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만남에서 너는 장로교 목사로서 네가 받아들이고 있는 바를 그대로 고수하며 나의 주장을 반박했다. 네 주장의 요지 중 하나는 언약과 선택이 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곧 언약이 선택보다 더 넓다는 것이었다.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를 미워하셨다는 말씀(말 1:2-3)이 근거였다. 그래서 선택을 받았지만 에서에 해당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은 야곱에 해당되는 이들과 달리 영원한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로교의 성도의 견인은 옳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령님의 조명의 교회 역사에서 지속되었는데, 나의 주장은 그것을 벗어나 있기에 내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몇 자 적는다.

예수님 당대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조상들의 유전을 앞세워 예수님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했다. 조상들의 유전이 틀릴 리가 없다는 확신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오늘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성경 해석 원리의 하나로 이야기되는 신앙의 유추는 그러한 행태가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나는 네게서도 그러한 가능성을 본다. 그날 넌 네 입장에서 내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것에만 집중하였다. 내가 너의 주장에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글로 생각을 전하는 게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는다.

첫째, 언약과 선택이 그 범위에 있어서 다르다, 언약이 선택보다 더 넓다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의 근거는 에서였다. 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쉽게 답할 수 있다. 물론 너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말이다.

난 성경 어디에서도 에서가 하나님과 언약 관계가 맺어진 언약의 백성이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없다. 혹시 너는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으면 한번 알려주라.

네 주장이 성립되려면 그가 언약 관계가 맺어졌어야만 한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 주장에 따른다면 그가 선택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언약에는 해당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둘째, 할례와 세례에 관하여

난 할례와 세례가 의미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할례는 하나님과 언약 관계가 맺어진 이들에게, 세례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외적인 표다. 성경은 일관되게 그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언약 관계가 맺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할례가 시행되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인치심은 아니다. 이스마엘과 에서가 그에 해당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 세례가 행해졌다면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교회 역사 안에서 지속되어왔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 할례나 세례를 기록하고 있는 구절들에 받을 자격이 없는 이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약 관계가 맺어진 것이 확실하다면 그때의 할례는 바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면 그때의 세례도 마찬가지이다.

언약 관계가 맺어진 이스라엘의 할례에 대해 성경에서의 할례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거부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이고? 출애굽의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받은 할례에 대해 선행된 언약 관계에 대한 인침으로 보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고? 이미 그렇게 보고 있는 관점을 집어넣었기 때문일 뿐이다.

홍해 도하를 세례로 설명한 바울 사도의 글에 대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된 세례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이 일관되게 출애굽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진술하고 있고 홍해 도하를 세례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그 세례에도 받을 자격이 없는 이들이 받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단 말이고?

셋째, 홍해 도하 후의 이스라엘- 중다한 잡족 포함-에 대해

그날도 이야기했지만 열 재앙과 홍해 도하를 경험한 이들이지만 그들 중에는 참 신에 대한 고백이 아니었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출애굽의 이스라엘과 중다한 잡족은 애굽에서 열 재앙을 겪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고 중다한 잡족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들은 애굽에서 불러내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받아들였다. 애굽에서 소유했던 재산과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애굽을 떠났던 것이다. 애굽에 남아 있었던 무리들과 달랐다. 이스라엘과 중다한 잡족은 뒤좇아오는 애굽 군대의 위협 가운데서 홍해가 마르고 자신들은 안전하게 건넜지만 뒤좇아오던 애굽 군대는 수장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 일을 행하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부르심의 역사가 맺은 열매였다. 불가항력적인 효력있는 부르심의 결과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믿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 중에 어떤 이들은 실제로 믿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고?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효력있는 부르심을 네 임의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중선택사상으로 성경을 읽은 결과이다. 나는 네가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게 되기를 바란다.

너의 관점에 의하면 기생 라합의 고백이 인정받은 것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냥 그녀의 고백은 진정한 것이었고 홍해 도하 후의 이스라엘 중에서는 그녀와 다른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가?

라합의 고백에 대한 성경의 진술이 하나님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면 홍해 도하 후의 “하나님과 그 종 모세를 믿었더라”도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라합은 진짜고 홍해 도하 후는 어떤 사람들에게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중선택 사상으로 그 본문을 읽었기 때문일 뿐이고.

내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과연 과거의 이스라엘이 너처럼 그 본문을 읽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일차 독자 중에서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서 그러한 독법이 없었는데, 몇 천년이 지난 후에는 그렇게 읽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