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에 내린 함박눈


고난의 삭풍이 그치지 않는 아픔의 역사

모진 비바람이 할퀴고 흔드는 윤회 속에서

깊게 멍들어 가는 한반도

높은 불신의 장벽이 민족의 우상이지만

숭배하기에 분주한 군중들

저들이 중독된 교리는 공황과 허상

관념적 허상은 제2의 종교가 될 수 없는 것인데

이미 별종 신앙으로 물들어버린 아픔의 땅

올망 졸망한 섬들도 분명한 민족적 삶의 터전

저 곳이 국토의 한 분신이라고 함께 고백

할 수는 없을까

삭히기 어려워도 굶주린 동포들을 나의

형제라고 포용하는 것은 신앙 양심의 승리

휴전선에 밤새내린 함박눈 철조망에 눈꽃

되어 방끗 방끗 웃는데 우리가 함께 웃을 날은

요원하단 말인가

................................................................

미국 성공회 알라바마 어번교회.
사제, 이 다니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