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하늘나라가 무엇과 같은지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마치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한 알의 겨자씨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름진 땅에 떨어지면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하늘을 나는 온갖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이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비유다. 그대가 이 겨자씨 비유를 알아들을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면, 이 비유의 놀라움에 감탄할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에게 나와 물었다.

그대는 이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라.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에게 나와 묻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기탄없이 그의 스승에게 달려가 묻는 것이다.

크리스천, 그대들은 묻는가? 물론 그대들도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의 질문의 내용을 살펴보라. 그대들의 질문은 항상 비본질적인 것들이다. 그대들은 묻기보다는 떼를 쓰고 요구하기 바쁘다. 항상 청구서 목록을 작성하여 그대들의 신의 코앞에 들이미는 데만 익숙하여 질문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그러나 그대는 물을 줄 알아야 한다. 한 치의 의심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그대는 묻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대에게 스승이 있다면 스승을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 그대의 스승이 올바른 자라면 그대의 질문을 언제든지 기쁘게 받아 줄 것이다.

크리스천 그대에게는 목사가 있을 것이다. 그들 말로는 목사는 주의 종이란다. 즉 예수의 종이다. 목자인 예수의 대리인이다. 목사들이 예수를 대리하려면 예수만큼의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대의 질문을 받아 줄 안목과 시간이 없다. 그들은 그대가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목사들은 목회라는 연기판에서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일 뿐이다. 만약 그대가 질문을 하면 그들은 대본을 펴 들고 짜여진 각본대로 읽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거룩한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믿음을 들먹거리면 된다. 조금 덜 영악한 목사들이라면 대충 얼버무리면서 겸손이라는 방패를 집어 들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거기서 멈추어선 안 된다. 그대의 질문이 정확한 답을 찾을 때까지 그들을 들볶아야 한다. 목사 그들은 예수의 대리인이다. 예수처럼 질문을 받아 주는 자인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그것을 회피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린다면 목사들의 직무유기이다. 그들은 목사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대는 언제든지 질문을 하여 들여우 같은 목사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들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들은 목사직을 수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의 복음의 정수를 제대로 꿰뚫은 목사라면 예수와 같이 언제든지 답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쪼개는 복음의 능력인 것이다. 목사, 그들은 예수를 대리하는 스승이다. 스승의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제자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그 올바른 질문에 답을 해 주는 자이다.

선불교의 선승들도 질문자들이다. 아니, 그들이 하루 24시간 하는 일이란 오직 묻는 일이다. 그들도 선승이 되기 전까지 그대처럼 크고 작은 일들을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묻기도 하던 자들이다. 그러나 선승이 되고 나서 그들은 이제 그 모든 질문들을 화두 하나에 쏟아부어 한 치의 틈도 없이 하루 종일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묻고 묻고 또 묻는 것이다. 그러한 물음 속에서 '확철대오'하는 답을 얻는 것이다.

선사들의 스승은 제자들의 물음을 화두 하나에 쏟아부어 답을 준다. 화두를 내려 주는 자는 스승인 선사이다. 스승은 제자가 그 물음의 끝에 제대로 답을 찾았는지 점검해 주는 자이다. 그는 최고의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제자를 그 물음 밖의 생사를 벗어난 세계로 이끌어 줄 수 있다.

자, 그러니 크리스천 그대도 물어야 한다. 그대의 스승인 목사에게 짜여진 각본이 아닌 날것의 물음을 토해 내야 한다.

예수의 제자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생의 본질을 예수에게 묻고 있다. 바로 그들 유대인들이 가장 궁굼해 하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말이다. 그대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 해 본 적이 있는가? 요즈음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면 이상한 취급을 당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육신을 보존하고 먹이사슬 상층부의 고지를 점령하는가에 있다. 부풀려진 생존의 두려움 때문에 그대는 항상 쫓긴다. 그렇지 않을 때 그대는 그저 육체의 습관이 이끄는 데로 끌려다닐 뿐이어서 생의 본질을 물을 겨를이 없다. 크리스천 그대가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는 경전에 나와 있는 대로 '육신의 안목과 이생의 자랑' 이 두 가지가 그대가 하는 일의 전부인 것이다.

나도 깨달음을 얻기 전 교회를 다녔다. 교회에서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우스운 것들이다. 그들은 실제로 예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들은 사각의 검은 경전을 들고 교회 문턱을 들락거리며 일요일, 습관적인 예식을 치르고 돈을 지불한 다음 밥을 먹는다. 밥을 말이다. 이것만 잘하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일요일 교회에 들러 예식을 치르고 돈을 지불한 다음 밥을 먹는 것, 이것만 잘하면 그대는 교회에서 믿음 좋은 신앙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무슨 상관인가? 그대가 교회 등록인 명부에 사인을 함으로써 그대는 구원을 받았는데, 나머지는 그저 소일거리에 불과하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바로 목사가 하는 일에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 이것으로 그대의 구원은 확실하게 완성될 것이다.

일요일마다 십자가 건물 아래서 그대가 하는 일이란 그대의 구원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대의 경박하고 분주한 습관을 산처럼 짊어지고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예수가 한 말에 대해서는 잊어 버려라. 질문? 아, 그 귀찮은 짓을…. 난 이대로 만족해, 왜 그렇게 어렵게 살려고 하나? 나의 목사는 이대로, 이대로만 잘하면 구원뿐만 아니라 취업에 승진을 보장했어, 뭘 더 바라겠어? 사람들은 왜 교회에 가는가? 그들은 외롭고 두렵기 때문이다. 쉴레이르 마허가 말한 대로 '절대 의존 감정' 때문이다. 그대들의 그 경박한 습관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보호해 줄 강력한 심리적 방어기제가 필요한 것이다. 목사들은 그 싸구려 언변으로 그대의 불안한 에고를 달래기도 하고 으르기도 할 것이다.

이것 외에 그대에게 약간의 겉멋이 있을 뿐이다. 그저 겉멋으로만 생의 본질을 묻는 것이다. 크리스천들의 삶을 돌아보라. 그들은 짐짓 하늘나라를 꿈꾸는 것 같지만 그들의 관심은 항상 이 세상이다. 그러나 그대는 예수의 제자들처럼 생의 본질, 하늘나라를 물을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질문을 토해 낼 줄 알아야 그대의 영혼이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길을 틀 수 있다. 

2,000여 년 전 유대 민중들의 삶은 처참했다.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고 크고 작은 분쟁과 싸움이 처처에 있었고, 유대인들 중에도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었다. 유일신 야웨를 믿는 히브리인들은 처참한 현실 앞에서 절규했다. 그들이 그 비참한 현실을 벗어날 길은 오직 하늘나라의 도래였다. 그들은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대는 절박해야 한다. 오직 그 세계만을 부여잡아야 할 만큼 그대는 절박해야 하늘나라가 그대에게 도래할 것이다. 선승들은 목숨을 걸 만큼 절박하게 화두를 부여잡는다. 그리고 화두와 하나가 된다. 그럴 때 그들에게도 예수가 말한 하늘나라가 벼락같이 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는 가난하고 굶주리고 천대받아 절박할 대로 절박한 쌍놈, 백정, 화냥년들이 하늘나라에 먼저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그대의 관심이 한 뿌리라도 저 세속에 가 있다면, 하늘나라는 그대에게 임할 수가 없다. 생의 무상이 잔인하게 골수를 파고들 때, 절박하여 그 어떤 것도 틈을 비집고 들어올 수 없을 때, 하늘나라는 도적같이 그대에게 임한다.

하늘나라. 크리스천 그대가 교회에서 그대의 목사로부터 자주 듣는 이 네 단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늘나라. 그것은 무엇인가?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