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카톨릭 수녀원에서의 영성 체험을 기획하게 되었는지요?(감신대를 떠나 공주로 가는 차안에서)

답 : 전 개인적으로 영성이란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이번 여정은 저희 대학원에서 개설한 '종교와 수행'이란 강의가 있는데 대학원생들이 실제로 다른 종교의 수행방법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행사이고 강의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두번째 질문,

카톨릭은 개신교에선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감리교단의 신학교인 감신대에서 수녀원의 피정 프로그램을 가질 때 어떤 마찰이나 저항은 없으신지요?

최근 류상태 목사등이 기독교의 타락과 함께 안티기독교에 대해서 교회가 반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교회 개혁을 말하고 있는데 교수님의 개혁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신원사에서 내려 오며)

불교나 천주교의 진리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악이라고 할 수 없듯이 넓은 마음과 포용성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모든 종교가 선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영성 체험이 한국교회를 개혁하고 개신교의 배타적 영성을 극복하고 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다면 어떤 면이 그러한지요?

답 :  종교개혁가들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16세기 개혁은 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이 만들어낸 '활자의 복음'이었고 사람들은 성경 안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쇄된 '문자'에서 하나님을 찾으려고 하면서 활자의 노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성 체험은 하나님이 인간의 '언어'밖에 계시고 언어를 초월해 계시기 때문에 문자에 얽매이지 않는 일상적 삶, 들의 백합을 보라, 공중의 새를 보라고 하셨지, 성서를 보라고 하지 않았지요. 

마치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물고기가 물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지 않고 공생하듯이 하나님은 우리 안에 계시기에 밖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개신교가 그동안 하나님을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찾으려고 밖에서 헤매었는데, 이제는 내 안에 계신 '신의 현존'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동양 종교들과의 접촉점을 찾을 수 있고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점을 교회와 기독교에게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질문,

관상기도와 선(禪) 수행의 차이점이 있다면?

답 :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개신교의 기도하는 방식이 단조로운 점을 보충하려는 노력들로 불교의 선(禪)을 수용하고 일본에서도' 카톨릭적 선'이라는 개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교는 초월적 신관을 가지고 있지 않아 마음에 하나님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수행(향심기도)을 통해서 내면을 돌아 보고 기독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신교가 인간을 죄인이라고 규정하면서  있지만 하나님이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죠. 따라서 이런 방법과 접촉을 통해 우리는 다른 동양의 종교와 교류하며 상호 이해, 다른 것이 무엇이고 같이 갈 수있는 길이 무언지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관상기도는 자아만을 강조하는 불교와는 다른 초월적인 하나님을 내 안에서 만나려는 기독교적인 수행(기도)의 방법입니다.

마지막 질문,

뜻밖의 은총, 그리고 향심기도에서 체험한 '신의 현존'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종교간의 대화와 계획이 있으시다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지요.(돌아오면서)

답 : 저는 씨튼 영성의 집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경험하였습니다. 늘 새롭게 다가오셨고 오늘도 새롭게 그 분을 경험합니다.

의심한다는 것이 신앙과 반대말이 아니라 깊은 고뇌와 갈등을 통해 자신과의 대면이 이루어지고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자신의 내면 속에 잠재된 또 다른 '나'-영어로 inmost being, '신의 현존'-를 발견하게 되면서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용서하며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담들이 허물어지고 화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종교간의 대화를 통해 종교간의 평화가 세계평화와 인류 구원에 이바지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기독교가 소홀히 할 수 있는 자아(신의 내재)를 성찰하고 초월적인 하나님이 저멀리 계시거나 내 밖에 계신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계시고 이런 발견을 통해 우리의 자아를 성숙시키고 종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에서 주님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사랑함으로써 참다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의 삶이고 교회 안에 갇힌 예수를 해방시켜 '전적인 타자' 나 '초월자' 혹은 '전능자'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늘 체험되고 동행하시는 분으로 만나게 된다면 우리의 신앙 생활이 한 차원 올라가겠지요.

아무쪼록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종교에서 유익한 수행 방법과 기도를 배워 바리새적인 종교인에서 겸비한 종들로 침묵기도와 골방기도를 통해 메마르고 상업적인 복음을 뛰어넘어 진정한 하나님(하느님)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정배 교수님에게 감사드리고 이 기사를 통해 모쪼록 감춰진 하나님의 비밀과 뜻밖의 은총을 경험하기 위해 다른 종교에게서 배우는 겸손의 운동과 관용의 문화가 확산되기를기도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