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 계절에는, 이른바 ‘크리스마스와의 전쟁’(War on Christmas)이 벌어진다. 설문조사회사인 ‘퍼블릭 폴리시폴링(Public Policy Polling)에 의하면, 많은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전쟁‘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으며, 47%의 응답자는 실제로 ’크리스마스에 대한 전쟁‘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이란 12월 25일의 ‘크리스마스’ 명절에서, 기독교적 색체인 ‘크리스마스’란 용어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장식 등 모든 기독교적 표현을 다 없애자는 세력의 도전을 말한다.

미국 무신론 단체 중, 가장 세력이 큰 단체는,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FFRF)인데 그들은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와의 정쟁’을 선포했다. 이재단의 회장인 댄 바커는 전직 목사였는데, 어떤 계기로 무신론자가 되어, 재단을 설립하고, 현재는 미국사회 내에 있는 각종 기독교적 요소를 제거하려고, 법적 소송 등을 펼치고 있다.

그는 12월의 크리스마스 절기에서도 기독교적인 모든 표현을 없애고, 대신 ‘동지’축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캠페인을 맹렬히 전개하고 있다. 바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이전부터 인류는 동지를 기념해 왔다. 인류에게서 자연발생적인 이 축일을 앗아간 기독교인들은 침범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단체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동지 카드’로 바꾸어야 한다며, 14종의 ‘동지 카드’ 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동지 축제를 지키자는 운동은 호응을 받고도 있다. 영국의 한 소도시도 크리스마스를 동지 축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교분리에 관한 수정헌법 제1조의 내용을 근거로 이들은 또한 관공서 및 공공장소 또는 공립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장식물 설치를 모두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할리데이(holiday) 트리’라고 부르자고 한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로드 아일랜드 주지사 링컨 새피는 그의 주의사당에 설치된 ‘트리’를,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라 ‘할리데이트리’라고 불러 주민들에게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리노이주의 앨십(Alsip) 시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도시의 급수 타워에 불을 밝힌 십자가를 설치해왔는데, 한 무신론 단체의 소송으로 위헌 판결이 나와 도시의 오랜 전통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와같이 ‘크리스마스’에서 기독교적 색깔을 없애고, 단순한 ‘할리데이’(holiday)나 동지 축제로 바꾸자고 하는 주장에는 근거가 아주 없는것은 아니다.

옛날 이집트나 로마제국에서는 기원전부터 12월 ‘동지’계절을 전후하여, ‘농신(農神)축제’(Saturnalia) 혹은 ‘무적의태양신(Sol invictus) 축일’등을 축제로 지켰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태양신 축제를 전국민적으로 여러날 대대적으로 지켰다.

기원 313년 컨스탄틴 황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종교로 자리잡게 되자, 당시의 황제나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교도들의 국민적 문화나 축일등을 없애지 않고 기독교의 절기와 접목시키는 일종의 ‘토착화’작업을 시행하였다.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이 태양신 축일 혹은 동지축제와 결부시킨것도 그중 하나였다.

본디 초기 기독교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의 탄생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예수의 생일은 역사적으로는 잊혀져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자, 로마 황제의 생일도 경축일인데, 하물며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져, 예수 탄생일을 경축일로 제정하게 되었다.

자연히 기존의 동지를 전후한 ‘태양절 축일’을 예수탄생 경축일로 정하는것이 적합한 것으로 여겨져, 당시의 ‘동지’날인 12월 25일을 예수탄생일로 정하게 된것이다. 그것은 예수그리스도가 태양과 같이 사람과 만물에게 빛이 되고 생명의 근원이 되는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댄 바커의 무신론협회는 이런 점에 근거하여, 12월 25일은 본디 예수 탄생일이 아니고, 로마제국 시대의 동지 축일이므로, 이 날을 ‘동지 축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수의 진짜 탄생일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많은 설들이 있어 왔다. 일찍이 알렉산드리아의 감독 클레멘트(기원 215년경)는, 11월 18일이 예수의 탄생일이라고 말했다. 기원 243년경 쓰여진 북 아프리카의 ‘De Pascha Computus'에는 3월 28일로 기록되어 있다. 미 캐톨릭대학교의 성서학 교수 Joseph Fitzmyer 는 예수의 탄생일을 BC 3세기의 9월 11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설들이 있지만, 분명한것은 예수의 진짜 탄생일은 잊혀졌다는것이다. 그래서 기독교 교파중 예수의 재림을 강조하는 어떤 교단은 크리스마스를 지키지 않는다. 마사츄세스의 청교도들도 1659년부터 1681년까지는 법적으로 크리스마스 경축을 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로마에서, 교황 율리오 1세가 기원 350년에, 12월 25일을 예수 탄생일 즉 크리스마스로 선포한 이래, 인류역사에서 크리스마스 축일은 약 1,700년 동안 지켜 내려 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뿐 아니라 오늘날 많은 세계 국가들도 크리스마스를 국가 공휴일 혹은 경축일로 정하고 있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기독교인들만의 축일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경축은 인류사에 문화와 전통 및 역사로 뿌리잡고 있다. 그런 전통과 문화를 뒤집고, 역사를 과거로 되돌려 로마시대의 동지축일로 돌아갈수는 없는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다양화의 사회임으로, 12월 25일을 구지 ‘동지축일 혹은 ’헐리데이‘로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들의 자유 아니겠는가?

성탄절을 맞아 만왕의 왕, 구세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모두에게 넘치게 임하시기를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