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은 한국교회 목사들이 ‘목레기’(목사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전락한 부끄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 조광작 목사의 문제 발언이 있았던 지난 20일 한기총 긴급임원회 모습(사진: 한기총 홈페이지)

<한겨레> 신문은 23일 아침 ‘단독’이라며 지난 20일 한기총 임원회에서 부총회장 조광작 목사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또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들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지나갔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다 백정”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보도가 있자, 국내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이를 앞 다퉈 기사화함으로써 조 목사의 발언은 일파만파 번졌다.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의 분노 또한 일파만파 번진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에 조광작 목사는 사죄의 말과 함께 한기총 부회장직을 사퇴했고, 한기총 역시 사죄의 말과 함께 조 목사의 사표를 수리했으나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래 ‘사퇴서’ 및 ‘한기총 보도자료’ 참조)

오정현 “정몽준 아들 ‘국민 미개’ 발언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오후, 타고 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보도가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사랑의교회 출석 교인으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황 모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지난달 27일 남가주사랑의교회 순장반에서의 강의 내용 중 일부에 대한 음성파일이 취재원임을 밝혔다.

음성파일(아래 참조)에 의하면 오 목사는 “이번에 정몽준 씨 아들이 ‘미개하다’고 했다”며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아이답지 않은 말을 해가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세월호 피해자들이)총리에게 물을 뿌리고 인정사정이 없는 거야, 몰아붙이기 시작하는데..”라며 희생자 가족을 비난하는 발언도 덧붙였다.

사랑의교회는 오 목사 발언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발언 자체는 부적절했다”면서 “‘인정사정없는 거야’ 운운한 부분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목레기’들”… “목레기로 불려도 할 말이 없군요”

조광작 목사의 발언에 이어 오정현 목사의 발언까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목레기’(목사와 쓰레기의 합성어) 등의 별명을 붙이며 해당 목사들은 물론 한국교회 목사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이에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의장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급기야 오늘 제가 ‘목레기’로 전락했습니다. 그렇게 불려도 할 말이 없군요”라면서 “이런 이들이 교계 지도자를 자칭하는 마당에 무슨 변명을 하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박 목사는 “세월호 사건으로 고통당하는 유가족과 아직도 자식의 시신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들께 미안할 따름”이라며 “모든 분들께 한 사람의 목사로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