델을 찾아 오랜동안 농촌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개인과 공동체마을을 찾아가 보았으나 온전한 사랑과 기쁨, 서로간의 감격과 감동을 나누고 품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장소가 도시든 전원이든 오지든 상관없이 나부터 변화되어야 됨을 깨달게 해주었다. 끊임없이 욕심을 줄이고 이해관계를 나누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말이다.
이제 우리들에게 많은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전원생활’ 즉,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감'에 대한 문화를 되돌아 볼 시간이다.
전원생활이든 귀농생활이든 내가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면서 더불어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성이 유지될 수 있는 적정한 네트워크형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문화부터 지향해야하는 것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수많가지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전원생활, 그 재미와 장난속으로 우리함께 찾아가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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