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기도 / 정연복

오늘도 어제처럼
혼신의 힘 다하여

허공에 거미줄 쳐놓고
뭔가 걸리기를 기다립니다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연약한 거미줄입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욕하지 않으시겠지요

제가 교활하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으시겠지요

거미줄 치기는 저의 절박한
생존 방식일 따름이오니

제가 빈둥거리는 욕심쟁이라고
꾸짖지는 않으시겠지요.

오, 주님!

오늘도 제게
일용할 양식만큼만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