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영성을 만나다

만연한 봄의 향기를 안고 강줄기 따라 양화진 문화원 가는 날이면 나는 흐르는 물이 되어 강변길 따라 그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는 지성과 영성이 삼각주를 이루며 언제나 추수 할 곡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지성은 강을 건너 영성의 바다를 향해 넘치고 있었다. 매 시간 취재기자들 카메라 렌즈는 강의 시작 전부터 ‘레디,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늘은 ‘삶과 가족’이라는 일상의 화두로 지성은 일상에서 삶을 통해 영성을 만나고, 영성은 삶을 통해 지성을 만나 가족 공동체 안으로 깊이 들어는 시간이다. 토론자 모두가 카메오(cameo)가 되어 각자 역할에 정직한 대담은 시작 되었다. 지성을 답하는 자는 이어령 선생이, 영성을 답하는 자는 이재철 목사가 답을 하며 김종찬 진행자의 냉철한 지성과 재치로 토론은 마치 마당놀이 같았다.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행자가 지성(이어령 선생)을 향해 묻자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기에 말로 다 할 수 없고 겪어봐야 알 수 있기에 삶이 앎보다 훨씬 어렵다”했다. 삶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기에 온몸을 던져 살아본 자만이 발효된 삶의 진가를 느낄 것이다. 번지점프대에서도 직접 뛰어 내린 자만이 두려움과 성취감을 얻는다. 삶 또한 부딪치고 깨어지면서 자아실현을 향해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진행자는 영성에게(이재철 목사) 삶에 대한 또 다른 답을 기대하며 물었다.

"삶은 죽음이라는 거울 앞에 마주 쳤을 때에야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하루를 살았다 말하지만 사실은 하루 죽는 것과 같다. 인간은 날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중하고 성취감을 쫓아 살지만 결국은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죽음을 알면 삶의 의미가 무엇이고, 또한 원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았을 때 인간은 좀 더 가까이 전능자 앞으로 다가 오지 않을까 생각 한다. 즉 창조주가 주신 인생 사용설명서를 정확히 읽고 창조주의 목적대로 제품을 바르게 사용하면 참된 삶의 의미가 영원하다는 것이 영성의 답이었다.

“목사님, 참으로 아멘입니다!!”
그러나 나는 매번 제품 사용설명서를 읽지도 않고 내 마음대로 쓰다가 얼마나 많은 제품들을 고장 냈는지 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영성의 소리였다.                                                          

가정이란 무엇인가

 
박수소리와 함께 모두가 질의 응답자가 되어 분위기는 충만함 그 자체였다. 진행자가 집 가(家)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지성(이어령 선생)을 향해 물었다. 왜 집 가(家)에 사람 인(人)이 아니라 돼지 시(豕)자가 들어가는지를 물었을 때 나도 평소에 알고 싶었던 뜻 인지라 귀를 열고 다가앉았다.

“가정을 한 울타리 안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았을 때는 함께 먹는 공동체인 식구(食口)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집 가(家)자 아래 돼지시(豕)자를 쓴 것은 번식의 의미로 다복한 사람은 애를 많이 낳아 번성하라는 생물학적인 생식의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대부분 짐승은 먹을 것을 잡았을 때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반면에 인간은 가족을 위해 무거운 먹이를 끌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울안의 사람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하우스(House)와 홈(Home)은 다르다 한다. 하우스는 노동과 의무가 수반되는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며 홈(Home)은 용서와 허물을 덮는 곳으로 사랑과 희생이 따르는 곳이다. 가족 공동체가 홈(Home)이 될 때 번식과 번영은 흐르는 물처럼 넘칠 것 같다.

새롭게 또 다른 답을 기대하며 영성(이재철 목사)에게 가정에 대해서 물었다. “사람이 모이면 삶이 되고 삶이 다시 관계를 이루면 가정과 이웃 공동체가 형성되기에 가정은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라” 했다. 가정은 각자의 헌신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배워가는 곳, 또한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몸으로 익히는 곳, 윤리도덕을 실천하는 곳으로서 신앙 공동체의 시작이 바로 가정임을 인지 시켜주었다.

질의와 응답은 서서히 답을 찾아 뜨거운 감자로 익어가며 구수한 향을 내고 있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삶의 자세를 지성(이어령 선생)에게 물었다. “오늘날 사회와 환경이 이혼하기 쉽게 변화하고 있다. 긴 세월 유교문화에 억눌렸던 여성의 억압이 봇물처럼 터져 막을 길이 없다.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 시대는 대화를 통한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며 상대에 대한 믿음과 배려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영성 안으로 들어가는 건강한 부부 공동체”라 했다. 더불어 부부가 소통하기 가장 쉬운 방법을 제시 했는데, 그것은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부 공동체 취미생활과 놀이를 통해서 삶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답이다.

이에 반해 영성(이재철 목사)의 답은 “부부관계와 신앙생활은 항상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울 때 청지기의 사명을 다 함이라” 했다. 부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 고독해 짐으로 물질과 명예보다 사랑으로 채워가면서 가정의 빈 공간을 채우며 살아야 한다는 청지기성을 말했다. 또한 부모와 자식관계에서 부모는 노인이 되지 말고 어른으로 남아있는 가정이 건강한 신앙 공동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가 노인이 되어 건강하면 자식에게는 짐이 되지만 어른으로 살면 자식에게는 교훈이 됨으로 몸과 마음이 같이 늙어가는 것이 훨씬 신앙적이다 했다. 과연 그 답이 맞는 답인지 나에게는 아직 숙제로 남았다. 나는 왠지 아직도 마음만은 녹슬지 않고 살고 싶기에 말이다.

삶과 가족이란 질의와 응답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삶이란 밑그림을 통해 가족이란 관계의 멋진 그림이 윤곽을 드러냈다. 멋진 그림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이어령 선생이 짧은 신앙고백을 했다. 마치 영적인 어린아이가 철이 들어가는 사춘기 청년의 고백처럼 신선하게 들려왔다. 그가 지난 날 지성의 날개로 비상하고 있을 때는 당연히 ‘도끼’가 힘이었는데 영성 안으로 들어와 보니 힘은 ‘도끼’가 아니라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운 삶이라 했다.

그 안에 영성이 들어옴으로서 가족의 범주를 넘을 수 있었고 이웃을 섬길 수 있는 신성을 향 할 수 있었다 한다. 고희의 나이를 넘어 호랑이에게 덤비는 양이 아닌, 또한 늑대의 먹잇감도 아닌 오직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신앙인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선생의 고백이 마치 고풍스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모두가 큰 박수로 화답하며 깊은 영성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지금껏 영성에 대한 답을 해주신 이재철 목사님은 교단과 교파가 그를 죽이려 했고, 힘 있는 자들이 넘어뜨리려 했어도 진정한 패자의 길에서 진리만을 선포했다. 십자가는 분명 패자들이 피를 흘린 곳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십자가 뒤에 부활의 영광을 믿었기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 할 수 있었다.

과연 이 시대 의인은 누구일까? 50만 성도를 가진 자인가? 2100억 건축을 하려는 자들인가? 60억  재산을 기부한 자인가? 권력의 뿔을 잡고 흔드는 자들인가? 수시로 변질되는 카멜레온 같은 정경유착보다 더 비루한 정종유착(정치와 종교)에 붙어있는 매미 떼들 소리에 세상은 마음 문을 닫아가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신앙 안에서 삶의 가족은 그의 나라와 의를 위해 핍박받는 자 일 것이다.

하나님은 진정 의인 한 사람만 있어도 이 성을 멸하지 않으신다 하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는 의인 한 사람으로 인해 하루를 더 살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에 의한 0순위가 아닌 하나님을 위한 0순위를 애타게 찾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황제의 길에서 나를 찾지 말라, 패자의 길에서 나를 찾으라.’

▲ 국인남 - 당당뉴스 행정실장, <크리스챤이여 핸들을 꺾어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