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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울진 진밭골에서 민들레교회 수련회 참석하다 양재성 목사 모친상 소식 듣고 곧바로 평택 빈소에 다녀오는 길에 서울 집 들러 기회다 생각하고 “혜정맘밥상”에 점심 먹으러 가려고 하였더니 서울 근교가 온통 물난리라 길이 막혀서 문을 열지 못한다고 해 하루 더 머물러 28일 점심에 “혜정맘밥상”을 찾았다.

▲ 반찬은 정갈하고 맛있고 ⓒ 이필완

“혜정맘밥상”은 20여년 산유리, 인제, 강화 교동 등 농촌에서만 목회하다가 감리교회와 한국교회를 위한 보다 큰 뜻이 있어 교회를 사임했던 조언정 목사 부부가 연 유기농을 중심으로 조 목사 부인 오혜정님과 식구들이 힘을 모아 점심 때만 여는 한식부페다.

“혜정맘밥상”이 위치한 자리는 서대문 네거리에서 독립문쪽 순복음회관 건너편 하나은행이 있는 충정빌딩 지하 기존의 상가 한 켠을 점심마다 빌려 토, 일 말고는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2시까지 문을 열고 손님을 받는 데 인근 회사원들의 칭송을 받는 착한 가격은 1인당 6,000원이다.

이 날은 서울 시내가 여전히 물바다였는데도 불구하고 제법 손님이 많았다. 안내는 조언정 목사가 맡고, 직접 조리하고 음식 만들기는 오혜정 씨와 동생 분 부부, 서빙은 풀무고를 졸옵한 아들 조은겨레와 초등 4학년짜리 늦둥이 조은누리까지 나와 있었는데 문을 연지 2주 되었음에도 퍽 편안해 보였다.

목사 부부가 점심 부페를 열었다니 뉴스감이다. 그것도 평생 농촌목회만 고집하던 분들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누구나 오세! 하는 밥상을 열어 밥장사를 하는 뜻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얼핏보아도 단순한 장사 속만은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렇잖아도 조언정 목사는 보다 특별한 목회를 위해 개척교회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란다.

강화 교동섬에서 함께 목회하던 시절의 사총사 중 강화의 유기농 농사를 일군 윤여군 목사 부부는 강화에서 일찍이 유기농 손맛식품을 열었고, 필자는 당당뉴스를 거쳐 지병으로 일찍 은퇴해 버리고 소백산 산막에서 살고, 박철 목사만이 그래도 부산에서 고군분투하며 예수살기 생활목회를 실천하고 있는 데 이제 조언정 목사마저도. 물론 목회를 아주 버린 것은 아니지만 “혜정맘밥상”을 열었으니 사총사 답다고나 할까?

암튼 “혜정맘밥상”이 아주 잘 되기를 빌어본다. 조언정 목사 부부를 아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 같을 것이다. 감리교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만 않았더라도 할 일 많은 한국교회를 위해 보다 조언정 목사네는 보다 큰 일을 많이 했을 터이지만 뭇 사람들에게 손수 맛난 밥상을 차려주는 일도 사랑과 나눔의 예수정신으로 귀한 일이다.

내가 서울에 산다면 매일 점심 “혜정맘밥상”에 갔을 것이다. 모든 만남과 회의 시간도 “혜정맘밥상”에서 열었으리라. 믿거나 말거나... 여러분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혜정맘밥상”의 50여 탁자가 꽉차 즐거움으로 줄섰으면 좋겠다. 물론 인근 회사원 손님들도 많아야겟지만, 가는 길이 비슷하거나 같고 그래도 맘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매일 같이 “혜정맘밥상”에 모여 함께 밥상을 대하면 얼마나 좋을까!

▲ 웬만한 한식 반찬은 즉석에서 조리하는 오혜정 맘, 한식 조리사 자격증은 물론이고 손맛이 뛰어나다 ⓒ 이필완

▲ '혜정맘밥상'은 매일매일 음식의 이력을 게시한단다

▲ 입맛 까다로운 처제도 연신, "야, 괜찮은데."

▲ 어느덧 초등 4년인 누리도 물과 안내 서빙에 한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