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연일 화제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 내에서만이 아니라 다보스포럼 및 스위스 국빈방문 자리에서도 ‘통일은 대박’이라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였다. 이 발언은 그동안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환기시키며 통일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대체 왜 ‘통일이 대박’이냐, 이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통일을 염두에 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나 그 과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언급이 빠져 있다. 이를 두고 조선은 통일 대박 발언이 ‘급변 사태에 기대를 건 흡수 통일의 망상이 깔려 있다’고 비판하였다. 조선이 무슨 말을 하던 그건 그들의 선전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 적지 않은 한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 역시 이 발언이 흡수통일이라는 방식과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흡수통일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썩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나의 견해는 나의 지난번 글에 밝혔다. 한겨레의 시론에서도 김계동 교수가 잘 정리해 주었다.(한겨레 기사 원문 보기)

사진은 한겨레에서 퍼왔습니다. 클릭하시면 기사원문으로 이동합니다. 흡수통일과 맞물려 있는 붕괴라는 개념 역시 모호하기 짝이 없다. 한 국가가 붕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의 보수적 언론들은 연일 북한 붕괴임박설을 마치 진실인양 떠들어대지만 과연 지구상의 국가 중에 붕괴한 전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더 이상 살 수 없는 태평양 상의 섬나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자기 국토를 버리고 결국 난민이 되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과연 국가가 붕괴한 적이 있는가?

내가 40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지만 국가가 붕괴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정권이 넘어간 경우는 봤다. 또 국가가 가난해서 살기 어려워 도움을 받는 경우, 내전이 일어나 혼란스러운 경우도 봤지만 국가가 붕괴하여 지구상에서 없어져 버리는 경우는 보지 못하였다. 냉전시대에 소비에트연방이 무력으로 주위의 동유럽 국가들을 잠식하여 연방에 흡수한 경우는 있었지만 결국 하나 하나 독립을 쟁취했다. 핀란드인가는 국가재정이 파탄 나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고 들었다. 국가가 돈이 없어서 정부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 것 같은데 여전히 핀란드라는 나라는 존재한다. 방글라데시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라는 소리를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방글라데시도 존재한다. 바로 몇 년 전에 튀니지에서 자스민 혁명이 일어났고 그 혁명의 여파가 인근 국가로 전해졌다. 리비아와 이집트 사태가 터지면서 그 나라들은 곧 망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국가들은 살림살이가 어렵기는 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붕괴라는 개념과 가장 유사한 예는 동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독의 경우는 붕괴와 흡수가 동시에 이뤄진 경우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의 통일을 통일독일의 경우로 상정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독의 경우가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큰 논란거리임에는 분명하다. 동독의 붕괴가 세계 역사에서 일반적 현상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 국가가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떻게 가능할까? 회사는 망하면 없어지겠지만 국가가 망해서, 붕괴돼서 없어지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없다! 회사가 망하면 경영주가 바뀔 뿐 그 자산은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경영주에게 넘어가 실체는 보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붕괴라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전례도 거의 없는 단어와 개념이 아무렇지도 않게 조선에만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적인 선전과 선동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북한붕괴’라는 기대감이 정치권에서는 현실인 양 평가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전문가 집단에서 조선의 붕괴는 전혀 고려조차 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잘 다져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갑자기 한국에서 ‘북한 붕괴임박설’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장성택 숙청 사태 때문일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권력기반이 빈약한 통치자가 과연 제 멋대로 권력 실세를 숙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식적인 분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붕괴임박설이 터져나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담은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 북한 전문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느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원로 국제정치 학자들이 탈북한지 10년이 넘는 탈북자를 불러놓고 시중에 떠도는 말도 안되는 궤변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딱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은 국제정치 학자들이 정책보고서를 쓴다. 그게 현실이다…’

북한붕괴? 이런 걸 믿고 기다리면서 정치를 한다니 참으로 한심스럽고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