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기도 / 정연복

사람들은 저를
개똥벌레라고 불러요

제가 벌레인 것은 맞지만
하필이면 왜 '개똥'이 붙는 거죠?

저를 좀더 예쁜
이름으로 불러주면 안 되는 걸까요?

하지만 주님!

사람들이 저를
뭐라 불러도 괜찮아요

저도 이제는
개똥벌레라는 이름이 맘에 들어요

제 모양에 잘 어울리고
친근한 느낌도 주는 이름이잖아요.

저같이 작은 생명도
정성껏 보살피시는 주님!

여름이나 가을밤
제 꽁무니에서 반짝이는 불빛

이 불빛 하나만 있으면
저는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요

사람들이 제 작은 불빛 때문에
고향 산천에 대한 추억을 가진다는 게
참 기쁘고 보람있거든요.

그리고 주님!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저는 원래 깔끔한 성격이라
깨끗한 하천과 습지를 좋아하는 걸 아시죠?

그런데 하천 오염으로
대부분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제 종족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답니다

저와 제가 즐겨 먹는 먹이인 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니까요

앞으로는 사람들이 환경 보호에 힘써
제가 살 곳이 다시 많아지기를 기도해요

제 기도가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