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깝고도 먼나라... 바로 조선이다.

인도지원사업 때문에 조선에 방문하다보면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업협의는 보통 개성공단, 개성시내에서 하는데 집에서 출발하여 개성 협의장소까지 가는데 세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서울 은평구 집에서 파주 출입관리소까지 가는데 약 50분이 걸린다. 출입관리소에서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약 30분, 출입로의 철문이 열리면 자동차로 이동하는데 개성의 조선측 출입사무소까지 가는데 대략 10-15분이 걸린다. 시속 40-6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린다. 개성 출입사무소에서 마중나온 사람들과 만나고 차량 수색을 마치면 다시 차로 이동, 개성공단과 개성 시를 막는 검문소를 지나면 도로포장이 좋지 않은 길을 따라서 약 20분정도 더 간다. 그러면 보통 남과 북이 사업협의를 하는 개성의 민속려관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이때가 대략 열한 시가 안 된 시각이다. 집에서 8시에 출발하여 세 시간이면 개성시내에 도착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도 남북의 수속절차를 밟는 시간을 제외하고 차를 타고 달리는 시간만 친다면 더욱 짧아진다.

그러나 평양을 들어갈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육로로 가지 못하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아침에 인천공항에서 북경 혹은 심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일단 중국에 입국을 한다. 북쪽의 업무를 보는 조선계 중국인을 만나 비자를 받고 점심을 먹고... 오후 세 시 경에 평양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 과정은 중국에서 출국하는 과정이 되기 때문에 다시 수속을 밟아야 한다. 그렇게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면 오후 다섯 시, 조선 입국 수속을 밟고 숙소에 도착하면 대충 여섯 시를 넘게 된다. 평양에서 개성으로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면 세 시간 가량 걸린다고 한다. 그것도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육로로 넉넉잡고 여섯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한나절을 꼬박 걸려야 갈 수 있다.

매번 평양 방문길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왜 이렇게 시간과 돈을 허비해야만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러나 이것이 분단된 민족의 업보일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 긴 여정을 굳이 말한 것은 남과 북의 지리적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또 현실적 거리가 얼마나 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거리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멀기만 하다. 그리고 이 멀기만 한 정치적 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한참 말이 많은 중국의 탈북자 북송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보수적인 언론은 조선의 주민들이 얼마나 비참한 인생을 사는가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예를 들면 변방지역의 식량난이 심각하여 사람을 잡아먹기도 한다는 것이 그렇다. 이런 류의 이야기의 출처는 대부분 탈북자들에게로 돌려진다. 기아가 심가해서 인육을 먹는다는 것은 성서에도 나온다. 신의 뜻을 거스른 예루살렘성은 외국의 침략을 받아 장기간 포위를 당하게 된다. 식량의 외부유입이 불가능해지자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다가 결국 서로의 자식을 잡아먹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비둘기 똥까지도 돈을 주고 거래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심각한 기아상황은 신의 형벌이었다. 기독교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선이 신의 형벌을 받고 있다고 연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한국인, 우리 자신이라면 자식을 잡아 먹고 인육을 뜯어 먹게 될까? 차라리 사람답게 굶어 죽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그렇다면 조선인들도 그렇다. 같은 핏줄을 나누고 같은 심성을 가진 동포이기 때문이다. 비단 인육을 먹는다는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오늘도 신문을 펼쳐 들면 조선에 관한 온갖 흉흉한 소문들이 탈북자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탈북자들을 조선에 북송함에 따라 그런 흉흉한 소문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뭔가 미심쩍다. 탈북자(새터민) 관련해서 언론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중에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탈북했다가 잡혀 북송되면 장기간 강제부역을 하면서 신발도 못 신고 식사도 감자인가 옥수수인가 한 덩이 겨우 얻어 먹거나 총살 당한다고 탈북자들의 이야기라며 보도한다. 그런데 하국 언론에 보도된 탈북자들의 면면을 보면(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탈북 경험이 두 세번씩 된단다.그렇게 혹독한 처벌을 받고도 기꺼이 다시 탈북하려는 용기를 낸다는 것이 놀랍다. 빠삐용도 이런 처지라면 탈옥의 의지를 꺾을 것 같다. 그럼에도 탈북자들은 몇 번의 탈출과 체포, 투옥과 고된 노동을 극복하고 다시 탈북하여 성공하였다는 논리이다.

이 말은 결코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유를 찾아 탈북하신 분들의 고행을 폄하하거나 비아냥 거리고자 함이 아니다. 보수적 언론의 보도는 잘못되었거나 과장되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생산해내는 정보가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모순적인가에 대해 그들은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탈북자 자신들 조차 전적으로 이런 정보들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사회에서 탈북자들이 제대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좀더 넓게 보면 탈북자들의 인권을 매도하고 인겨들 모독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의도는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보수적 정치인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 껀수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헤매다가 탈북자 북송 건을 발견하고 눈을 번뜩거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벌떼 처럼 들고 일어나 '생명을 걸고 탈북한 이들을 다시 북송하는 중국의 행태에 왜 진보세력은 침묵하고 있느냐'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매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탈북자 북송에 침묵하고 있는 진보세력 혹은 소위 종북, 친북세력을 두드려 팰 좋은 기회로 잡은 것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라,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떠들어 대는 것이 정말 탈북자를 위한 좋은 일일까? 현재 중국의 탈북자 북송 상황이 매우 안타깝고 아쉽기는 해도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는 것은 탈북자들을 두번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다.

어떤 탈북자는 지금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시끄러운 상황은 잡혀서 북송된 이들의 재탈북을 어렵게 한다는 말도 한다. 중국은 이미 한국이 북송 문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이다. 가장 꽉 막힌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과 조선을 상대로 하는 보수세력의 시위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시위일뿐 현실적으로 변화를 생산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게 낮은 가능성 때문에 지금 그 난리를 친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 시위의 상대가 정말 중국이고 조선인지는 묻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유권자들이 아닐까?

한국의 보수세력이 득달같이 일어나서 왜 진보세력은 탈북자 북송에 침묵하느냐며 윽박지르고 있지만... 어쩌면 가만히 지켜보는게 도와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얼굴도 이름도 없이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중국땅에서 고군분투하던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은 더욱 좁아졌을 것이다. 사태가 커진게 아니라 사태가 악화된 것이다. 그나마 음성적이고 암묵적으로 탈북을 돕던 이들까지도 중국의 감시망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 되기 전까지는 탈북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보아도 보수주의자들의 시위는 탈북자들을 돕기는 커녕 오히려 그 입지와 탈출경로를 더욱 좁게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은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는 북한인권이니 뭐니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중국이 탈북자를 북송한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일까? 아니다! 물론 그동안 관심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라도 뭔가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은 탈북자들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야말로 비인간적인 처사이고 비윤리적인 악행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 가지 묻자! 그렇게 북한 인권이 걱정된다면 인권의 기본인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인도지원에는 왜 침묵하는가? 북한 인권이 그렇게 급급하다며 핏대를 올리는데 인권의 기본은 생존권이 아닌가? 먼저 살아남아야 인간의 권리도 추스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제농업기구와 세계식량기구 등은 우선적으로 돌봐야 할 조선의 취약계층이 600만 명에 이른다고 경고하였다. 600만 명이 지금 생존의 위기 앞에서 힘겨워 하는데 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너무 인색하다. 정부의 보조금이 아니라 민간기구가 모금한 것으로 돕겠다는 것도 방해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대면서 제한하고 비난하고 있다. 대북인도지원단체의 지원은 기가 막힐 정도로 줄어들었고 그만큼 조선 동포의 생활도 힘겨워졌다. 탈북자 수 백, 수 천, 수 만의 생명과 인권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어찌 600만에 대한 인도지원에 대해서조차 인색하게 구는지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탈북자 북송은 막아야 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뒤바꾸기 위해 탈북자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는 극악무도한 행위와 다르지 않다. 분단으로 고착된지 60년이 넘엇다. 정치적 거리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멀다. 그렇다면 냄비 끓듯이 왕왕대는 방법이 아니라 보다 심층적이고 외교적이며 지혜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인 북송반대 시위로 날을 지샐 것이 아니다. 좀더 냉철하게 현실과 관계를 보기 바란다. 보수 언론은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기득권 지키기에 글어다 대지 않기를 바란다. 통일된 이후에 그 큰 죄악을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국민들은 이 어리석은 난장판에 끼어들지 않도록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글의 내용 중에 혹시라도 어려움을 겪고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거신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분들에게 누를 끼치고자 함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혹시라도 있을 오해에 대하여는 저의 미천한 글쓰기를 탓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