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언약의 한 부분인 율법

율법은 시내산 언약의 한 부분이다. 시내산 언약의 핵심이다. 시내산 언약이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시고 시내산 앞에서 그들과 맺은 언약을 가리킨다.

율법은 천사들로 말미암아 모세를 통하여 하나님의 옛 언약의 백성에게 주어진 계명이다(갈 3:19). 율법은 이집트에서 나온 후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계명이다. 이집트에서 나오는 조건은 아니었다.

이집트에서 나오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부르심을 통한 하나님의 구원을 가리킨다.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역사로 행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이후에 홍해를 건너는 사건은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세례였다(고전 10:2).

이집트에서 나오는 것은 신약 시대에 죄로 죽었던 인생을 하나님께서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부르시고 구원하시는 것에 대한 예표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홀로 십자가에서 피를 쏟으시고 그 피를 값으로 죄에서 구원받도록 하시는 것에 대한 예표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얻는 이들에게는 하나님의 구원의 외형적인 표로서 세례가 베풀어지게 된다.

예표란 예표하는 것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면 성립되지 않고 차이가 없을 때에 성립된다. 출애굽의 구원과 홍해 건넘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과 세례와 질적인 차이가 없다. 동일한 하나님의 구원이다.

율법은 불가항력적인 부르심을 받은 백성들에게 하나님과 계속적으로 교제하는 방편이었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백성들이 온전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움을 입는 길이었다(출 19:5-6).

죄와 사망의 법을 이기는 방편인 율법

율법은 옛 언약의 백성들, 우상 숭배의 죄와 이집트인의 압제에서 고통당하는 자리에서 구원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와 사망의 법을 이기는 방편이었다. 그 당대에 율법을 지킨다는 것은 죄와 사망의 법을 허물고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며 확장하는 방편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하나님의 언약을 지키면 열국 중에서 하나님의 소유가 되고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된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공허한 선언이 아니다. 율법은 이스라엘이 생활에서 죄와 사망의 법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회복된 관계를 누리는 방편이다. 은혜인 것이다.

죄와 사망의 법이란 그 아래에 있는 것이 죄이며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법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다 지켜서 구원을 얻을 수 없고 죄를 알게 하는 율법을 죄와 사망의 법으로 연결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율법 아래 있으면 죄이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 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주시며 지키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스라엘이 죄 가운데서 죽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된다. 율법을 지키면 죄이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율법을 받은 이스라엘이 그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죄이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죄와 사망의 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네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을 저버림, 진리를 거짓 것으로 대체함, 순리를 버리고 역리를 따름, 구체적인 여러 윤리적인 범죄들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연약함으로 인해 율법으로는 죄와 사망의 법을 이기지 못하였다. 율법이 은혜이었지만 강력함에 있어서 미약한 은혜이었던 것이다. 옛 언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죄와 사망의 법으로 끌려가는 자신에 대해 죄 용서를 받는 것이 가능하였지만 제사 의식을 행해야 했다. 그뿐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는 능력은 없고 스스로 돌이키고 죄와 사망의 법을 이겨야 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연약하여서 율법 아래에서 죄와 사망의 법을 이기지 못하였다.

율법의 각 조항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지만 완전하지는 못하였다. 연약한 인생이 그 율법의 사랑을 온전히 실천하며 죄와 사망의 법에서 자유할 수는 없었다.

초등교사인 율법

율법은 초등교사이다(갈 3:24). 율법으로는 연약한 이스라엘을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키지 못하였기에 유대인들은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킬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게 된다. 율법은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키는 메시야와 그분의 법을 바라보게 하는 방편이었다.

초등교사로서 율법에 대한 바울 사도의 진술(갈 3:23-29)은 많은 경우에 오해되고 있다. 바울 사도는 그 진술에서 주어를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와 너희이다. 너희는 바울 사도의 편지를 받는 갈라디아 교회를 가리킨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다. 우리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다. 여기에는 유대인들도 내포되어 있다. 초등교사는 너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우리와만 상관이 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유대인과만 상관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계속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더 이상 초등교사 아래 있지 않다. 율법은 옛 언약의 백성들이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게 하는 초등교사이다. 율법은 약속하신 자손이 오시기까지만 있을 것이었다(갈 3:19).

비록 죄를 죄라고 밝히고 죄 사함의 길이 내포되어 있지만 여전히 죄와 사망의 법에서 인생을 해방시킬 능력은 완전하지 못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초등교사이다. 아예 율법 아래 있지도 않았던 이방인에게는 율법이 초등교사의 역할을 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거듭난 이방인들에게는 초등교사 자체가 필요치 않다(갈 3:25-26). 율법은 옛 언약의 백성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로서 하나님과의 사귐을 즐기면서 구원자를 바라게 하는 은혜의 방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