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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기독교 국가인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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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규
(전 감신대 객원교수) |
이 주제에 대한 대답을 ‘O, X'식으로 결론내리라면,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토론을 할때, 그것은 ‘O X' 식으로 간단히 결론내릴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앨리스테어 쿸(Alistair Cooke) 이라는 영국 BBC 방송의 전설적 기자가 있다. 미국 특파원으로, 58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 ‘미국으로부터의 편지’(Letter from America)라는 주제로 매주 영국에 보내, BBC 최장수 래디오쇼 기록을 세웠다. 그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었다. “나는 60년 가까이 영국인들에게 ‘미국에는 카우보이만 사는게 아니다’는 것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세계 여러 나라 국민들중 영국인들만큼 미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영국인들은 처음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건너가서,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개척, 식민 지배를 거처, 나라를 세운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미국을 잘 모르고, 오해도 있기 때문에 쿡은 ‘미국은 이런 나라다’ 라는 것을 영국인들에게 설명하려고 거의 60년간을 ‘애썼던’것이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조차 ’나는 쿸의 ‘미국으로부터의 편지’를 통해 미국에 대하여 생생하게 많은 것을 배웠다‘ 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한데, 하물며 한국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 저마다 미국에 대하여 ‘미국은 이렇다 저렇다’ 잘 안다고 말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인 경우가 많다. 나 자신 미국에서 SMU, Princeton, Drew 등에서 공부도 하고, 미국 친구들과 사귀기도 하고, 또 38년간 살았다고 하지만, (그래서 미국을 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미국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런데도 내가 오늘 ‘미국은 기독교국가인가? 아닌가?’라는, (미국에서라면 초등학교에서나 있음직한) ‘토론’같은 제목을 새삼스럽게 들고 나온 이유는, 1월 25일자, 당당뉴스에 실린 필자의 ‘오바마대통령 취임식 유감’ 글에 대하여,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또는 ‘청교도 정신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적 국가다’라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댓글들이 실려졌고, 또 필자를 향해 ‘근본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장문의 댓글도 올려졌기 때문이다. (주.1)
1. 기독교 혹은 어떤 ‘종교’ 국가라고 분류할수 있는 ‘카테고리’
첫째로 ‘국교’채택 여부에 따라 특정 종교 국가라고 부를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이기 때문에 (현재 세속화된 사회일지라도) ‘기독교 국가다’라고 말할 수 있으며, 태국은 불교가 국교임으로 ‘불교국가’라고 불린다. 그러나 미국에는 처음부터 국교란 없었다. 따라서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둘째로,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인구수’에 따라 통상적으로 특정 종교 국가로 불릴 수도 있다. 스웨덴은 현재 국교가 없다. 그러나 인구의 거의 90여%가 개신교 ‘복음주의 루터파’교인이기 때문에, 스웨덴은 개신교 국가라고 한다. 프랑스도 현재는 국교가 없다. 그러나 인구의 대부분이 캐톡릭 교인이기 때문에 ‘캐톨릭 국가’로 분류된다. 중동의 여러 이슬람 국가들과는 달리, 터키는 국교가 없는 나라다. 그렇지만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 신봉자이기 때문에, (세속국가이지만) 터키도 ‘이슬람국가’ 범주로 분류된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미국은 어떤가? 미국인구 중, 구교, 개신교, 기타 군소교단 합해서, 1990년도에 인구의 약 86%가 기독교인으로 자기를 나타냈다. 2012년도에는 73%다. (Aris, American Religious Identification Survey) 물론 미국은 세속주의가 팽배한 사회이다. 하지만 이런 인구별 구분법으로 보면, (현재까지는) 미국은 여전히‘기독교적(的) 국가’의 범주에 들어갈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로, ‘문화권’으로 분류해 볼수도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 있는 중동의 여러 나라들은 ‘이슬람 국가’로 불린다. 동양에는 불교문화권 국가들도 있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기독교문화권이다. 미국도 문화권으로 분류하면 기독교 문화권으로 볼수도 있다. 물론 미국인들 중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외부에서 다른 나라사람들이 그렇게 본다. 그래서 이슬람 테러리스들이 미국을 적대시하기도 한다. 또한 건국의 역사, 사상, 문화, 전통, 풍습, 언어 등에서 어떤 특정종교가 ‘바탕’이 되고, 크게 영향을 주었다면, 역시 그 특정 ‘종교적’ 국가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2. 미국에서 볼수 있는 기독교적 역사, 문화, 풍습, 전통 등을 간단히 예로 들어보자.
우선 미국국민에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3대 명절은 무엇인가? 부활절,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로서 모두 기독교에서 온 것이다. 특히 ‘추수감사절’은 뉴잉글랜드의 ’필그림 파더스‘(Pilgrim Fathers:흔히 청교도라고 하지만 그들은 부리주의파들이다.)들이 시작하여, 후에 공식으로 제정된 미국에만 있는 공식 명절이다. 일요일을 ’안식일‘로 쉬는 법을 각 주가 채택하여,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Blue Law' 도 시행되었었다.(주.2)
기독교의 ’절제운동’(temperance movement)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었고, 아직까지도 어떤 시골의 카운티나 시티는 ’금주‘(Dry)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른바 1, 2차 ‘대각성운동’(Great Awakening Movement)은 미국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공립학교에서 기도, 성경교육, 기독교적 가치와 윤리 등을 가르침으로 공교육을 통해 ‘기독교적 문명’을 건설하려고도 했다.(주.3) 가난한자, 장애자, 고아, 과부등 사회에서 고통받고 소외된 자들을 구제하고 돕는 ‘자선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지금까지도 ‘자원(Volunteer)활동 정신’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취임식에서는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목사가 기도와 축도를 한다. 그 근원과 정신이 무엇인가? (앞으로 ‘만일’ 미국에 이슬람교인이 대부분이 되어지고, 이슬람신자 대통령이 배출된다면, 코란에 선서를 하고 이슬람교 ‘이맘’이 알라에게 기도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최근에는 종교다양성 시대가 되어, 미의회 의원 중, 최초로 힌두교인이 당선되어 힌두교경전에, 이슬람신자 의원은 코란에 손을 얹고 선서한 일이 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지금까지 기독교 성직자가 기도(invocation) 와 축도(benediction)를 하는것은 바로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 온 전통인 것이다.
모든 화폐에 적혀있는 표어, 'In God We Trust'의 ‘God'은 무엇인가? 이신론(Deism)에서 이해하는 신, 혹은 모든 신들을 지칭한다고 보는가? ‘해석’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국 의회에서 그 표어를 채택할 때,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바로 그 당시 미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믿고 있는, (성경에 나와 있는)’하나님‘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소문자 'god'이 아니고 대문자로 시작하는 ’God'이다.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외우는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에 나오는 ‘하나님 아래“ (‘One Nation, Under God')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공직자뿐 아니라 법정에서의 증인선서도 성경에 손을 얹고 했었다.
S.M.U.의 교수였던 포이츠라스 박사는 “미국 역사, 예술, 문학 등에는 3대 ’죄책감‘이 늘 등장한다. 1)원주민(인디언) 학살, 2)흑인노예, 3) 같은 국민끼리 싸운 남북전쟁에 대한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기독교적 가치, 문화에 기인한 것이다.”라는 말도 했었다. 일본은 그런 기독교적 가치와 문화가 없기 때문에 과거의 만행에 대하여 죄책감이나 사과 표현이 없다. 하지만 기독교적 가치와 문화를 가진 독일은 나치 만행에 대하여 계속 ’죄책감‘과 사과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3. 미국을 시작한 두‘뿌리’
미국은 남쪽의 ‘제임스 타운(James Town) 과 북쪽의 ’플리머스(Plymouth)에서 시작이 되었다. 북쪽, 뉴잉글랜드에 처음 상륙했던 ‘필그림 조상’(한국에서는 흔히 청교도라고 부름)들은 신대륙에 하나님이 다스리는 ‘하나의 기독교 미국’(A Christian America)을 건설하려했다.(주.4) 왜 미국역사가 그들을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라고 부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주홍글씨, 마녀사냥등 부정적인 면을 들추며 기독교 정신으로 시작한게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으나, 독일이 천인공노할 나치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해서, 독일을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독일은 지금도 국민 대부분이 ‘종교세’를 내며, 목사는 공무원처럼 국가에서 봉급을 준다.)
1607년, 남쪽, ‘버지니아’(Virginia)에 처음 상륙, 정착촌을 건설하여 미국에서의 ‘대의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운 ‘제임스 타운’(James Town)의 ‘영국교회’ 교도들은 산업을 개척 발전시켜 돈을 벌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동시에 분명히 신대륙에 ’기독교 전파‘도 하나의 목적으로 삼고 왔다는 것이 역사에 분명히 있다.
이 두 개척 건국 조상들, ‘필그림 파더즈’(청교도)들에 의해서 ‘이상’(理想)되어온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미국건설’, 그리고 제임스 타운에서 시작된 황금만능주의, 세속주의는 미국 사회와 문화의 두줄기 ‘뿌리’이다.
4. 들어가는 말
나는 ‘오바마 대통령취임식 유감’ 칼럼에서 미국을 ‘기독교 국가’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또한 ‘미국이 기독국가인가 아닌가’하는 문제를 논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기도담당자‘가 그 순서를 맡기에 적합한, 자격있는자인가 아닌가하는 하는 요점을 피력한 것이다. 나의 주장은, ‘미국은 역사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물론 두뿌리 중 하나이지만) 시작되었고, 미국을 세워나간 주류층이 ’WASP‘이고, 현재도 인구의 대부분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해온 대로, 적어도 대통령 취임식 기도는 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는 성직자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주장을 편 것뿐이다.
흔히,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가, 아니가?’ 논쟁에서, 1796년의 ‘트리폴리 조약’이 인용된다. “미국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도 기독교 종교위에 세워지지 않았다”(As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s not , in any sense, founded on the Christian religion,....). 이것은 이슬람쪽 사람들과 미국이 처음 맺었던 조약인데, 이슬람 사람들의 ‘반 기독교’정서를 감안하여, ‘미국 정부’는 ‘기독교라는 종교’위에 세워지지는 않았다는것을 강조한것이다. (주.5)
트리폴리 조약이 보여주듯이, 미 합중국(연방)정부는 분명히 기독교 종교에 의해 세우지지 않았다. 독립선언서, 헌법에 의해서 13개주의 대표들에 의해 세워졌다. 따라서 미국은 분명히 ‘기독교’라는 종교 국가는 아닌것이다. 한국강단에서 아직도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기 때문에 축복받았다’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그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미국을 개척하고 기초를 닦은 처음 조상들은, ‘필그림 아버지’들과 영국교회 교도들이이었고, 그리고 역사를 꿰뚫고 내려온 기독교 신앙의 뿌리와 영향을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는 급격히, 미친듯이 변해가는 세상이다. 과거에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돌아가게 하던 ‘메가트렌드’같은 것은 더 이상 맥을 못추는 (work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마크 펜의 말대로 복잡하고 설킨 수많은 ‘마이크로 트렌드’들에 의하여 세상이 매일 매일 변하고 달려가고 있다. 미국에서 이제 기독교라는 ‘메가트렌드’는 더 이상 국가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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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신학적, 혹은 신앙적 경향에 대하여 말한다면, 근본주의(fundamentalism), 보수주의(conservatism), 복음주의(evangelical), 온건주의(moderates), 자유주의(liberalism), 급진주의(radical) 등을 들소 있는데, ‘근본주의’와 ‘복음주의’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근본주의의 대표적 인물은 맥킨타이어같은 사람이고, 복음주의의 대표적 인물은 빌리그레이엄, 릭 워런 같은 목사이다. 필자 자신은 ‘근본주의자’가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자유주의적 (liberal) 경향의 교수들이 대부분인 S.M.U.와 Drew 출신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바 마의 개혁정책(성 정체성 관련 정책, 총기규제 등)에 찬성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주. 2) Texas 같은 보수적인 주는 1980년대 초까지 ‘Blue law"가 계속 시행되었었다.
주.3.)텍사스에서 필자가 75년도에 살 때, 모든 공립학교에서, ‘기도’로 수업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주.4) Robert T. Handy, ' A Christian America' , Oxford University Press, Oxford, New York, 1981
주.5) 북 아프리카 지역의 해적문제로, 트리폴리에서 1796년 11월4일에 체결되고, 다음해에 애덤스 대통령에 의해 서명됨. 그 당시 해적들은 포로들의 몸값을 엄청나게 요구했을 뿐 아니라 포로들을 종신 노예로 팔아먹었으며, 특히 기독교인 포로들의 학대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였음. 이런 배경 하에서 나온 조약 문구임도 감안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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