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볼일이 있어 LA에 있는 총영사관에 갔다가 건물입구에 붙은 ‘오늘은 한국의 00 공휴일이어서 휴무입니다’ 라는 안내문을 보곤 다소 황당한 기분으로 돌아선 일이 있다. ‘참 좋은 직장이군 미국공휴일 한국공휴일 모두 쉬니 얼마나 좋은 직장인가....’ 당시 느꼈던 생각이다.

미국속의 한인동포사회에선 일부 사람들이 일을 처리함에 있어 미국법이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한국법을 적용하려 들고 한국법이 불리한 경우에는 미국법을 적용하려 들어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미국에 살고 있으니 미국법이 우선이고 한국법이 앞 설 수는 없지만 무언가 사소한 이익에 혹은 심정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경우에 이처럼 편리한대로 적용을 시키는 것이다.

일례를 들자면, 일부 한국인 업주들은 고용한 직원에게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는 것에는 아주 인색하면서도 상습적으로(위법적으로) 과외 일을 시키려 든다. 그런 업주들일수록 직원이 시간에 맞추어 ‘칼퇴근’이라도 할라치면 아무리 미국 땅이라지만 예의도 없고 인정도 없다는 둥 불평을 일삼는다. 그들은 자신의 사업장에 미국인 직원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든 정확히 시간을 적용시키면서도 한국인 직원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 더 원망을 듣는다.

반대로 일부 한인들은 자신이 직원인 경우 ‘칼퇴근’이 당연한 권리임을 내세우며 하던 일에 마무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마치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정확한 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리곤 업주가 섭섭한 눈치라도 보이면 돌아서서 ‘시간외 수당을 쳐서 준다고 미리 말을 하던가.....’하면서 분노를 표출한다.

이와 같이, 따지고 보면 미국법이든 한국법이든 이를 적용하려는 것은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거나 내게 닥칠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하나님의 법은 철저히 나의 양보와 희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잘 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너희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는 하나님의 법이 바로 그렇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따지고 보면 누군들 하나님의 법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참으로 묘한 역설은 낮아져야 높아지고, 버려야 채워지고, 죽어야 사는 하나님의 법이야말로 사람에게 참 자유와 평강과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이를 맛본 사람들이 바로 크리스천들이다. 그래서 이 땅의 크리스천 들은 날마다 하나님의 법을 묵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한편 일반 사람들이 하는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은 그 방향이 남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크리스천의 경우 ‘법대로 합시다!’는 그 말은 곧 자신을 향하는 말이 된다. 가리키는 방향이 정 반대인 것인데 그러기에 위의 역설이 또한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땅의 크리스천들은 오늘도 자기 자신을 향해 외친다. ‘법대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