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과 신비


주님 먹구름이 성난 얼굴로 온 천지를 덮어버린 밤
하늘에는 별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심한 바람결에 칠흙 같은 어둠이 파도칠 뿐입니다

그러나 이 밤에 작은 촛불 하나를 들고
당신께로 나아갑니다
큰 촛불 아니라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진리에 목말라 눈가에 글썽거리는 눈물이
생명을 거부하는 사막에 뿌려져
한 생명체로 발아하게 하옵소서

당신은 거룩하게 썩는 밀알이 되셨습니다
죽음으로서 죽음을 물리치는 큰 역설과
신비를 몸소 체험하셨습니다

이 드높은 진리를 너무 값싼 것으로 포장하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옵소서
땅 속에 들어간 후 어둠이 극도로 괴롭힌다
하여도 썩는 아픔이 전신에 메아리 친다 하여도
그 자체를 영광으로 승화하게 하소서

성 십자가 없이는 부활의 영광도 없습니다
구원의 희망도 없습니다
고난과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영원한 새 생명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주님 당신은 십자가에 달리시어 마지막까지
순명하셨습니다
순명을 거부하면 신앙의 순결을 상실하는 것인데
때때로 외면하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좁은 길 걸어가면서 위대한
역설과 신비의 진리를 증언하게 하소서


(미국 성공회 성 야고보교회 주임신부. 이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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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미국 성공회 성 야고보교회의 주임신부이신 이 다니엘님께서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셨습니다.

아래는 이 신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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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고난주간)을 앞에 두고 이 시를 전송합니다.  제가 사목하는 지역이 대서양 연안에 조오지아 주 남부인데  옛날 약 300년 전에 요한 웨슬레와 그의 아우 찰스 웨슬레 사제가 사목했던 곳 입니다.  아직도 그들 선교 역사의 향내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성주간과 부활절에 주님의 크신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