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10년 2월 18일 시카고 신학대학 내 한국신학 연구소 주관 18차 신학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신학의 정의: 한국신학이란 다종교 문화 속의 오늘의 세계인 특히 한국인을 위한 그리고 한국인(신학자)에 의한 신학 작업으로서 “토착화 신학” 혹은 “한국신학”으로 명명된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한국신학의 과거와 현재의 발자취를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방향과 전망(한국신학의 방법론)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제1기: 태동기: 윤성범과 류동식의 토착화신학(50년대와 60년대) 이 시기는 윤성범의 유교사상에 근거한 <성(誠) 신학> 혹은 <효(孝) 신학>과 한국인의 고유사상에 속하는 풍류도/한사상에 기초한 류동식의 <풍류신학>이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제2기: 민중신학의 태동과 발전기(70년대 80년대 사이) 민중신학은 남미에서 꽃피운 <해방신학>의 한국적 모형이라고 볼 수 있으며, 60년대와 70년대의 군사독재시절 억압받는 민중의 해방을 위한 신학이다, 그러나 한국의 민중신학의 특징은 신학의 주체를 신학 엘리트가 아닌 민중/민초에 둔다는 점을 들수 있으며, 그 대표적 인물들로는 서남동, 안명무, 현영학 서광선 등을 들 수 있다.
제3기: 80년대 이후 현재까지 80년대부터는 민중신학에서 종교신학과 대화신학으로 옮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80년대 이후에 등장한 신학 경향은 변선환과 김경재의 <종교신학> 류기종의 <대화신학> 박종천의 <상생신학> 그리고 다석 류영모의 <통전영성신학>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종교신학이나 상생신학 및 통전영성신학도 종교간의 소통과 상호이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보아서는 “대화신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학국신학의 앞으로의 방향과 전망(방법론)
21세기의 지구촌/우주공동체 시대에는 자연을 포함한 전인류 공동체의 평화실현을 위한 신학이 요구된다. 따라서 한국신학도 여기에 부응하는 신학의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통전적”사고원리가 요구된다. 통전적 사고를 함유하고 있는 것은 (1)과정철학사상과 (2)우리 한국의 고유철학인 일즉다의 원리인 한사상과 (3)동서양의 신비주의/영성주의 그리고 (4)종교간의 대화와 소통을 촉진하는 대화신학이라고 사료된다. 이 네 사상 및 신학 원리는 앞으로 우리 한국신학 형성뿐 아니라 미래의 기독교 신학 형성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고 사료된다, 어떤 의미에서 이 네 원리를 다 함유하고 있는 것은 다석 류영모의 "통전영성신학”(Hollistic Religious/Spiritual Theology)으로 보여진다. 다음으로 앞으로의 한국신학 형성/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네 사상/원리에 대해서 고찰해 보겠다.
1. 대화신학의 기본원리
대화신학의 원조는 루돌프 옷토(Rudolf Otto, 1870-1966)와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를 꼽을 수 있다. 옷토는 1917년에 펴낸 <거룩함의 의미>란 책을 통해서, 불교의 공/절대무(Sunyata/Void)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 불가능한“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를 지칭한다는 점을 들어서 “절대타자”로서의 기독교의 하나님과의 대화가 가능함을 말했다.
한편 Tillich 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인격주의적인 신관을 “존재자체”(Being-itself)라는 비/초인격적인 개념으로 정의내림으로써 타종교 특히 동양종교들과의 대화의 근거를 마련해주었고, 특히 1960년에 8주간에 걸친 일본방문을 통하여, 스즈키를 비롯한 선승 및 불교학자들과의 대화와 교제를 통한 경험을 토대로 쓴 <기독교와 세계종교들과의 만남>이란 책에서는 현대에 있어서는 종교간의 대화는 필수적임을 말한바 있다. 그리고 그의 생애 마지막 강좌, 1965년 10월 11일(서거 11일전), 시카고 Divinity School의 후원으로 Mircea Eliade의 사회로 열린 "조직신학자를 위한 종교사의 의미"(The Significance of the History of Religions for the Systematic Theologian)란 제하의 강연에서, 자신이 조직신학을 다시 쓰게 된다면 세계종교들과의 연관 속에서 쓰고 싶다는 말을 남긴바 있다. 이는 앞으로의 신학의 방향을 잘 암시해 준 것으로 사료된다. 틸릭은 개종보다 대화를 지향해야 기독교가 한발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음을 말했다.(Not conversion but dialogue.It would be a tremendous step forward if Christianity were to accept it!).
따라서 앞으로의 신학(특히 한국신학)은 기독교와 동양종교들 즉 유불선 뿐 아니라 힌두교, 이슬람 및 유대교 등 세계의 큰 종교들과의 대화의 문제도 진지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오늘의 지구촌시대에 있어서 그들에게도 기독교의 복음이 일방적 선포로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하여 잘 이해되게 하기 위해서이며, 동시에 기독교가 그들에게서도 배움을 얻기 위해서이다.
2. 일즉다(一卽多)의 원리인 한사상(韓思想)
한국의 고유철학인 한사상은 일찍이 신라의 최치원이 언급한 유불선 삼교를 다 포함하면서 또한 그것과 구별되는 현묘지도(玄妙之道)인데, 그 근본원리인 한/韓은 궁극적 일자(실재)이며서 만유를 포섭하는 즉 여럿이면서 하나인 "일즉다"(One and Many/All)의 원리 곧 다양성의 조화와 회통과 일치의 원리(ultimate principle of harmonious unity of all)를 말한다. 이 한사상은 신풀라톤주의의 원조인 Plotinus 의 일자사상(The One as the Ultimate Reality) 및 도교의 궁극적 실재로서의 도(道) 사상과 매우 가까운 사상이다.
한 사상은 우리 한국인의 심성 깊이 흐르고 있는 사유형식과 실재(實在)이해의 바탕으로서, 모든 대립개념들을 초극하고 조화와 상보의 관계로 보는 사유(철학) 원리이다. 즉 한사상은 주관과 객관, 정신과 물질, 인간과 세계, 신과 우주, 시간과 영원, 하나와 여럿, 초월성과 내재성 등을 대립적 관계나 상극적 관계로 보지 않고, 相補, 相因, 相依, 相生, 相合의 관계로 보는 궁극적 조화의 원리, 포괄성과 일치의 원리이다.
이 원리에 의해서 원효는 모든 불교의 대립적 이론들을 한테 조화통합시켜 “일심원융회통사상”을 탄생시켰으며, 보조는 교선,정혜쌍수 및 돈오점수 사상을 발전시켰고, 율곡은 리기(理氣)를 호발상승(互發相乘)의 묘합의 관계로 이해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류영모의 통전적 영성사상도 일즉다의 원리인 한사상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한사상은 앞으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전통을 지닌 지구촌의 전인류에게 의미를 주는 대화신학이나 범지구적/우주적 통전신학 수립에 있어서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 사료된다.
3. 과정철학 및 과정신학(신과 우주를 한 실재의 양면으로 보는 범재신론)
과정사상은 신을 포함한 우주만물을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A.N. Whitehead 의 유기체 철학사상을 신학에 적용한 신학이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원리를 신학에 적용한 대표적 인물들로는 시카고 학파에 속하는 Charles Hartshorne 을 비롯해서, John Cobb, Jr, Henry Nelson Wieman, Daniel D. Williams, Bernard Loomer, Bernard Meland, Schubert Ogden 그리고 Claremont룰 중심한 David Griffin, Marjorie Suchoki, Rowland Farber 등을 들 수 있다. 현재는 과정신학의 중심이 과정사상연구소(Center for Process Studies)가 소재한 Claremont 대학으로 옮겨진 감이 있다. 과정사상의 기본 원리를 요약하면 다음 같다:
(1)실재를 정적인 “존재”로 보는 대신에 동적인 “과정”(Becoming/Process)으로 이해한다. (2)범재신론(Panentheism): 신과 우주와의 관계를 상호 내재적 관계로 본다. (3)상호연관성(Nexus=Interrelatedness): 모는 존재들은(미립자에서 신에 이르기까지)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일즉다의 관계). 종교들도 예외가 아니다. (4)과학과 철학과 종교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고 상보적 관계이다. (5)종교들도 상보관계에 있으므로 독선에 빠지지 말고, 서로에게서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 (6)예수의 하나님은 무서운 황제상의 실재가 아니라, 만물 안에 내재하여 진선미의 비전으로 무한한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설득해 나가는 “우주의 시인”과 같은 실재이다. (7)우주 만물은 신의 제이 본성 즉 물리적 본성의 표현(모습)으로서 신의 몸에 해당한다. *과정신학은 오늘의 시급한 환경(지구)보전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기여가 기대 된다.
4. 큰 종교들의 공통점으로서의 "신비주의"(Mysticism)
종교는 궁극적 실재인 신에 관계하는 것이므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적인 요소를 지니게 된다. 신비주의는 인간의 언어와 개념들을 뛰어넘어 주객미분의 상태에서 “실재자체”를 직접 접촉/체험하여 깨달으려는 고도한 종교적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신비주의는 개념적인 언어(교리)나 상징들을 넘어서려 한다. 놀랍게도 세계의 큰 종교들의 중심에는 신비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힌두교의 요가/초월명상과 불이학파(Advaitism), 불교의 공(Sunyata/Void) 사상은 본래부터 신비주의적 요소를 지닌 종교사상이며, 유대교에는 “카발라”(Kabbalah)라는 신비주의가 있고, 이슬람에는 수피즘(Sufism)이라는 신비주의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도교는 유교의 신비주의적 버전(Version)이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 안에는 오리겐을 비롯하여, 동방교회를 중심으로 디오니수스 아레오파지트, 고백자자 막사무스, 마이스터 에크할트, 십자가의 성요한 그리고 현대의 토마스 머턴에 이르기 까지 많은 뛰어난 신비가/영성가들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신비주의는 앞으로 종교간의 대화와 교류에 있어서 매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석 류영모의 모델: 통전적 영성원리 1)류영모는 동양종교의 빛으로 기독교 복음을 이해했고, 기독교의 영성으로 동양의 종교들을 이해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가장 이상적인 대화신학의 모델이라 말할 수 있다. 2)류영모의 모델은 기독교(예수)의 영성과 유불선의 영성, 한국의 천지인삼재의 한사상, 과정철학의 범재신론적 우주관 그리고 동서의 신비주의를 통합한 통전적 이해 모델이다. 3)고로 류영모의 모델은 위의 네 원리를 이상적으로 조화시킨 모델이라 말할 수 있다. 4)따라서 류염모의 모델은 앞으로 한국신학 수립에 가장 귀중한 원리를 제공했다고 보겠다.
나오기: 1)한국신학은 다종교사회의 한국인을 위한 신학이지만 한국이란 지역에 한정돼서는 안된다. 2)한국신학은 한국인뿐 아니라 전인류에 의미를 주는 “보편성”을 띤 신학이 되어야 한다. 3)한국신학은 전인류의 평화실현을 위해서 종교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 4)고도의 과학문명의 현대인들에게 이해 가능한 현대적 감각의 신학이 되어야 한다. 5)그러기 위해서는 성서/복음에 대한 전적으로 새로운 해석과 이해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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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종 박사 |
www.keechongryu.com
email:rkc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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