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전지전능성 구조 견지에서

구원론 중심신학은 철저하게 전능성을 위한 신학이다. 영광을 받기 위하여 인간의 타락과 구속을 프로그램화시켜 놓고 그것을 이루는 절대주권을 드러내는 전능자 하나님을 위한 신학구조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전능성은 이미 의구심을 받게 되었다. 전능자의 완성작품이 겨우 아담의 실력정도인가? 타락을 반드시 해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면 그 완전성은 타락하기에 적합한 존재라는 것인가? 즉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담을 처벌하시는 하나님이 불의한 분이되신다. 그러나 하나님을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때문에 끝까지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완성된 존재라고 우겨야 한다.

결과적으로 타락하기를 전적으로 내심 기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음흉을 감추기 위하여 타락에 대한 책임을 인간에게 돌리고, 그 인간을 처벌하신 하나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구속이라는 사건의 연기(演技)를 통하여 사랑으로 자신을 완전히 포장해 버린 것이다.

차라리 절대 주권성을 통하여 영광받기 위한 타락과 구속의 프로그램을 통한 전능성을 포기하고 사랑의 하나님이 되어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고자 몸부림치는 하나님으로 설명하든지, 사랑을 아예 빼버리고 주권을 드러내어 영광받기에 미친 하나님으로 설명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이 구조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가?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신 구속사건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 구속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하나님 자신의 주권을 드러내고 절대주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절대자임을 드러내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부였는가? 성경에서 가르쳐 주신 참 사랑은 상대를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정통신학은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필연적 예정으로서 구속사와 사랑은 양립할 수 없다.


(1) 아버지가 아니라 신 하나님 신학

전능성 구조 신학은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사람을 이간질 시켜 버렸다. 사랑이니 아버지니 하는 말은 하나님을 포장하기 위해서 하는 말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논리적인 귀결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분이 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잡아먹을 돼지에게 좋은 음식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영광받기와 구원론 신학은 신으로서의 하나님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신자들이 어떤 체험을 통해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 할 수 있으나 진리지식을 가지고서는 하나님을 따뜻하며, 위로가 넘치고, 소망과 의미를 주시는 분으로는 깨닫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기독교가 강력한 진리사역은 없고 체험위주의 신앙양태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진리이치로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설명할 수 없고, 사랑도 설명할 수 없고, 우리 자신에 대한 소망도 설명할 수 없다. 현재 신학 구조 속에서 진리를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하나님의 폭군성만 드러나기 때문에 교회에서 그에게 영광을 돌리는 똘마니들을 키우는 제자 훈련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은 진리이치로서 설명이 안 되기 때문에 체험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즈음 교회는 신학이 부재한다. 왜냐하면 신학으로는 가르칠 것이 없다. 앞뒤가 이치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체계로 가르치지 못한다. 때문에 단편적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십자가 사건을 드러내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조금만 범위를 넓히면 이것도 거짓말이 드러나기 때문에 하나님의 전체적인 경륜을 다루지 않는다.

하다못해 주체사상(主體思想)을 따르는 자들도 얼마나 그 사상성과 논리성이 분명하는가? 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말이다. 그들은 생명을 내걸고 그 사상을 신봉하기도 한다. 기독교인도 사상적으로 생명을 걸고 믿는 사람이 강력하는가? 신앙심으로는 가능하지만 사상적으로는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신앙이 사상만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우주를 만드시고 통치하시고 경륜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가르침이 주체사상보다 약한 것은 말도 안 된다. 진리 이치성으로 성도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체험위주로 치우치는 이유이다.

신앙체험은 아주 놀라운 것이 많다. 하나님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길은 체험밖에 없는 것이다. 진리 이치로는 하나님이 좋은 분임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학 부재의 교회, 그것은 계속 혼란스러운 삶을 양산한다. 신학을 전문으로 공부하였어도 아직 혼란스러운 것이 너무 많은 데 어떻게 성도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2) 율법주의 양산

절대주권의 하나님에게는 우리의 마음을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진정과 신령으로 하나님과 사귐을 갖지 못하고 외형적으로, 율법적으로 그를 만족시키려는 율법주의가 당연히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영광 받으려고 횡포를 막무가내 휘둘러대는 하나님 앞에 살아남을 수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마음은 없어도 외형적으로 그에게 굽신 거리는 것 밖에 없다.

진실한 사랑을 함께 나누는 삶 자체가 신앙이고 믿음이며 인생이라는 수준까지 가지 못한다. 종교적인 생활을 잘하는 것만이 내세를 보장받을 수 있는 티켓인 것이다. 종교적인 열심이 있어도 찬바람 쌩쌩 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신에게 버림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신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으로서의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감시하는 우주의 경찰관이며, 심판관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엉뚱한 짓을 하는가 미행하는 경찰관이며, 잘못하면 무자비하게 심판하여 버리는 재판관의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 하나님의 수준에 이를 수 가 없기 때문에 내면적으로는 좌절과 실망을 처절하게 겪으면서도 여전히 영광 돌리기 위하여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고 기어가면서 여전히 하나님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얻어먹을 까 궁리하는 개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하나님의 비위를 잘 맞추면, 모든 일들이 잘되고, 아무 걱정 할 것이 없으며, 그들이 하는 세상일에 축복을 받아, 시련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치사한 꽁수를 가지고 산다.32)

(3) 인간 본성에 대한 오해.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를 강조하려고 하는 시도에서 인간의 본성은 완전 타락, 부패, 무능한 것으로 정리하여 버렸다. 인간의 가능성은 오직 하나님의 절대 역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하여 역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설명체계이다. 극단적 인간부패의 교리는 거대한 집단적 허무주의의 출처가 되고 있다.

근본주의 신학이나 자유주의 신학, 수정주의 신학, 해방신학등이 그 영향력을 상실한 이유는 인간성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간과한데 있다. 새들은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아간다. 그러나 물이 오염되어 있고 먹이가 부족한 곳은 점점 떠난다. 그것은 새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새 본성에 내재된 어떤 특성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에게도 하나님께서 내재시켜 주신 본성이 있다. 이 본성에 만족을 얻게 하는 것이면 그것에 다가가는 것이요, 만족을 얻지 못하면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세대의 신학체계가 이미 버린바 된 것은, 그 신학체계들이 인간의 본성적인 자연성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수성이란 명목으로, 오직 하나님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 앙상한 뼈다귀를 잡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지금도 있다.

신학은 성경과 성경체험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이다. 절대 유일한 진리로서의 유일한 신학은 존재할 수 없다. 칼빈은 그의 나름대로 성경을 해석한 것이요, 웨슬레 역시 그의분 나름대로 성경을 해석한 것일 뿐이다. 그 분들도 그 당시의 시대적 환경과, 개인의 체험과 성경사이에서 의미 있는 해석을 한 것이지, 하나님께서 계시적으로 그것만이 유일한 해석으로서의 신학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대에 가장 의미있는 해석이 무엇이겠는가로 씨름하며 고민하여야 한다.

신앙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주된 관계인데, 하나님도 오해시키고 인간도 오해시킨 신학체계는 이제 진지한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