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목사의 페북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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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마지막 대화(2)

.작성: Chol Pak 2011년 3월 1일 화요일 오후 8:03.오늘 낮 대구에 사는 동생 훈(勳)이 와서 중환자실 면회를 했습니다. 오전 11시30분 동생이 10분정도 면회를 하고 다음 제가 들어가서 어머니와 나눈 대화기록입니다. 스마트폰을 녹음한 걸, 큰아들 호빈이가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어머니와 대화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어머니가 임종을 맞을 때까지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엄마!, 내가 누군데요”

“둘짼가?”

“아이구 우리엄마 큰 아들도 몰라봐!”



“방금 누가 왔다 갔어요?”

“훈이가 왔다갔어”

“훈이가 왔다갔어? 둘째 왔다가서 기분 좋아요”

“응”



“나는 누구야?”

“큰 아들 박철목사”



“엄마 힘들어요?”

“힘들어 말도 못하게 힘들어, 물을 안줘서 죽겠어!”



“엄마 천국가고 싶어요?”

“가고 싶지!”

“가야지 천국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셔야지”

어머니가 해맑게 웃으신다.

“그런데 더 살고 싶어”

“왜? 천국가면 아버지도 만나고 할머니도 다 만날 텐데 뭐?”

“아이고 80넘은 사람도 사는데 뭐?”

“엄마도 올해 연세가 80이야”

“다른 85살, 90살까지도 사는데 뭐”

“더 오래 살고 싶으세요?”

“손주들 장가가는 것도 보고 싶고 훈이 아들이 연세대학교 갔잖아!”

“우리 엄마가 그것도 다 아시네”

“오늘서야 알았지”

“아이고 참, 영빈이가 작년에 연세대 들어갔는데 오늘에서야 아셨어요?”

“작년에 간걸 내가 왜 몰랐지?”



“엄마 누가 제일 보고 싶어요?”

“다 보고 싶어!”

“아버지도 보고 싶고, 아버지 이름이 뭔데요?”

“박응남”

“그럼 엄마 이름은 뭐에요?”

“장옥선”

“그럼 은빈이 알아요?”

“알지”

“은빈이가 누군데?”

“박철 목사 딸”

“박철 목사 딸이에요”

“맞어?”

“맞아요”

어머니가 허허 웃으신다.



“엄마 부산에 오셔서 좋은나무교회 다니셨어요?”

“옛날에?” 가끔 엉뚱하게 대답을 하신다.

“엄마 여기가 어디에요?”

“전라도”

“여기가 서울이야요, 부산이에요”

“전라도”

“여기가 무슨 전라도야, 부산이지요”

“여기가?”

“응, 부산!”

“부산이야”

“아이고 참, 부산에 오신지가 언젠데요?”

“그리고 엄마 내일 심당요양병원으로 다시 가기로 했어요.”

“심당요양병원 알아요?”

“몰라”

“엄마 심당요양병원 2년이나 있었는데 몰라요”

“몰라. 내가 거기서 그렇게 오래 있었어?”



“무슨 병원이 물도 안줘!”

“물이 먹고 싶으세요”

“엄마가 금식 중이어서 물을 못 주게 되어 있나봐요, 호빈엄마 들어오면 물 좀 드리라고 할께요.”



“기도합시다. 주님. 우리 어머니 장옥선 권사님, 이렇게 육신의 병환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주님 불쌍히 여겨주셔서 끝까지 주님 의지하게 해주시고 믿음을 지키게 하여 주옵소서.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힘들지 않게 하시고 주님 붙들어 주셔서 강하고 담대한 믿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하여 주옵소서 오직 주님만 의지하게 하옵소서. 주님 위로하여 주시고, 우리 어머니 영혼을 받아 주시옵소서. 더 이상 고통이 없고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어머니가 크게 아멘 하신다.



“물이 먹고 싶어”

“어마, 엄마 힘드시겠지만 좀 참으세요, 금식중이라서 물을 못 잡숫게 하는거야요. 엄마, 잠은 좀 주무셨어요?”

“잠, 잠이 안와”

“그럼 무슨 생각하세요”

“몰라”

“엄마 힘내시고 내일 심당요양병원으로 가시면 더 자주 볼 수 있을거에요”

“어제 저녁에도 아무도 안 오고 낮에도 아무도 안 오고”

“아니에요, 엄마, 어제 낮에 누나도 서울서 왔다가고 저녁엔 의빈이도 왔다 갔는데, 엄마가 까먹으셨구나. 기억 안나세요?”

“몰라”



“엄마 호빈 엄마 들어오라고 할께요”



간호사에게 물 좀 드시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의사 지시 없이 안된다고 딱 잡아 말한다, 인심한번 고약하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1)
.작성: Chol Pak 2011년 3월 1일 화요일 오전 9:45.

어제 저녁 중환자실면회 시간 6:30분경에 어머니와 나눈 대화입니다.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병실에 들어가자 살며시 웃으셨습니다.



“엄마!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박철 목사”(작은 소리로)

“누구라구요?”

“박철 목사”

“박철 목사가 누군데요?”

“아들”

“엄마! 많이 힘들지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엄마! 누가 제일 보고 싶으세요?”

대답이 없으시다.

“아버지가 보고 싶으세요?”

고개를 끄떡이신다.

“엄마! 뭐가 제일 생각나세요?”

아무 표정이 없으시다.

“엄마!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

아무 대답이 없으시다.

“엄마! 힘드시겠지만 끝까지 믿음을 지키셔야 되요!”

“그래!”

“엄마, 죽는 게 무서우세요?”

“아니”

“엄마 돌아가시면 아버지도 만나고 할머니도 만날 텐데 엄마 좋으시겠다.”

그러자 어머니가 활짝 웃으셨습니다.

“엄마! 내일 훈이도 온데요.”

“훈이가?”

“엄마! 밖에 은빈이가 와 있는데 은빈이 보고 싶으세요?”

“~응!”

“엄마! 마음을 강하게 잡수세요.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하세요. 마지막 천국 가는 길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알았지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하고 달관한 표정이시다.

“엄마! 제가 기도해 드릴 테니 아멘 크게 하세요.”

“그래!”



“하나님 아버지! 삶과 죽음이 당신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불쌍한 우리 어머니 지난 80년동안 온갖 곡절을 겪으며 살아오셨지만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오셨습니다. 이제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니 마음이 약해지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을 신앙하는 사람답게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게 하시고, 멋지게 믿음의 승전가를 부르며 하나님 나라로 갈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하시고 편안하게 어머니 영혼이 당신의 나라에서 안식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러자 어머니가 ‘아멘’ 반복하신다.

“엄마! 힘내세요. 기도하세요!”

고개를 끄떡이신다.

“엄마! 제가 엄마한테 잘못한 게 많았지요?”

“아니....”

“제가 불효자이잖아요?”

“아니....”



“엄마! 사랑해요. 엄마! 정말 고마웠어요. 나가서 은빈이 들어오라고 할께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떡이신다.



어머니는 뇌경색까지 겹쳐서 사람을 잘 몰라보십시다. 의식도 명확하지 않으신데, 어제 저녁에는 비교적 의식도 또렷하셨습니다.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 없게 되어서 내일 3월 2일 다시 심당요양병원으로 모셔서 거기서 임종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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