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제주에는 특별한 꿈을 가지고 사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중 생태공동체인 초록생명마을을 짓고 계시는 홍성직님(홍성직 외과의원장)을 찾아 방문을 요청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어 제주에서 만났다.

▲ 제주시에 있는 홍성직님의 자연녹차밭과 복합문화공간인'안단테 칸타빌레' 전경

여러 번의 통화와 이메일로 갖자가 지향하는 삶을 나누었지만 첫 만남은 제주도착 둘째 날, 제주시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유수암리 마을 김윤수님 댁이었다. 그리곤 셋째 날, 이른 아침부터 유수암리에서 자동차로 30분정도 더 달려가 인적이 드문 중산간지 평원이 펼쳐진 숲속, 그의 차밭과 예술창고가 있어 찾아가 보게 되었다.

홍성직님의 농장방문은 자연순환농업의 대가 김윤수님과 사랑방교회 김완우 목사가 함께 동행 했다. 너른 야생초록들 사이로 3년 된 녹차 밭이 중앙에 자리했고, 입구 우측으로 최근에 완성을 앞둔 복합문화 공간 ‘안단테 칸타빌레’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 제주 복합문화공간‘안단테 칸타빌레’를 뒤로하고 좌로부터 김윤수님, 김완우님, 홍성직님 모습

홍성직님의 성품과 많이 닮아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소개받았다. 개인적으로 느낀 소감은 친환경소재로 정성껏 지은 공간 하나하나가 진짜 볼거리였다. 상업적이거나 전시성 디자인이 아닌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풍경들이 마음을 끌었다.

녹차 밭을 사이에 두고 각종 유실수가 심겨진 밭과 비닐하우스로 농작물을 키우는 단지 그리고 예술창고로 개조하려는 후미진 공간까지 제주의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들러보았다. 앞으로 집을 짓는다면 인간의 욕심이 지은 인위적인 헛것이아니라 자연의 본성에 가깝게 지어야겠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 생태건축, 식물, 자연, 유기농업, 생태적 삶의 문화에 대하여 논의하는 장면

홍성직님은 안단테 칸타빌레에서 하고자하는 일들이 많았다. 우선 전시가 가능한 미술관, 작은 연주홀, 카페 레스토랑, 세미나실, 다실, 제다와 체험 공간, 아카데미를 열 수 있는 장소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태관련 서적(식물, 건축, 친환경, 농업, 생태, 문화)을 쉽게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까지 내비쳤다

▲ 홍성직님이 예술창고 '안단테 칸타빌레'를 소개

그는 “이곳은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15년 쯤 전 사 놓았던 소나무 판을 좌탁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며 세월을 고스란히 드린 건축물에 애정을 쏟는다.

향후 이공간은 “차를 만들기도 하고 차를 마시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모여서 간단한 테마 있는 세미나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주에도 막걸리를 전통방법으로 담그는 전문가를 모시고 막걸리 학교를 한 번 해 볼 생각입니다.”했고, 또한 “제주 전통음식들도 관심있고요. 예를 들면 쉰다리 오합주 같은 것도 좋은 테마라 생각합니다.”며 다양한 포부를 내비치었다.

▲ 최근 복합문화공간 '안단테 칸타빌레'의 개관식이 조촐하게 진행,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이곳 ‘안단테 칸타빌레’가 지어지기까지의 사연을 들어봤다. “전시 및 활동, 교육공간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또한 “원목으로 내부 마감을 생각하며 지었고, 가능하면 재생 가능한 재료들을 활용하려 했습니다. 70년 된 제주 옛 가옥의 버려진 창호들을 살려 보았습니다. 이 공간은 100% 원목으로 마감하고 동백기름을 올렸습니다.”

“버려진 인조 대리석을 주워 만든 부엌으로 인해 대리석을 다루는 노하우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며 실험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고, “화장실이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을 좀 했습니다. 저는 이 공간이 가장 좋은 독서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건강에는 좀 무리가 갈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조명등의 일부는 창호지를 이용해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밖에도 12명 정도가 같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집 구조를 공사하고 남은 햄퍼 구조목을 이용해 만들었고, 구조 벽을 막지 않고 책꽂이 겸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제주에 가면 한번 찾고 싶은 집이 될 듯싶다.

▲ 갤러리 '안단테 칸타빌레'는 전시 중,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홍성직님의 집도 제주시내에서 30분쯤 떨어진 농어촌마을 유수암리다. 정원이 울창한 숲속으로 알콩달콩한 삶의 이야기는 그의 블러그(http://blog.naver.com/newlifejeju)룰 찾으면 금방 알 수 있다.

그의 블러그에 소개된 유수암 마을의 미래에 대하여 잠깐 살펴보자면 “십 여 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카멜을 갔다와 카멜 방문기를 지면에 쓴 적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1번 국도를 따라 LA로 내려가다 PGA 대회가 자주 열리는 골프장으로 유명한 페블비치 골프장을 지나서면 아담한 해변 도시 카멜시티가 나옵니다.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카멜 시장을 잠시 맡았던 시절 할리우드의 예술인들을 불러들여 공방을 만들고 작업현장을 공개하고 그 작품들을 진열하는 갤러리를 열게 했습니다. 주민들은 창고와 집을 고쳐 박물관 앤틱 숍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열면서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골목 모퉁이의 작은 정원, 간판은 물론이고 쓰레기통 하나까지도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규모 있는 리조트와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빌딩을 새로 짓는 것 보다 사용하던 창고와 자신들의 주택이 숙소 카페 공방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지역 주민이 투자하고 참여하는 작은 경제로도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미국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며 이곳을 본 후 제주에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고 편안히 쉴만한 공간이 있어 그 마을에서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장소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 졌으면 하는 생각을 늘 해 왔었다고 했다.

▲ 제주 유수암리 마을의 카페 '티 하우스', 파머스 마켓 풍경,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이곳 제주의 유수암리 마을은 산간 작은 마을로 아이들이 사라져 분교도 문을 닫고, 구멍가게조차 하나 없던 작고 가난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이 해안마을 카멜시티로 변신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유수암리 마을의 경제적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행히 아직 카멜 정도는 아니겠지만 제주에도 자생적 관광마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조짐이 보이는 작은 마을이 최근 등장했습니다. 수 년 전 이 마을에 ‘산하도예’라는 도예공방이 하나 생겨나더니 문닫은 유수암 분교에는 ‘꼼지락’이라는 공예방이 문을 열었습니다.”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 후로 끼 있는 예술인들이 마을에 여기 저기 둥지를 틀었습니다. 건강식 산채 비빔밥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 ‘참솔’이 들어서 한동안 동네 주민들을 위한 식당 역할을 하다가 맛 소문 때문인지 이제 멀리서도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유명식당이 되었습니다.”

▲ 제주 유수암리 마을의 슬로울리 카페풍경,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또 한 곳은 “그 옆으로 분위기 있는 카페 ‘티 하우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인장 설헌 여사가 티 하우스 이름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덕에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져 마을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시에도 마을 사랑방 구실을 해오다가 얼마 전부터는 티 하우스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모여 포틀락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매월 두 번째 토요일이면 자기가 만든 음식 한 접시를 들고 티 하우스에 모입니다. 한 20명이 모이면 스무 가지 다른 음식이 차려진 근사한 뷔페 식탁이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음식은 가능하면 손수 키운 것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음식을 나눈 후에는 동네 아마추어 연주가들의 연주나 시 낭송을 하기도 합니다. 이 날 만큼은 아마추어가 아닌 부천시향 상임단원인 바이올린리스트 송화은 양이 멋진 지고이네르바이젠을 들려주었습니다.”라고 자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는 “파머스 마켓이 열립니다. 주로 파티 참가자들이 손수 유기농으로 키우고 재배하며 생산 것들이 상품입니다. 달걀 녹차 허브화장품 치즈 야채 흑 마늘 등 점점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건은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팔기도 합니다. 점점 참석 범위가 마을을 넘어 넓어지고 있습니다.”라며 행복함을 전했다.

▲ 제주 유수암리 마을의 슬로울리 카페풍경,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최근에는 이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 갤러리 카페 ‘Slowly’가 문을 열었다고도 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대 출신에 잘 나가는 대기업 직장을 마다하고 취미로 목공예를 배운지 십년 만에 부부가 제주 땅에 둥지를 틀고 슬로 라이프를 꿈꾸며 목공방과 카페를 시작 했습니다. 부인은 카페 운영과 가구 디자인을 담당하고 남편은 목공방과 가구제작을 주로 합니다. 슬로울리 카페 내부의 모든 가구는 손수 만든 작품들이고 전시된 상품이기도 합니다. 여주인이 만드는 맛있는 커피 파스타 스튜를 맛 볼 수도 있습니다. 부엌 싱크대도 본인들이 디자인 제작한 작품입니다. 지금 ‘슬로울리’에서는 근처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연히 카페에 들렀던 화가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서양화가 양미경씨가 그린 자연색을 닮은 정물 작품들이 환상입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목공방도 대단합니다. 제대로 공구와 기계실을 갖추고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덕에 아름아름 소문이 나 등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줄을 섰습니다. 목공 공방 학생 중에는 목사, 의사, 교수, 전직 장군을 비롯하여 프랑스 출신 영어선생 서울에서 주말마다 내려오는 기업의 회장님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들 부부가 만들어 내는 가구가 예술입니다. 슬로울리 카페 여주인 이양선씨가 가장 자랑하는 작품은 탁자 아래 보이는 마루입니다. 임산물 협회에서 국산 낙엽송으로 만들어낸 무방부 테크 목을 사다가 뒤집어서 직접 깐 마루입니다. 실제 보시면 더 아름답습니다. 만만찮은 가격에도 주문이 밀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 제주 유수암리 마을의 아로요,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그의 마을자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이 마을에 벌어졌습니다. 아루요 간판은 유수암 이웃들이 같이 나서서 만든 작품이라 합니다. 전문가의 작품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산골짜기 마을에 일본에서 요리유학을 하고 서울 유명 일식당에서 일류 요리사로 이름을 날리던 셰프 김승민씨가 이 마을에 일식당 Aruyo를 낸 것입니다. 제주에 터를 정하면서 유수암을 찍은 것도 행운이지만 정말 운이 좋은 것은 오자마자 유수암 마을 한 복판에 33평 땅을 사 정말 아담한 일식집을 지은 것입니다. 일본어 아루요는 한국말로 '있어요'로 번역된다고 합니다. 메뉴에는 없어도 있는 재료로 어떤 요리라도 원하시는 음식을 주방장이 만들어 올리겠다는 다짐이라고 합니다. 메뉴는 그날 그 날 구해진 싱싱한 신토불이 재료와 요리사의 맘에 달렸습니다. 어느 음식점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음식을 요리사와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며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모든 음식에서 셰프의 창의적 포스가 느껴집니다. 몇 말씀 같이 나누어 보시면 제대로 공부한 셰프의 겸손과 음식에 대한 애정과 철학의 깊이를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돈벌이는 안중에 없어 보이는 주인장이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런 식당들이 재정적으로도 안정되어야 맛있는 음식을 촌 사람들도 계속 맛보지 않겠습니까? 식당에 들리는 동네 아줌마들이 들고 온 냉이나물이며 바닷가에서 주웠다는 미역취 동네 아저씨가 낚시한 우럭 등 모든 것이 즉석 요리 재료가 된다고 주방장이 즐거운 비명입니다.”라고 한 것이다.

▲ 제주 유수암리 마을의 아로요 일식집 풍경, 사진은 홍성직님 블러그

마지막 자랑은 먹는 것이었다. “지난주에는 이 핑계 저 핑계 만들어 출석을 매일 한 것 같습니다. 만드는 이 먹는 이 모두 행복한 식당입니다. ‘부따 마쿠니’ 각진 돼지고기 요리로 번역 되나요. 24시간 전부터 준비되어야 나오는 요리라고 합니다. 맛은 물어볼 필요도 없음. 아마 밀려드는 고객을 감당할 수 없어 곧 예약제를 시행해야 할 것 같아 보입니다.”라고 한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카페 두 개와 중식당이 이 마을에 새로 오픈 예정이란다. “물론 아직 유수암 마을에는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마을 쓰레기도 치워져야 하고 동네 가운데 방치된 잔디 광장도 손을 보아 파머스 주말 마켓이 열리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이 마을에 둥지를 새로 튼 외지인과 원주민과의 더 활발한 소통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 마을을 보면서 국비 투입이나 외부 투자 없이도 주민이 중심이 된 자생적 관광지와 작고 착한 경제의 행복한 모범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이 마을의 이름은 유수암리입니다. 여러분도 흐르는 물처럼 유수암에 오셔서 쉼과 행복을 얻어 가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제주 유수암리 마을에는 작고 착한관광지 아로요(Aruyo) 김승민님(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1040-5 010-3256-4253)과 슬로울리(Slowly) 이양선님(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017-2840-0549)이 있으니 꼭 한번 들러 행복한 시간 갖기를 바란다.

▲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396번지, 작고 착한 경제의 생태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좌로부터 홍성직님, 김완우님, 김윤수님)의 뭉쳤다

본 기사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인터넷신문 새마갈노(www.eswn.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