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이산가족 상봉이 일단 끝이 났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언제나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에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가족이 강제적으로 떨어져 살며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매우 비인간적인 일이라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이라는 것이 무슨 거창한 이념의 대결 혹은 타협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하나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정부가 조선에 정례적인 이산가족상봉 혹은 후속 상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분위기가 좋은지 긍정적인 기사들과 반응들이 들린다. 그러나 남북관계라는 것이 어느 것 하나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보니 액면 그대로 낙관하기는 어렵겠다. 그저 더 많은 이산가족이 얼떨결에 떠나온 고향 땅을 다시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명을 달리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라면서 좋은 결과가 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정세를 바탕으로 해서 최근에 복잡하게 뒤얽히고 있는 다양한 동향들에 대해서 어설프나마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1. 미국의 초치기
사실 이번 이산상봉도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것이다. 이미 작년에 남과 북이 만나서 이산상봉을 하자고 했고 날짜까지 잡았지만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갑자기 북측에서 방향을 트는 바람에 불발이 되었다. 아마 그때 많은 이산가족이 상심하였을 것이다. 다행히 올해 들어 북쪽에서 선제적 조치 운운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 그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추진하던 중에 갑자기 북쪽에서 또 연기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놓고 보니 미군이 핵전폭기 B-52를 서해안 직도 해상에 띄워 훈련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이 미군의 핵전폭기 훈련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지 않을 미국이 왜 한반도 숙원사업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게 문제가 되자 한국 정부가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했는지 이후 열리게 될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에 B-52등의 핵전폭기나 핵잠수함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래서 다행히 별 일 없이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었다. 상봉행사가 잘 진행되어 남과 북이 기분 좋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꿈을 꾸고 있다.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이 끝날 즈음에 시작된 키리졸브 훈련에 미국이 B-52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일본의 신문이 보도했다. 마치 한국 정부의 요청 때문에 못이기는 척 숨죽였지만 이제 상봉행사도 끝났으니 참지 않겠다는 듯한 인상이다.
게다가 최근 며칠 사이에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조선을 악이라고 규정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한 번 확정하면서 그곳은 사악한 곳이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무시무시한 발언을 하였다. 또 그는 “122mm 대공화기로 사람들을 제거(처형)하면서 주민들에게 이런 걸 보도록 강요한다”고 하면서 조선의 인권상황을 압박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하였다.
여기에 더해 유엔은 조선 정권의 조직적인 인권유린 범죄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면서 김정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워야 한다는 강력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인권문제가 심각한 것을 추측할 수 있긴 하지만 조선의 상황이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사법재판소 운운은 과한 조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과 맞물려 미국과 미국을 등에 없는 유엔이 조선을 압박하기 위해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조선의 인권유린 상황이 보고서의 내용 그대로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반적이고 정확한 상황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이 100% 정확하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갑자기 조선의 인권을 들먹이며 핵전폭기를 연합훈련에 동원하면서 모처럼 맞이한 남북의 화해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으려는 것일까? 우선 미국은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자신의 영향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고, 한반도의 운명이 미국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시위하고 싶은 것 같다. 큰 틀에서 남과 북이 화해의 분위기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고 미국의 동의 없이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현실은 보여주려는 것 같다는 말이다. 중국의 무력확장이 미국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확장에 맞선 최일선은 한반도, 한국인데 여기서 물러나면 중국과의 기싸움에서 일단 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최근에 보도된 뉴스를 보면 미국의 재정악화로 인하여 국방부문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고 육군 규모를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소규모인 44-45만 명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주한미군의 감축계획은 없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미국의 산업이 과도하게 무기제조와 판매업에 의존돼 있는 현실을 본다면, 미국 무기 판매시장의 VVIP 고객 중 하나이면서 재고무기까지 비싼 값에 구매해주시는 호갱(후고 고객)인 한국에 화해의 훈풍이 불어오는 것이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 박근혜 정부의 체면을 적당히 살려주면서도 자신들의 의지와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며 분단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에게 북한붕괴론을 설교하면서 근본적으로는 당근보다는 채찍을 선택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이미 상당 부분 설득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통일준비위원회의 목표가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상당히 많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아무튼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많이 빨아 먹었다. 이제는 그만 하면 좋겠다. 혈맹이니 동맹이니 하면서 결국 한반도 구성원들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반도의 분단 책임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에게 군수물자 공급기지 역할을 부여하고 그로 인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엄청난 국부와 권력을 획득하게 한 것도 미국이 아닌가. 지금 일본 아베정권이 과거의 역사를 부인하고 참회하지 않으며 벌이고 있는 추악한 망발들의 제일 원인 역시 미국의 국제정책 때문인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미래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모처럼 불어온 화해의 훈풍에 찬물을 끼얹고 초를 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일본보다 더 나쁜 종자들임을 한반도 민족구성원들이 명백하게 보게 될 것이다.

2. 조선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한국 뉴스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제 막 끝났는데 조선이 단거리 미사일 4기를 발사하였다며 그 의도를 분석하는데 급급하다. 아침에 본 뉴스의 헤드라인은 북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뉴스에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시위적 성격도 있지만 발사시험일 것이라고 하였다. 시험은 시험일 뿐인데 자구 여기에 말을 덧붙이고 있다. 그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앞으로는 평화적 제스쳐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여전히 강견하고 무력적인 미사일 발사 시험 혹은 도발(뉴스에서는 실제로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을 하고 있다는 비난의 어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고 또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고 있던 날부터 시작해서 4월까지 연합훈련 키리졸브를 하고 있고 독수리훈련도 이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조선은 이 훈련이 자국에 대한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우려하면서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에는 이미 앞에서 밝힌 대로 B-52 핵전폭기가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훈련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던 애초의 발표와는 다르게 올해에도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으면서 훈련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이 그저 조선이 단거리 미사일 4기를 발사했고 그 의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비난성 혹은 선정적 분석을 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사일 발사는 이미 스스로가 언급한 대로 시험적 성격이라고 했다. 물론 시위적 성격도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정치와 군사부문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둘 사이를 전혀 별개의 것으로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선이 이산상봉 전후로 이런 시험을 한다고 비난하지만 한국은 한국대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산상봉과 관계없이 최첨단 무기를 들여올 계획이라는 뉴스가 일년 내내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이산상봉은 이산상봉이고 군부의 일정표는 군부의 일정표대로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명백하다. 한국은 이산상봉 기간에는 훈련을 하지 말라는 조선의 요구를 묵살하고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았으며 강행했다. 한국 스스로가 이산상봉 문제와 군부의 문제를 연관짓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해놓고서 조선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자꾸 이상한 구도로 몰아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현재의 정세를 면밀히 분석하고 어떤 것이 민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것인가 제대로 선택하여 조용히 넘어갈 것은 조용히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 어떤 과정과 목적도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보다 우선적일 수 없다. 정책이나 언론의 보도도 이 원칙을 따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