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학 고전

언제 어디서나 감명 깊게 볼 수 있는 보급판 출간!

신앙과지성사

●디트리히 본회퍼

1906년 독일 브레슬리우 출생. 17세에 신학공부를 시작하여 21세인 1927년 베를린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취득.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20세기 후반기 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그는 신학적 체계와 내용보다도 순교자적 죽음으로 인하여 그의 삶과 신학이 더 빛나게 되었다. 그리스도를 고백적으로 증거하는 신앙 결단에 따라 나치 하 2차대전 중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하였다가 2년간 감옥생활 끝에 종전을 며칠 앞두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대표적인 저서로 『나를 따르라』, 『신도의 공동생활』, 『옥중서간』 등이 있으며 많은 미공개 설교문 등을 남겼다.

●이신건

서울신학대학, 연세연합신학대학원,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수학한 이신건(李信建) 박사는 서울신학대학교의 교수로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성결신학연구소(sgti.kehc.org)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칼 바르트의 교회론』, 『조직신학 입문』, 『어린이 신학』, 『인간의 본질과 운명』, 『종말론의 역사와 주제』, 『교회에 대한 오해와 이해』 등이 있고, 역서로는 『교의학』, 『칼 바르트의 정치신학』, 『고대교회와 동방교회』, 『희망의 신학』, 『생명의 샘』, 『오늘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칼 바르트의 신학묵상』, 『디트리히 본회퍼 묵상 52』, 『성도의 교제』, 『윤리학』, 『몰트만 자서전』 등이 있다.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명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모두 본회퍼와 함께 하는 신앙의 순례 길에서
그 답을 모색해 보자.

성서가 예수를 따르라고 말할 때, 이로써 성서는 모든 인간의 규례로부터, 억누르고 괴롭히는 것으로부터, 염려와 양심의 고통을 주는 것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한다고 선포한다. 예수를 따르는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벼운 멍에를 짐으로써 자신의 무거운 율법의 멍에를 벗어버린다. 이로 말미암아 예수의 진지한 계명이 무너지는가? 아니다. 예수의 모든 계명과 무조건 따라오라는 부름이 보존될 때, 비로소 인간은 예수의 사귐 속으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나를 따르라”는 부름은 그를 따르는 자를 어디로 인도하는가? 이러한 부름은 어떠한 결단과 단절을 동반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우리는 유일하게 대답을 알고 있는 자에게 나아가야 한다. 오직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이 길의 목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이 분명히 무한히 자비로운 길이 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르는 것은 기쁨이다.


머리글

교회 갱신의 시대에 성서가 우리에게 더 풍성히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교회 논쟁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일상적인 구호와 투쟁적인 구호 배후에는 예수를 향한 더 강한 추구와 질문이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오직 예수다. 예수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예수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오늘날 우리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일에 예수는 어떤 도움을 주는가? 교회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궁극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예수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싶다. 설교를 들으려고 나아갈 때, 우리가 듣기를 원하는 것은 예수의 말씀이다. 단지 우리만이 아니라 교회로부터, 그리고 교회의 메시지로부터 멀어진 모든 사람들도 예수의 말씀을 듣기 원한다.

물론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다. 비록 설교 속에서 예수 자신이, 그리고 오직 예수의 말씀만이 우리에게 들려오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말씀을 들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설교를 다시금 외면할 것이라고 말이다. 교회의 설교가 전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불순한 소리가, 얼마나 많은 인간적이고 딱딱한 율법이, 그리고 얼마나 많은 거짓 희망과 거짓 위로가 예수의 순수한 말씀을 흐려놓고 있으며, 진정한 결단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가!

그러나 오직 그리스도만을 설교하려는 우리의 설교가 남들에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설교가 그들에게는 생소한 표현들과 개념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의 설교를 비판하는 모든 말이 곧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교를 거부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참으로 그들과 교제하기를 거부하는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설교를 들으려고 교회에 나오지만, 그리스도에게 나오는 길을 우리가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그들은 슬프게 고백한다. 그들이 벗어나고 싶은 것은 예수 자신의 말씀이 아니다. 지나치게 인간적인 것, 제도적인 것, 교리적인 것이 자신들과 예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우리 가운데서 누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간단히 벗겨주는 모든 답변을 곧장 내놓으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에게 던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하나의 답변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가 혹시 특별한 표현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는가? 우리가 혹시 우리 시대, 우리 자리, 우리 사회 구조에 맞는 설교 유형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는가? 우리가 혹시 너무 “교리적으로” 설교하고, “생활을 지향하는” 설교는 너무 적게 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성서의 분명한 생각은 늘 거듭 말하기를 좋아하고, 중요한 다른 말씀들은 무시하지 않았는가? 우리 자신의 견해와 신념에 관해서는 여전히 너무 많이 설교하고,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 관해서는 너무 적게 설교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종종 예수의 말씀을 가로막지 않았는가?

만약 예수가 불렀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의 어깨 위에 더 무거운 인간의 규례를 올리고, 그래서 그들을 예수로부터 계속 몰아낸다면, 참으로 이보다 더 크게 우리의 의도와 어긋나는 것은 없을 것이며, 이와 동시에 이보다 더 심하게 우리의 설교를 망가뜨리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얼마나 조롱을 당하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일반적인 질문과 자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성서로, 말씀으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부름으로 되돌아가자. 여기서 우리 자신의 빈곤하고 편협한 신념과 질문에서 벗어나서,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선사된 넓고 풍성한 은혜를 구하기로 하자.

우리는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부름에 관해 말하려고 한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의 새롭고 더 무거운 멍에를 인간의 어깨 위에 올리는가? 여기서 우리는 영혼과 육신을 탄식하게 하는 인간의 모든 규례들 외에 이보다 더 딱딱하고 더 가혹한 규례를 추가하려는가?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부름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우리는 불안하고 상처를 입은 양심 속으로 하나의 더 뾰족한 가시를 찌르려는가? 우리는 교회사에서 불가능하고 고통스럽고 요상한 요구들을 끝없이 제시하려는가? 물론 이런 요구들을 따르는 일이 소수의 몇 사람들에게는 경건한 사치품이었을지는 몰라도, 음식과 직업과 가족을 염려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사악한 경건 행위로서 배척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땅의 형벌과 영원한 형벌로 인간을 협박하고, 구원을 얻기 위해 인간이 믿고 행해야 할 모든 것을 마음대로 명령함으로써 교회는 인간을 영적으로 지배하려는가? 교회의 말은 영혼을 지배하는 새로운 독재와 폭력을 가져오려는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종살이를 스스로 갈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교회가 이러한 갈망을 채워줄 수 있겠는가?

성서가 예수를 따르라고 말할 때, 이로써 성서는 모든 인간의 규례로부터, 억누르고 괴롭히는 것으로부터, 염려와 양심의 고통을 주는 것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한다고 선포한다. 예수를 따르는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벼운 멍에를 짐으로써 자신의 무거운 율법의 멍에를 벗어버린다. 이로 말미암아 예수의 진지한 계명이 무너지는가? 아니다. 예수의 모든 계명과 무조건 따라오라는 부름이 보존될 때, 비로소 인간은 예수의 사귐 속으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예수의 계명을 온전히 따르는 자에게, 예수의 멍에를 스스럼없이 지는 자에게 그가 져야 할 짐은 가벼워진다. 이러한 멍에의 가벼운 무게 아래서 그는 올바른 길을 줄기차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예수의 계명을 거부하는 자에게 계명은 딱딱하고, 지독하게 딱딱하다. 예수의 계명을 기꺼이 지키는 자에게 계명은 부드럽다. “그의 계명들은 무거운 것이 아니로다.”(요일 5:3) 예수의 계명은 강압적인 심리 치료와 무관하다. 예수는 계명을 지킬 수 있는 능력도 주지 않으면서 계명을 지키라고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예수의 계명은 생명을 파괴하기보다는 생명을 보존하고 강화하고 치유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이 우리를 압도한다. 오늘날 노동자에게, 상인에게, 농부에게, 군인에게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부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의 부름은 세상에서 노동하는 사람들과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감당할 수 없는 분열을 가져오지 않는가? 더욱이 예수를 따르는 것은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의 관심사가 아닌가?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다수의 민중을 배척하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멸시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바로 그래서 죄인들과 세리들, 가난한 자들과 약한 자들, 방황하는 자들과 탄식하는 자들에게 다가간 예수 그리스도의 크나큰 자비가 부인되지 않는가? 우리는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예수에게 속하는 자들은 소수인가, 다수인가?

예수는 제자들에게 버림을 받은 채 십자가에서 홀로 죽었다. 그와 나란히 십자가에 달렸던 자들은 자신의 신실한 두 제자가 아니라 두 살인자였다. 그러나 십자가 아래에는 그의 적들과 믿는 자들, 의심하는 자들과 겁쟁이들, 조롱하는 자들과 실패한 자들이 모두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에 예수는 그들 모두를, 그리고 그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자비로운 사랑은 원수들 한가운데 살아 있었다. 은혜로부터 “나를 따르라”고 부르는 자와 은혜로부터 마지막 시간에 십자가에 못 박힌 도적들을 축복한 자는 바로 동일한 예수 그리스도다.

“나를 따르라”는 부름은 그를 따르는 자를 어디로 인도하는가? 이러한 부름은 어떠한 결단과 단절을 동반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우리는 유일하게 대답을 알고 있는 자에게 나아가야 한다. 오직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이 길의 목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이 분명히 무한히 자비로운 길이 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르는 것은 기쁨이다.

교회의 결단이라는 좁은 길을 확신 있게 걸어가지만, 모든 인간을 향한 그리스도의 넓은 사랑 안에 머물러 있고, 연약한 자들과 불경건한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인내와 자비와 “사람 사랑”(딛 3:4)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오늘날 매우 어려운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우리는 인간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진지하게 따르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소서! 죄는 완전히 부인하지만, 죄인은 인정하게 하소서! 적의 모든 무기 앞에서 이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복음의 말씀을 들려주소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 11:28 이하)

차례

머리글^4
제1장
 값진 은혜 14
 뒤따름으로의 부름 35
 단순한 순종 69
 뒤따름과 십자가 79
 뒤따름과 개인 91
 산상설교 103

 마태복음 5장 그리스도인의 삶의 “탁월성”에 관해^103
1. 팔복^103
2. 보이는 교회^119
3. 그리스도의 의^126
4. 형제^135
5. 아내^142
6. 진실성^146
7. 보복^152
8. 원수 - 탁월성^160

 마태복음 6장 그리스도인의 삶의 은밀성에 관해^173
1. 은밀한 의^173
2. 기도의 은밀성^182
3. 경건 훈련의 은밀성^192
4. 근심 없는 삶의 단순함^196
 마태복음 7장 제자 공동체의 선별^209
1. 제자들과 불신자들^209
2. 거대한 분리^218
3. 결론^228

 마태복음 9:35-10:42 사도들^231
1. 수확^231
2. 사도들^234
3. 활동^237
4. 사도들의 고난^245
5. 결단^250
6. 열매^254

제2장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와 뒤따름
 앞선 질문 258
 세례 264
 그리스도의 몸 274
 보이는 교회 292
 성도들 328
 그리스도의 형상 366
 역자 후기^378
 본회퍼 연대기^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