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마치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한 알의 겨자씨 같은 것이다."

예수가 하늘나라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한 알의 겨자씨이다. 그대는 예수의 이 말이 이해되는가? 그대는 예수의 말을 잘 경청해야 한다. 아니 그대는 예수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예수는 항상 "들을 수 있는 자들은 들으라"고 하는 것이다. 예수의 말을 이해하려면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대에게는 귀가 있다. 그리고 눈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아주 성능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대의 귀는 들을 수 없고 그대의 눈은 볼 수 없다. 그대의 귀와 눈은 오만 가지 관념과 편견과 느낌과 습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것들에 부합하는 것은 끌어들여 지지하고 좋아한다. 부합하지 않는 것은 배척하여 물리치고 반대한다. 그렇지 않을 때 그대는 무신경하여 심드렁할 뿐이다. 그대 자신과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라. 나의 말이 옳지 않은가? 그렇다 관찰, 관찰은 중요하다.

그대는 과학(science)이라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들어 보았을 것이다. 과학은 무엇인가? 과학적 지식은 항상 두 가지를 동반해야 한다. 관찰 가능할 것(observable), 반복적일 것(reproduceable), 즉 그대의 오감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은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일관성이 있게 반복적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명제를 만족시켜야만 과학적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예수와 고타마의 진리는 과학에 가깝다. 그들이 말한 진리는 항상 관찰 가능하다. 아니 항상이라는 말도 부족한 면이 있다. 그대가 관찰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이 말하는 진리이다. 그 진리가 어떻게 관찰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참으로 우스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진리는 반복적이다. 반복적이라? 이 말도 부족하다. '언제나 늘 그러하다.' 이 말에 더 가깝다.

과학적 지식은 조건 속에서만 존재

그러나 과학적 지식은 항상 조건이 붙는다. 어떤 조건하에서만 관찰 가능하고 반복적인 지식이다. 지구의 중력을 한번 생각해 보라. 그대는 지구의 중력이 늘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중력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실은 뉴턴이 그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뉴턴이 만들어 내기 전에 중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뉴턴은 자연의 일부를 떼어 내어 중력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그대의 다리를 예로 들어 보자. 그대는 아마 다리는 발과 종아리, 허벅지, 무릎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다리는 과연 그러한가? 그것은 단지 인간의 편의상의 구분일 뿐이다. 인간이 다리를 발, 종아리, 허벅지, 무릎 등으로 구분하기 전에 그것들은 독립된 그 무엇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그대의 두 팔을 왼팔과 오른팔로 구분하는 것과 같다. 언제부터 그것은 왼팔이었고 오른팔이었는가? 왼팔이나 오른팔은 원래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편의상의 구분일 뿐이다.

중력도 마찬가지이다. 중력도 그저 편의상의 구분일 뿐이다. 그리고 지구 중력은 중력장을 벗어나면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구가 소멸하면 함께 소멸할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일정한 조건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지식이다.

그대는 아마 그대 자신을 침팬지나 오랑우탄과는 다른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호모루덴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 그와 같은 구분을 하는가? 그대를 침팬지나 오랑우탄이라고 부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인가? 그리고 고생물학자들은 지구가 헬륨, 핵융합반응을 통해 생성된 후 바다에 단세포 생물이 태어나 오랫동안 존재하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전 지구에 충분한 산소가 늘어나자 세포와 세포를 이어 주는 글리코겐 같은 아교 물질들로 세포를 이어서 다세포 생물이 태어나고, 이 다세포 생물들이 체계를 갖춘 생물로, 그리고 물고기로, 물고기가 뭍으로 나와 양서류와 파충류로, 그 후 다시 포유류가 되었고 포유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영장류로, 그리고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도구를 만들고 불을 발견하여 화식을 하게 되면서 구강 구조가 바뀌고 뇌가 커질 수 있게 되어, 오늘날과 같은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다윈의 진화론과 유전 공학 이야기다.

인간 안에는 단세포, 다세포, 어류, 파충류, 영장류, 포유류까지 모든 진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간의 팔과 손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만드는 유전자가 변형되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얼굴에는 아가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간이 딸꾹질을 하는 것은 아가미 호흡을 하던 어류의 흔적이다. 인간의 몸은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신의 완벽한 작품이 아니다. 여러 가지 진화론적 약점이 숨어 있다. 인간의 눈은 오징어의 눈보다 과학적이지 못하다. 오징어는 시신경이 망막 뒤에 있어 사물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 주지만, 인간의 눈은 시신경이 망막 위에 붙어 있는 형태이다. 이것은 아주 불안정한 구조이다. 인간이 물고기였을 때 고환은 심장과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점점 내려와서 몸 밖으로 배출되어 음경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게 되었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졌는데도 고환에서 음경으로 정자가 이동하는 경로는 터무니없이 비경제적이다. 고환에서 나온 정자는 요도관을 한참 빙 돌아서 음경으로 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인간은 해부학적으로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생물체의 진화론적 연장선에 있는 동물이지, 태초에 신이 다른 모든 생물들을 만든 후에 그것들을 다스리고 정복하라고 만든 완벽한 창조물이 아니다.

진화론과 유전 공학도 인간이 세상을 보는 일정한 형식에 불과하다. 인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이나 동물의 어떤 형질을 조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물에 빨간 염료를 타면 빨간색 물로 변한다. 파란색 염료를 타면 파란색 물로 변한다. 또한 물은 조건에 따라 물에서 수증기로, 눈으로, 얼음으로 아니면 산소와 수소로 분해되기도 한다. 인간도 이와 같다. 조건에 따라 인간의 몸의 형질이나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물고기로 파충류로 포유류로 영장류로, 인간을 고유하고 고정된 틀로 보는 것은 인간의 편협하고 날조된 인식일 뿐이다. 인간이라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고 조건에 따라 생성되었다가 변하는 어떤 것이 있을 뿐이다.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인간의 착각일 뿐이다.

조건 없이 '항상 존재하는' 진리

그러나 예수와 고타마가 말한 진리는 그러한 조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예수와 고타마는 조건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언제나, 항상 존재하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침팬지나 오랑우탄도 예수나 고타마가 말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침팬지나 오랑우탄도 들을 귀가 있어야 한다. 불가에서는 동, 식물 등 모든 생명체가 깨달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범종, 북, 운판, 목어를 사물(四物)이라고 부르는데, 범종은 지옥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며, 북은 축생들이 듣고 해탈하라는 염원에서, 운판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조류들을 위하여, 목어는 물속에 사는 어류들이 그 소리를 듣고 해탈하라는 염원으로 치게 된다. 또한 처마 끝의 풍경으로 붕어 모양을 다는 것은 붕어는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스님들이 항상 수행에 정진하게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동물들도 진리를 듣고 깨닫도록 배려하는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과학적인 모습인가! 진화론과 고생물학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가의 이런 전통은 참으로 뛰어난 것이다.

또한 불가의 발우 공양은 가장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인류 최고의 완벽한 식사법이다. 차분하고 집중된 마음으로 대중이 모여 육류와 오신채가 없는 음식들을 공평하게 나눈다. 법망경의 "먹는 것이 공평하면 모든 것이 공평하다"는 말처럼 발우 공양은 평등 정신으로 공양하는 이뿐만 아니라 온 우주와 함께하는 식사법이다. 불제자가 가지는 밥그릇은 모두 4개이다. 큰 그릇은 밥그릇이며, 그다음은 국그릇, 그리고 청수 그릇, 반찬 그릇이다. 밥그릇은 무릎의 왼쪽 바로 앞에 두고 국그릇은 오른쪽 바로 앞에 두며, 찬그릇은 밥그릇 앞에 두고 청수 그릇은 국그릇 앞에 둔다.

발우 공양은 의식과 절차에 따라 하는데, 이러한 의식과 절차는 대중이 함께 공평하게 나누어 먹고 함께 도와 가며 수행한다는 정신을 몸에 배게 하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그리고 각 의식 때마다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게송(偈頌)을 읊어서 공양을 통해 수행의 정신을 깊게 되새기게 하고 있다. 발우를 펴는 데는 전발게를 하여 죽비 소리에 따라 발우를 펴고 반야심경을 왼다. 십념 공양을 올리고 봉발게를 한다. 부전 스님이 죽비로 신호하면, 조용히 발우를 순서대로 편다. 청수물을 돌리면, 큰 그릇에 물을 받는다. 그다음 국그릇 찬그릇으로 헹구어 청수물 그릇에 부어 넣는다.

밥과 국이 나눠지면, 각각 공양을 받아 놓되 먹을 만큼 덜어 남지 않게 덜어 내고 난 뒤 두 손으로 합장하고,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있으며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하여 사부 대중을 위하여 봉사하겠습니다"라고 한다. 밥과 국이 한 차례 돌고 난 이후에는 가반이나 감반을 한다. 가반이란 밥이 모자라면 더 먹으라는 뜻이고, 감반이란 밥이 모자라니 자신의 밥그릇에서 한 숟갈씩 덜어 달라는 의미이다. 서로 힘을 모아 남을 돕는다는 십시일반 그 말 그대로이다. 그리고 새나 물고기, 벌레 등 축생과 미물들을 위해 자신의 밥에서 몇 알의 밥알을 따로 떼어 놓는 헌식을 하는데, 여기에도 온 우주와 함께 나누는 발우 공양의 정신이 숨어 있다.

공양이 끝나면 다시 두 손으로 합장한다. 공양을 끝난 그릇에 물을 부어 남긴 김치 조각 등으로 깨끗이 씻어 고춧가루,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모두 마시고 그릇을 닦아 본래대로 쌓아 둔다.

공평과 나눔 정신 일어나는 그 자체가 기적

이와 같은 발우 공양의 정신은 예수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그것이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먹고 12광주리가 남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수의 초인적인 능력을 부각해 예수가 진정한 구원자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그런 능력 때문에 떡고물을 얻어먹으려 교회에 나가고, 목사들은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와 생계를 다지고 부와 명예도 쌓는다. 사람들은 더 경쟁적이 되고 무비판적이고 유아적 의존 상태로 예수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을 갖게 된다. 그대는 이상한 기적을 바라는 도둑놈 심보를 버려야 한다.

그럼 오병이어의 기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눔과 공평의 정신에 있다. 나눔과 공평이 있다면 어린아이가 내놓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서로 더 먹고 가지려고 피 튀기는 무한 경쟁을 하다가 서로 모두 내려놓고 공평하게 나누는 정신을 갖게 된다면,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그대는 한번 관찰해 보라. 사람들은 과연 서로 내려놓고 공평하게 나누고 있는가?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불신의 장벽을 쌓아 놓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라. 어디서 공평과 나눔이 펼쳐지고 있는가? 예수를 믿는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그러하던가? 신실한 '교회 다니미'들인 '강부자' 정권의 하수인들이 그러하던가? 세계 도처를 살펴보라. 그것을 실현한 나라가 얼마나 되는가? 공평과 나눔이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인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겨자씨와 같은 예수의 하늘나라가 불신과 살육과 경쟁의 벽을 뚫고 그들 각자의 내면에 임하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오병이어의 진정한 기적인 것이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를 공평하게 나누려 했던 어린 소년의 내면의 변화가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예수는 말한다. "그것은 마치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겨자씨와 같다." 예수는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늘나라가 씨앗 중에서도 가장 작은 겨자씨라니…. 자 이쯤에서 크리스천 그대가 애지중지하는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그대는 성경을 어떻게 읽는가? 아니 성경, 그것은 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주변 강대국들의 고등한 종교 전통을 나름대로 짜깁기하고 편집 수정하면서 만들어 낸 이 고대 히브리인들의 고백이 고대 한국의 단군신화보다 더 뛰어나다는 말인가? 그대는 그것을 비교해 보았는가?

구약만 가지고 보자면 그 안에는 신화도 있고 역사도 있고 문학도 있고 정치와 철학도 있는 것 같다. 구약의 히브리인들의 신은 의인화해 인간들과 대화도 나누고 직접 인간에게 계시를 주기도 하고, 시내 산의 아브라함 앞에서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I am who I am)" 하면서 장엄한 모습이기도 하다가, 자주 화와 분노를 터트리고 질투를 터트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주 잔인한 모습을 띄기도 한다. 구약의 하나님은 참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모습만 보자면 지혜의 빛으로 세상을 열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치로 다스린다는 광명개천,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개조 단군, 고조선의 건국이념과도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난다. 무언가 심오한 진리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국가와 사회의 통치 이념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한 부락의 이기적인 욕구에 부역하는 천박한 신의 모습을 띠기도 하는 이 히브리 신의 기형적인 모습은 분명 히브리 민족이 자신들의 민족 신을 중심축으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수혜와 중동 주변국들의 문화를 흡수하면서 생긴 현상임에 틀림없다. 히브리인들조차도 초기에는 유일신이 아니라 다양한 신들을 섬기고 있었고, 유일신 개념이 생겨난 것은 가나안 정착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러 정치‧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채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약에서 예수와 바울 등이 고백하는 히브리인 신의 모습은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상당한 울림과 깊이와 일관성이 있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관용과 사랑과 진리의 모습을 띠고 있다. 신약은 분명 유대 문화의 토대와 연장선상에서 고대 이교도의 미스테리아가 접목된 현상일 것이다. 고대 이교도의 미스테리아는 이와 같이 토착 문화의 표현 양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퍼져 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신약성서 안에 구약에 대한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성서는 결코 실체적 역사의 기술이 아니다. 역사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제는 유대인들 자신조차 토라와 탈무드의 역사적 실체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렇다면 성서 중 구약은 히브리인들의 진리에 대한 고백의 언어, 신약은 고대 미스테리아 신앙의 유대 버전 정도로 읽어 주면 된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강대국이었던 로마 콘스탄티누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중동의 자그마한 민족의 종교가 지구촌 역사의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이 유대 민족 신앙과 미스테리아 신앙이 접목된 문자주의 유일신교는 수많은 조작과 가지치기를 거쳐 다듬어져 나갔다. 그래서 크리스천 그대가 성경을 읽어 나갈 때 많은 모순을 경험하는 이유이다. 예수의 어록인 사복음서에서도 예수가 마치 심오한 진리를 가르쳐 주는 것 같다가도 세상의 종말에 다시 재림할 전혀 새로운 세상을 제시하는 듯 보이는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모습들은 이러한 '손 대기'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러한 모순점들은 이후 이집트 나일강 주변의 나그함마디 마을에서 영지주의 문서들이 발견되면서 거의 풀리게 되었다.

로마제국에 의해 문자주의 기독교가 국교로 등장하면서 영지주의 기독교는 엄청난 박해와 탄압을 철저하게 받았고 그 문헌들은 불태워지고 폐기되었던 것이다. 일부 기독교 학자들은 기독교가 로마에 의해 선택되어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 그들 신이 역사를 통하여 섭리해 가시는 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 그렇다면 인도의 아주 작은 샤캬 부족의 왕자였던 고타마 싯다르타의 깨달음의 진리가 동양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신의 섭리라는 말인가? 이슬람이 퍼져 나갔던 것은 이슬람 신의 섭리인가? 불교가 널리 퍼져 갈 수 있었던 것은 인도를 통일했던 3대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불교를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아소카왕은 수많은 전쟁을 치른 후 불교를 적극 권장하여 수많은 사원과 부처님 사리탑과 병원을 짓고 국민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펴 나갔던 왕이다.

진리를 보는 안목

자, 그렇다면 이러한 기본적 인식 아래 그대는 성경을 어떻게 소화해 가야 하는가? 성서에는 조작되고 왜곡되어진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분명 그대에게 진리의 빛을 선사해 주는 많은 부분도 있다. 또한 영지주의 복음서도 큰 몫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경은 진리를 보는 안목으로 읽어 가야 한다. 성경은 그대에게 어떤 지식이나 도덕적 양식을 제시해 주는 책이 아니다. 성서를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자들이 자칫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이 수많은 분석과 비평 작업들을 통해 일정한 패러다임을 만들고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칼뱅이나, 웨슬레, 바르트니, 몰트만이니, 판넨베르크니 하면서 말이다.

불교의 불경이나 도교의 도덕경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불경은 불안, 또는 법안이라 하여 불법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안목이 없다면 불경을 읽는 것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타마 싯다르타는 중생들의 근기에 맞게 여러 가지 방편으로 가르침을 편 것이다. 어떤 중생에게는 도덕적 가르침을, 어떤 중생에게는 수행의 방편을, 어떤 중생에게는 최상승의 법을 말이다.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은 어떤 것도 세우지 않는다. 어떤 가르침도 고정된 것이 없다. 무언가 가르친다면 그것은 전부 방편으로써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불교의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서 깨우침을 얻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다만 깨우친 이후 중생을 가르치는 방편을 쓰기 위해 배운다면 소용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전에는 그런 지식은 오히려 망상과 법집(교법에 얽매여 그것에만 집착하는 일)만을 키워 줄 뿐이다.

예를 들면 영산회상(영취산에서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하던 자리)에서 부처님은 한참을 침묵하신 후 대중에게 꽃을 들어 보이셨다. 대중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오직 마하가섭만이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부처가 꽃을 들어 보이신 것은 무엇이며 가섭이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인 이 도리는 과연 무엇인가? 또한 중국의 운문 스님이 해우소에 갔다가 나오는데 어느 스님이 운문 스님에게 간절하게 물었다. "스님 부처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운문은 "간시궐(마른 똥 막대기)"이니라고 답한다. 부처를 물었는데 마른 똥 막대기라니, 이 무슨 소식인가?

법은 이렇게 문자와 형식을 넘어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대는 이것을 알아볼 안목이 있어야 이 도리들을 깨우치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부처와 조사들의 가르침은 법과 도의 안목이 열려야 제대로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 그 전에 그대가 그 경전과 어록들의 지식에 집착하면 망상과 아만(스스로를 높여서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만 키우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예수와 성경의 가르침도 마찬가지이다. 예수가 가르친 복음의 안목이 열려야 그대는 예수와 사도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소화하게 된다. 성경의 모든 가르침은 불교와 도교의 경전처럼 어떤 한 가지 진리를 줄기차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대는 성경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역사인가? 어떤 세계관인가? 예수라는 인물인가? 유일회적인 부활 사건인가? 어떤 사람은 기독교 하나님의 가르침을 온 세상에 편만한 것은 보편 계시라 하고 그들이 보는 성경은 하나님께서 유대 민족에 주신 특별 계시라고 한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신이 한 민족을 택해서 계시를 한다는 신의 의인화도 우습지만 특별 계시라니…. 참으로 독선적인 기독교식의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진리란 그렇게 누군가가 특정인에게 던져 주듯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우연히 드러난 예수의 유일회적인 십자가 부활 사건이 종말에 드러날 진리를 먼저 선취한 것이라니, 그리고 이것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드러난 것이라니 터무니없어도 너무 없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안목으로 예수의 귀한 가르침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저들의 한심스러운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예수의 역사적 실체는 그 증거가 전무하다시피 할 뿐 아니라 역사적 예수를 천착하는 예수 세미나 계열들도 사복음서에 드러난 예수는 역사적 예수를 많이 왜곡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히 십자가 사건이나 부활은 실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것은 예수 부활 사건 훨씬 이전의 미스테리아 신앙인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의 유대 버전일 뿐이다. 수많은 다른 오시리스-디오니소스 버전의 신인들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부활하였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인들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만이 신화적 진술이고 오직 예수의 십자가 죽음 사건과 부활만이 진실하다는 억지 주장을 어떤 근거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바보가 아니라면 말이다. 사복음서를 관통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자,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겨자씨만 한 각성

"그것은 마치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한 알의 겨자씨 같은 것이다."

예수는 하늘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고 있다. 그대는 겨자씨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정말 먼지만큼 아주 작은 씨앗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작은 씨앗이 하늘나라와 같다는 말인가? 어떤 학자나 목사들의 주장처럼 종말에 드러날 하나님의 통치라면 좀 더 구체적이고 통 큰 표현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예수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말해 줘 봐야 종말에 가서나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제자들에게 대충의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예수는 아주 진지하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비유를 들어 제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하늘나라 그것은 겨자씨와 같은 각성, 깨우침이다. 그대 안에 겨자씨만 한, 아니 그보다 더 작더라도 각성이, 깨우침이 불현듯 아니면 벼락처럼 번득 일어나야 한다. 이것을 그대는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된다. 이 작디작은 각성이 일어나면 그대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변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대 자신과 이 세상은 근원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어떤 물리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서도 너무나 철저하고 확실하고 완벽한 변화이다. 이 각성 앞에 그대는 웃음을 터트릴 수도 있고 거대한 평화가 그대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그대를 압도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작은 각성이 영지주의 크리스천을 핍박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던 사울에게도 일어났다. 그가 길 위에서 보았다는 예수의 음성과 눈을 멀게 한 그 밝은 빛은 무엇이었을까? 그래 그것은 그 겨자씨와 같은 각성이다. 그 각성이 사울에게 일어나자 그는 눈이 멀었다. 그렇다. 이 각성이 그대에게도 일어난다면 그대는 한동안 그대 안의 평화와 환희 때문에 어리둥절할 것이다. 나에게도 이 각성이 찾아왔을 때 나도 너무나 깊고 거대한 평화에 젖어 있었다. 왜냐하면 이 우주와 존재의 모든 문제와 의문이 일시에 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대의 기대와는 다른 지극한 단순함 때문에 허탈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각성이 서서히 그대를 압도해 갈 것이다. 그러나 이 작은 겨자씨의 각성이 그대를 찾아오기 전까지 그대는 그저 눈멀고 귀먹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고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이 각성 바깥세상의 어리석은 이웃일 뿐이다.  (4편에 계속)

한성영 / 블로거 http://blog.daum.net/steppingstone77/17198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