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참사 9일째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세월호는 단지 한 여객선의 침몰이 아니라 대한민국호의 침몰임을 지난 일주일동안 너무나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4.16 이후로 대한민국의 시간은 정지된 듯 하다. 모든 시선은 사고현장과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으로 고정되어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고 5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먹먹하고 갑갑하다.
마음과 표정과 행동이 모두 엇나가고 있다. 사고원인과 결과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책임자의 몫은 방기될 수 없다. 이 참상은 허울만 반짝였던 이 나라의 민낯이 실상은 방치공화국이였음을 부정할 수 없게 한다. 이제는 제발 이제는,그저 나와 나의 가족의 일상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야 한다.
배를 방치하고 먼저 살아남은 선장같은 괴물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한, 나와 나의 가족의 일상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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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객선 세월호 사고지도 |
사고 현장(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7km 지점)
진도실내체육관(전남 진도군 진도음 동외리)
팽목항(전남 진도군 임회면)-(진도실내체육관에서 23km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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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식사 |
그동안 적지않은 자원봉사자로서의 체험이 있었지만, 자원봉사를 함께 하는 이들과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서 나누게 되는 대화에서 솔직한 고백은 참 어려운 자원봉사라는 것이였다. 서로 느끼는 감사함과 흐믓함을 얼굴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에서 간혹 웃음소리와 큰 목소리가 들리는 듯 싶으면 몇 초가 흐른 후, 갑자기 정적상태로 접어든다. 이를 감지한 어른들이 자제하라는 몸짓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분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기에 진도체육관의 하루는 가까스로 시작된다.
보통 전날 저녁에 다음날 식사를 준비해 두지만 6:30 즈음부터 아침식사가 이뤄지려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분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분주하게 준비한다. 예배와 미사소리가 조용하게 들린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분리되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다. 더 이상 내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 따스한 밥한끼 차려줄 수 없는 어머니들의 심정이 바로 이 분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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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없이 돕는 자원봉사자의 손길 |
하루의 일과를 감당하기 위해서 식사를 하지만 거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실종자 가족분이 곁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마음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체육관에서의 모든 움직임은 그래서 이심전심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알면 바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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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탄건조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
자원봉사자 분들의 손길은 구석 구석에서 이뤄진다. 상황이 기약할 수 없는 유예적인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옷을 입어야 한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들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도 가까스로라도 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걷기라도 해서 건강을 돌봤으면 좋겠다고 말씀들은 하시지만 차마 직접 말할 수는 없다.
인천 하늘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비롯해서 정성껏 염원을 담아 작성한 편지글 쪽지글(사진5)
진도체육관 정문 왼편으로 3일째, 위로와 격려의 쪽지글 편지글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쪽지글과 편지글에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간절한 위로와 소망을 담고 구조현장의 잠수부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내용이 적혀져 있다. 매우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잠시 이 앞에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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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자 가족들에게 잔잔한 위로와힘이 되어주는 메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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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마디 말보다 더 간절한 정성이 담긴 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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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상담해 드리는 심리 상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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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심리상담센터-국립나주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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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상담실-부산 장신대 하정미 박사팀 |
9일째였던 23일 저녁 7시가 지나서 진도체육관내에서 이상행동을 보인 이가 나타나서 잠시 소동이 있었다. 엄청난 심리적 억압이 발생시킨 이상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실종자 가족분들 중에서 심리적인 대처능력이 극도록 취약한 분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담당공무원들은 여건상의 한계를 말할 뿐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다만 상담을 원하는 이들에게만 상담지원을 하는 실정이다.
부산 장신대 하정미 박사팀은 학교의 지원없이 사회복지상담학과 학생들과 하정미 교수가 지인들의 지원으로 상담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적절한 상담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오늘 24일로 마감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여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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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선교연회 전남서지방 매일 오후5시 예배 |
호남선교연회는 매우 긴급하게 이 대참사를 대응하고 있다. 매일 오후 5시에 예배를 드리고 있고 목포병원까지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목회자 부인(사모)분들이 헌신적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 진도인근지역교회들도 연합해서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은 호남선교연회 전남서지방 34교회에서 연합해서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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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도인근 전남서지방 34개 감리교회가 연합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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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황실 지킴표 |
같은 전남서지방이라고 하지만, 지리가 바다를 전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먼거리에서 왕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매우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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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황실 지킴표 |
이제 감리교단 차원에서 이 대참사의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다. 기본적인 자원봉사와 물품지원은 갖춰져 있는 상태다.각 개교회의 고등부 학생들이 누구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조심스런 접근이 요청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또래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위로하고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심리상담지원은 일반인과 기독교인이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보다 밀도있고 깊이있는 심리상담지원을 위해서는 협성 감신 목원의 신학대학교에서 [목회와 상담]을 가르치고 있거나 훈련을 받은 이들이 가장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교단차원에서도 이 분들이 엄청난 아픔을 겪은 안산의 감리교회 목회자 분들과 함께 적절하게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고 실질적인 지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현재의 속도로 구조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일주일 정도 후,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인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실종자 가족분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아픔을 치유하면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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