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신학적 혼란의 이유 : 십자가 사건이 원 계획(original plan)

십자가 사건을 원 계획으로 보기 때문에, 신학의 모든 구조가 이 사건을 중심으로 꿰맞추어져 있다. 성경에 보면 십자가 사건이 원 계획이라고 볼 수 있게 하는 말씀이 몇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곧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 (개역한글, 에베소서 3:11)

according to the eternal purpose which He accomplished in Christ Jesus our Lord, (New KJV, Ephesians 3:11)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부르심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 뜻과 영원한 때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 (개역한글, 디모데후서 1:9)

who has saved us and called us with a holy calling, not according to our works, but according to His own purpose and grace which was given to us in Christ Jesus before time began, (New KJV, 2 Timothy 1:9)


이 말씀대로라면 인간의 타락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한다. 그래야만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건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학이 아직까지 오리무중에서 헤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것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전지전능과 사랑을 설명하려니, 말로는 되는 것같이 보이는데, 실제적인 내용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난관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성립시키기 위하여 인간의 창조와 타락이 있어야만 되는 것이다. 십자가 사건을 필연성으로 포함시켜 전능성 중심 신학을 구축하려 한 것이 지금의 우스꽝스러운 신학체계이다. 전능성과 사랑을 억지로 꿰어 맞춘 것이다.

십자가 사건이 중심이 되는 신학구조로는 하나님의 진정한 전능성과 사랑을 설명할 수 없다. 하나님의 전능은 절대주권을 나타내어 영광을 받으시기 위한 것으로만 설명이 가능하게 된다. 하나님의 사랑은 병 주고 약주는 식의 것일 수밖에 없다.


다음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고민을 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뒤에 가서 충분히 다루겠다.


그러나 우리가 온전한 자들 중에서 지혜를 말하노니 이는 이 세상의 지혜가 아니요 또 이 세상의 없어질 관원의 지혜도 아니요 *오직 비밀한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지혜를 말하는 것이니 곧 감취었던 것인데 하나님이 우리의 영광을 위하사 만세 전에 미리 정하신 것이라 *이 지혜는 이 세대의 관원이 하나도 알지 못하였나니 만일 알았더면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 박지 아니하였으리라 (개역한글, 고린도전서 2:6~8)

However, we speak wisdom among those who are mature, yet not the wisdom of this age, nor of the rulers of this age, who are coming to nothing. *But we speak the wisdom of God in a mystery, the hidden wisdom which God ordained before the ages for our glory, *which none of the rulers of this age knew; for had they known, they would not have crucified the Lord of glory(New KJV, 1 Corinthians 2:6~8)


어떤 학자들은 하나님께서 인간들로 하나님의 지혜를 알지 못하게 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함으로 구속의 영광을 보게 하였다는 어처구니없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하나님이 의도적으로 인간들이 하나님의 지혜를 알지 못하도록 하셨다는 말 같이 생각된다. 알지 못해야지만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박아 하나님의 사랑을 보도록 하여야 하니까 말이다. 정말인가?

이 구절의 말씀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지 않고 하나님의 지혜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원래 하나님의 계획이었다. 사실, 대속신학을 최대한 인정하는 입장에서, 예수의 성육신과 십자가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필요상 부가된 하나님의 일하심인 것이다.

필요상 부가된 사건을 필연적인 원 계획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모든 신학 설명체계가 혼동된 것이다. 옷을 입을 때 단추를 하나 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다 꿰어야 하는 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꿰긴 하였지만 잘못 꿰였으면 그것은 옷 전체를 잘못 꿴 것이 되는 것이다.

십자가 사건도 전체적 체계에서 설명될 수 있는 제 위치가 있는데 십자가 사건을 무조건 중심으로 삼다보니 모든 신학 설명체계가 엉망이 되어 왔다. 그동안 참 불편하였으면서도, 무감각해졌거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체념하고 잘도 살아온 것이다. 이제는 십자가 사건의 제 위치를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