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장군과 세경인 짐을 나르고 소백산 산막에도 봄이 왔다   

* 위의 동영상은 이필완 목사의 최근 소백산 생활 스케치입니다. 3분30초. 트래픽 초과로 안나올수도 있지요!

[달밭골편지4] 장군과 세경인 짐을 나르고 소백산 산막에도 봄이 왔다

당당뉴스 운영을 심목사에게 넘기고 지병으로 목회 조기 은퇴하고 소백산 산막에 산지도 어언 1년하고도 1개월이 지났다. 안해가 2주간에 한번쯤 들르고 가끔 지인과 등산객이 들리고 일 있을 때마다 2개월에 한번 정도 서울 집을 오르내리면서 어느덧 소백산 생활에 익숙해졌다.

깊은 산속에 혼자 살면서도 전혀 두렵거나 외롭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평소에도 야간 단신 등반을 좋아했던 만큼 어두운 밤이 무섭지 않다. 오히려 새까만 밤하늘에 무수하게 자리 잡은 별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고 깊어진 것 같다. 그러고보니 혼자놀기를 잘하는 편인 것 같다.

당당뉴스 편집을 그만두고는 잠깐 심심해하며 인터넷 검색을 즐기기도 했지만 그것도 금방 시들해졌다. 무선 와이브로 인터넷이 느려터지거나 자주 끊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똥통에 빠진 채 전혀 구원의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감리교 사태에 지독하게 질렸기 때문일 것이다.

심자득 당당뉴스 운영자가 미주연회 갈등 현지 취재를 위하여 15일 간의 취재 길에 오른 탓에 1년도 넘어 오래간 만에 며칠 간 당당뉴스 메인 편집을 맡아보고 있다. 벌써 잊은 것이 많아 편집이 쉽지 않아도 부지런히 산을 오르내리며 당당뉴스 편집을 돕다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난다.

지난 겨울은 지독하게 혹독했고 2년분으로 마련했던 장작을 다 때면서 겨우 버텼다. 그나마 11월에 한번, 3월에 한번 한 달씩 산막을 비워둔 탓에 그만큼 땔감을 덜 사용하게 되어 겨우 지난 것이다. 춥기도 추웠지만 눈도 많이 내렸다. 작년에 수확한 고구마와 야콘은 여러 상자가 다 얼어버려 못 먹고 버렸다.

그나마 김장이라고 배추와 무, 알타리무를 농사 지어 만든 김장 김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중에도 콜리 종 혼합견 장군이와 말라뮤트 혼합견 세경이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들은 모두 유기견 들이지만 어느덧 나와 깊은 정도 들고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지난 겨울에는 이들 장군이와 세경이가 웬만한 장작을 다 날랐다. 얼마 전 작은 바퀴를 달아 작은 수레를 만들어 저들이 개 사료를 나르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덩치도 크지만 힘도 세서 나무와 수레를 잘도 끄는 데 내리막에선 하도 잡아 끌어 오히려 지게지는 것보다 더 힘들 지경이다.

올해 봄에는 주로 고사리 종자를 구해 심었고 더덕과 곰취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고추와 상추, 배추 무, 들깨, 감자 등도 심었다. 특히 3월에 산막을 비우기 전 작년 가을 산에서 췌취한 곰취 씨를 뿌린 것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신통하게도 제법 싹들을 내었다. 요즘은 두릅이나 취나물 등 산채 나물과 여러 찻잎 재료를 준비하느라 하루해가 모자란다.  

이젠 인터넷 천막 자리에 작은 정자를 만들고 싶다. 우선 가능한 지 월요일 소백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문의를 해볼 참이다. 겨울에 마련한 통나무들을 적당히 잘라 어깨에 걸고, 안해와 함께 모두 옮겨 오는 데 성공했다. 무리하게 일을 한 안해는 온 몸이 저린다고 밤새 끙끙 앓았지만.... 부엌은 지난 주 완성했고 계곡 물도 집안까지 끌어 들였다.

문제는 전혀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당뉴스 운영을 물러난 후에 거의 글을 쓰지 못했다. 어떤 약에도 떨어지지 않던 혈당 수치는 정상으로 떨어져 다시 사회에 정상복귀할수도 있을 정도이나 여기서 계속 눌러 살기로 했다. 바른 글이나 좀 잘써지면 좋겠다. 어쩌면 소원이던 대하소설 한편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올해는 큰맘 먹고 고사리 종자를 20kg 구입하여 여기저기 심었다 ⓒ 이필완     ▲ 장군이와 세경이는 사이가 좋다.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 사료를 많이 먹어 걱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땔감도 나르고 자기 먹을 사료 정도는 끌고 산을 오른다. 참 신통한 놈들이다.     ▲ 며칠전 나처럼 일찌기 간이 나빠 공상은퇴하시고 대관령 산막에서 주로 지내시는 박흥규 목사님이 사흘간 다녀 가셨다. 소백산 산막을 돌아보고 '좋다'고 하셨다. 박목사님은 간은 많이 좋아지고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