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목회세미나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전 9시부터 김기석 목사(청파교회)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김기석 목사는 전날 안산1대학에서 강의가 있어 마지막 날에야 참석할 수 있었다. 김 목사는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과 목회’라는 주제로 패널토의를 위한 발제를 하였다.

김 목사는 ‘주제를 받은 다음부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과 목회라는 주제로 말을 하라는데 이것 때문에 몸이 아팠을 정도이다. 한 달 이상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말해 기쁨이 없다. 나는 청년시절에 처음 교회를 나갔기 때문에 신앙적 뿌리가 없는데 돌아보니 어쩌다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동기들도 내가 목회를 할 꺼라고 생각한 친구들이 없었다. 청파교회에서 30년간 목사 및 전도사 생활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왜 이 길로 접어들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스스로 구도자가 되고 싶었다. 보수적 친구들과 논쟁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그 길이 항상 가물가물하고 손에 잡힐 듯 하면서 빠져나갔다고 느낀다’고 강의를 시작했다. 김 목사의 강의를 요약한다.

내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내 인생에서 본질적인 것이었다. 기독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싸늘해졌는데 우울하다. 니코스 카잔차스키가 1937년에 쓴 스페인기행이라는 책을 보면서 오늘의 불길한 느낌을 갖는다. 열정이 장애물이 돼버렸다는 지적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불안을 내면화하면서 살면서도 지향해야 할 분명한 길을 보면서 살아가야 할 시간여행자의 삶이 너무나도 힘들어서 다른 것을 만들며 산다. 불안의 대용물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대형교회, 자리 등이 그것이다. 이는 타락이다. 이런 긴장으로 탈진하게 된다.

신앙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예수의 이야기에 합류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정체를 완성해간다. 그러나 우리가 그 이야기 안에 있기 때문에 끝을 모르는 이야기이므로 줄거리는 계속 수정된다. 우리는 예수의 이야기 안에 있다. 예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예수는 사적인 이야기, ‘나’가 없었고, 거짓이 없었고, 닮으려고 애써본 적이 없었고, 의존 없이 독립적 인격으로 사셨고, 온전히 헌신하는 삶으로 살았는데 세상이 그에게 준 것은 죽음이었다. 이것이 예수적 운명이다. 그러나 예수는 그런 죽음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선물이 되었고 스승이 되어 주셨다. 결국 예수적 존재를 향한 순례적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예수의 이야기에 합류할 만한 내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는 죽은 목회자일 것이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어보면 죽음을 앞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왕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천하루 동안 계속되었고 세헤라자데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처녀들의 목숨도 구하게 되었다. 이야기꾼은 알라가 지혜 가운데 이야기를 주신다며 끝을 맺는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삶을 만들고 변화시키고 굳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인간의 삶은 행동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인생은 삶의 시(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목회자로 사는 것은 우리 삶을 예수 이야기로 구성하고자 작정하는 것이다. 예수로 인해 기쁘고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소통시키는 일을 통해 그들의 삶을 예수 이야기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목사의 역할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힘이 솟게 되는데 그것이 교회의 본질일 것이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스물네 개의 성과 속이 뒤섞인 잡다한 이야기가 캔터베리라는 순례지로 수렴되는 것을 보여준다. 제프리 초서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삶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누추하고 더러운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합류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교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이야기의 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귀를 기울이면 우리 삶이 바뀐다. 그리고 그들을 새로운 이야기로 초대해야 한다.

기쁨이라는 낯선 감정을 잊고 살아왔던 나날들이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 감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정태적 감정이 아니라 역동적 감정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셨던 것도 기쁨이다. 장 바니에는 요한복음이 예수의 첫 번째 이적으로 가나의 혼인잔치를 소개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해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삶을 축제로 바꾸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요한복음 15장은 ‘내가 너희에게 이러한 말을 한 것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게 하고, 또 너희의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한다. 기쁨은 행위 속에서만 얻어지는 것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성서에서 기쁨이라는 말을 찾아보니 그 뿌리가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라고 한다. 그런 경우 자기초월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기쁨의 줄기이다. 자기초월은 자기를 위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연민과 연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기쁨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것이 기쁨의 잎에 해당한다. 우리 삶이 기쁘지 못한 것은 뿌리가 든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목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도들은 예수의 이름 때문에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을 기뻐하면서, 공의회에서 물러나왔다.’(행5:41)는 구절을 보니 우리가 추구하는 기쁨은 다른 이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남은 목회의 시간을 잘 해나가기를 바란다.

패널토의는 이병욱 목사(꿈이있는교회), 김일룡 목사(전원교회), 변경수 목사(동녘교회), 김홍술 목사(애빈교회), 네 명의 목회자가 주제 및 목회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였다. 그리고 참석한 이들 모두 세 가지 질문에 맞춰 간단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 가지 질문은 1. 예수의 길은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 예수의 길을 가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은 무엇인가이다.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다양한 대답을 하였고 전체적으로 힘들지만 그 안에서 생각지 못한 기쁨들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