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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하 9:1~13
우리는 본문에 나타나는 다윗 왕과 므비보셋과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 존재와의 사이에 나타나는 은총의 성격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인간 존재가 어떻게 해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무한 은총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인지에 대한 영적인 원리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앞으로 주어질 올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쏟아주실 하나님의 은총을 어떻게 잘 감당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갖고 새 결심을 다져보고자 합니다. 소망이 넘치는 기쁨을 갖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시는 복된 새 해를 구상하시면서 큰 은혜에 감동하시는 귀한 예배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1. 진정한 생명의 관계성이 복의 씨앗이 되어 나중에 조건 없는 은총이라는 열매로 주어지게 됩니다(삼상18:1,3~4; 19:1~2; 20:17, 41~42)
므비보셋이라는 사람은 사울 왕의 손자입니다(6a). 그의 할아버지인 사울 왕은 다윗을 죽이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사람이지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다윗의 인기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사울은 왕의 자리가 그의 아들에게 이어지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했던 겁니다(삼상20:31; 18:6~9참조). 그래서 사울은 다윗을 하루라도 빨리 제거해야 하겠다고 결심하고는 그를 죽이려는 계획을 일찌감치 시행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 요나단이 그의 계획을 방해하고 나섰습니다. 그 바람에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이에 분노한 사울이 아들 요나단에게 크게 화를 내면서 저주를 퍼붓는 일이 생기기도 했지요(삼상20:30).
그 이후로 사울 왕은 다윗을 조용히 없애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노골적으로 다윗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느라 큰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중에 블레셋과 전쟁을 하게 되었고 그 전쟁에서 블레셋의 전력에 밀려 후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퇴각한 그 곳에서 재기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사울 왕과 요나단을 비롯한 다른 아들들이 모두 전사하고 말았습니다(삼상31:6).
사울 왕과 다윗과의 이런 적대적인 관계(삼하3:1,6), 그리고 사울이 죽은 후 다윗의 나이 23세에 헤브론을 중심한 유다 지파의 왕으로 등극했던 일(삼하5:5a; 2:4a, 11), 사울의 또 다른 아들인 이스보셋을 중심으로 왕국을 이루었던 사울 왕가 내부에서 7년 반이 지난 어느 날 반란이 일어나(삼하4장) 결국 다윗의 나이 30세에 남북 통일왕조의 왕으로 등극했던 사건에 관한 역사적 상황을 당대의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지요. 다윗 당대의 역사적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삼하5:1~5). 그런 상황 속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나라가 안정되자 사울 왕의 아들이었던 요나단과의 사이에 있었던 약속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1절,7절; 삼상20:42 참조). 그래서 다윗은 요나단과 혈연관계에 있는 요나단의 후손이 혹시 살아있다면 그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요나단의 후손이 있는지를 알아보았던 겁니다(1절a).
그러다가 사울의 집안에서 시종으로 있던 시바라는 사람을 통해 요나단에게 아들이 한 명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2절~4절). 요나단의 아들이 살아 있다는 보고를 받은 다윗 왕은 즉시 사람을 보내 므비보셋을 궁으로 불러들여(5절) 그의 아버지 요나단과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그 아들인 므비보셋에게 왕의 은총을 베풀겠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습니다(7절). 다윗 왕 앞에 나왔다가 그로부터 이런 뜻밖의 말을 들은 므비보셋은 ‘이 종이 무엇이기에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라면서 놀란 마음을 표현했던 것이지요.
• 본인도 모르게 이미 뿌려졌던 복의 씨앗
아버지 요나단이 살아생전에 지금 왕이 된 다윗과 무슨 약속을 했었는지 그로서는 알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므비보셋의 입장에서 볼 때 할아버지 사울 왕은 다윗과 정적관계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관계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사울의 다윗 제거 작전은 유명한 사건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사울이 다윗을 알게 된 뒤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이며 전국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윗 왕이 므비보셋을 보살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윗 왕이 정적관계였던 사울 가(家)의 후손에게 은혜를 베풀겠다고 하니(1절,3절,7절) 당사자였던 므비보셋은 너무나 놀랍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오죽하면 다윗 왕에게 자신을 ‘죽은 개 같은 나’라고 했겠습니까?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게 됩니다.
다윗은 왜 정적이었던 사울 왕의 손자인 므비보셋을 왕자의 위치에 두고(11절b) 그에게 아무런 조건 없는 은총을 베풀려고 했던 것일까요? 대체 요나단과 무슨 관계였길래 그의 아들을 돌보고자 했던 것일까요?
요나단이 살아 있었을 당시 그는 다윗보다 한두 살 위였거나 엇비슷한 또래의 동갑 정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치기 위해 사울 왕의 허가를 받으려고 사울 왕 앞에 섰을 때 사울 왕은 다윗을 보고 그에게 ‘너는 소년이다(삼상17:14,33,58 참조)’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기자 요나단은 자기가 입고 있던 군복을 벗어 그에게 입혔으며 칼과 활도 그에게 주었습니다(삼상18:4). 그리고 사울 왕은 다윗이 비록 아직 소년이었을지라도 그를 군대의 장으로 삼았습니다(삼상18:5). 그 때 사울의 아들 요나단도 군사를 통솔하는 위치에 있었는데(삼상13:1~2 참조) 당시 사울 왕은 42세였던 것으로 나타납니다(삼상13:1). 그렇다면 다윗은 요나단보다 한두 살 어렸거나 거의 비슷한 또래의 동갑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이 시절에, 젊음이 용솟음치는 패기 충천한 10대 후반이거나 20세 무렵에, 다윗은 벌써 사울의 눈 밖에 나 있었던 겁니다. 사울은 눈의 가시 같은 다윗을 일찌감치, 그리고 조용히 제거하기 위하여 요나단에게 명령했었지요(삼상19:1). 그런데 사울 왕의 아들 요나단은 그런 처지에 빠진 다윗을 살리려고 아버지의 왕명에 불복하므로 죽음을 불사하는 항명을 했던 겁니다(삼상19:2; 21:32). 요나단은 아무런 죄도 없이 죽음에 완전히 노출된 다윗을 구하려고 아버지의 손에 죽게 되면 죽으리라는 순수한 생명 사랑으로 아버지가 내린 준엄한 왕명에 불복종했던 겁니다. 아버지의 명령, 그것도 단순한 지시가 아닌, 왕명에 불복하여 항명죄를 범하다니요... 어찌된 일일까요?
젊음이라는 것, 그러나 맹목적인 젊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관계성에서 솟아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었기에(삼상18:1,3; 19:1b; 20:17) 아버지의 왕명을 거역하는, 참으로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삼상20:13). 이것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 대신 나는 죽어도 좋다’는 지고한 생명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희생적인 모습입니다. 20세 안팎의 젊은 애들 사이에 있었던 눈물겨운 청춘의 맹약이 이 때 이뤄졌던 것이지요. 다윗이 요나단으로부터 이런 순수한 생명의 사랑을 받았었기에 그에게서 받았던 순수한 생명의 사랑을 받았던 그대로 요나단의 아들에게 쏟을 수 있었던 겁니다. 바로 이것이 뒷날 멸망한 왕가의 후손으로 태어나 불행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므비보셋에게 쏟아지는 왕의 은총이었던 것이지요.
• 씨를 뿌리지 않고 열매를 거두는 법은 절대로 없다!
이러므로 절대 공짜 복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런 수고의 대가도 치르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수확은 없는 법입니다. 아무런 씨뿌림이 없이는 결단코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원인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살려 주는 요나단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생명 사랑의 은혜를 입었던 다윗은 요나단과 눈물로 헤어지는 자리에서 약속을 했었습니다(삼상20:41~42). 그런데 그 약속이 무효화되지 않고, 어느 날 ‘죽은 개 같은 처지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므비보셋(삼하9:8)’에게 은총의 열매가 되어 나타났던 것이지요.
이 은총의 열매는 자신의 수고로 인해 받게 된 것이 아닙니다. 그의 아버지 요나단이 뿌렸던 순수한 생명 사랑의 씨뿌림이 열매가 되어 그에게 주어진 것이었지요.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은 아버지 요나단이 뿌렸던 생명 사랑의 순수한 은혜를 다윗을 통해 되받게 된 겁니다. 아버지가 뿌려 놓았던 복의 씨앗을 아들이 받게 된 것이지요. 다윗이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내가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은총을 베풀리라’고 말하면서 은총을 베푸는 이유를 분명히 적시했기 때문입니다(9:1,7)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공로도 없는 내가 지금 어떤 복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내 앞에서 뿌려진 씨앗이 있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세상 운영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뿌리지 않고 거두는 공짜 복이란 절대로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 복이 생명의 날 동안 끊임없이 계속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받고 있는 것으로 다 소비되게 하지 말고 또 다시 뿌려야 합니다. 이 원리를 경제 용어를 빌려 말하면, 재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이지요.
‘뿌린 대로 거두고, 행한 대로 받는다’는 하나님의 세상 운영 원리에 맞춰 복된 씨를 많이 뿌리시는 새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무엇이기에 이런 생명의 복을 받게 되었는지를 곰곰이 되돌아보면서 생명의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받은 복을 소비해 버리지 말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복의 원리에 따라 심고 거두는 삶에 충실한 믿음생활을 하시게 되를 그리스도 우리 주님의 이름 의지하여 축원합니다.
2. 받은 은총에 감사하며 억울한 누명을 잘 견뎌낼 때 중상모략으로 인한 오해가 풀리고 다시 한 번 은총을 입게 됩니다(삼하19:24~28; 16:1~4참조)
‘죽은 개’라는 말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가리켜 말하는 분기에 찬 욕설입니다. 다윗 왕이 그의 친아들인 압살롬 왕자가 반란을 일으키자 몸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사울 가(家)에 속하는 사울의 친족 중 시므이라는 사람이 다윗 왕과 그와 함께 하고 있는 그의 신하들을 향해 계속 돌을 던지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삼하16:5~8). 그 때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듣다 못한 다윗 왕의 군대 장관인 아비새라는 사람이 ‘이 죽은 개가 어찌 내 주 왕을 저주하리이까’라고 하면서 참수(斬首)를 요청했었습니다(삼하16:9).
그러나 다윗 왕은 ‘하나님께서 그러라고 하셔서 그가 그런 저주를 하는 것일 테니 그냥 두라’며 ‘내 몸에서 난 아들도 내 생명을 해하려 하거든 하물며 이 베냐민 사람이랴 여호와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버려두라’고 말하므로 아비새의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삼하16:10~11).
그러므로 아비새가 사용한 ‘죽은 개’라는 표현은 적대적인 상대방을 가리키는 노기에 찬 욕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뜻을 지닌 말을 므비보셋이 스스로 다윗 왕 앞에서 자신을 가리켜 사용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므비보셋 자신이 다윗 왕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은총을 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 왕은 사울 가에 대한 그런 적대적인 감정을 다 없이하고 므비보셋을 아들처럼 대우하면서 두 다리를 모두 저는 그에게 무한 은총을 베풀고 있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므비보셋은 너무나 감격하고 다윗 왕이 베푸는 은공에 대해 감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다윗에게 말하길, ‘내 아버지의 온 집이 내 주 왕 앞에서는 다만 죽을 사람이 되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러나 종을 왕의 상에서 음식 먹는 자 가운데에 두셨사오니 내게 아직 무슨 공의가 있어서 다시 왕께 부르짖을 수 있사오리이까(삼하19:28)’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지금 받고 있는 다윗의 사랑과 은혜는 자기 자신에게 어떤 공력이 있어서 주어지는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은혜인데 그런 은혜를 받고 있는 주제에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는 뜻입니다.
그러면, 므비보셋의 입에서 이런 말이 왜 나온 것일까요?
다윗 왕이 그의 아들 압살롬이 일으킨 반란을 피해서 예루살렘 성을 빠져 나올 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므비보셋은 다윗과 함께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압살롬의 반란이 진압된 후 다윗 왕이 므비보셋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게 되었지요. 물론, 시바의 말을 염두에 둔 심문성(審問性) 질문이었습니다(19:25). 므비보셋은 다윗의 질문을 듣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뿐, 그의 입장을 정확히 진술했지요. 다윗의 질문에 대해 정확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신은 두 다리를 모두 저는 사람임을 말했습니다(9:13, 4:4). 그러므로 도보로 동행하는 일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귀를 타고 가려고 나귀 등에 안장을 지우고 있었는데 그의 종이 그를 속이고 모함을 했던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19:25~26).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그는 다윗 왕의 입장에서 볼 때 죽을 사람일 뿐인데 무슨 공로가 있다고 부르짖어 목숨을 구하겠느냐며(19:28) 왕의 처분에 따르겠다며 그의 태도를 분명히 나타냈습니다(19:27b).
이 말을 듣고 다윗 왕이 므비보셋의 모습을 보니까 이해가 되었습니다. 므비보셋은 저는 다리를 감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발을 맵시 내지 않았고 수염도 깎지 않았으며 옷을 빨아 입지도 않았습니다(19:24). 왕이 예루살렘을 떠난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그것은 왕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차원에서 행해진 일이었습니다. 그런 므비보셋인데 그의 종 시바는 그를 중상모략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못된 짓을 하였던 것이지요. 다윗은 모든 내용을 다 알고 난 후 시바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취했던 조치들에 대해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발동된 왕명을 전격적으로 취소하지는 못하고 시바에게 주었던 재산의 절반을 주인과 나누라는 명을 내려 꼬인 문제를 풀려고 했었지요(19:29b).
그렇다면, 므비보셋의 종인 시바는 왜 그런 억울한 누명을 주인에게 씌우는 중상모략을 했을까요? 왜 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그런 모함을 했던 것일까요?
놀랍게도 그는 주인 므비보셋이 압살롬의 반란을 통해 할아버지의 제국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윗 왕을 배신한 것으로 모함하였던 겁니다! 역적으로 몰아 처형시켜버리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누명 씌우기 모략이었던 것이지요. 시바의 중상책략에 의하면 므비보셋은 압살롬의 반란을 보면서 ‘이스라엘의 족속이 오늘 내 아버지의 나라를 내게 돌리리라’고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삼하16:3). 그 때 그 말을 들은 다윗은 므비보셋의 모든 소유물을 모조리 시바에게 준다고 하였습니다(16:4). 그러자 그는 ‘내 주 왕이여 내가 왕 앞에서 은혜를 입게 하옵소서’라는 말을 통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아첨으로 아부를 하였지요(16:4).
• 생명이 위태로운 모함을 받은 상태에서...
그가 다윗 왕에게 말한 “은혜”란 말은 그의 생사여부와 전혀 상관없는 재산상의 문제와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시바가 볼 때 다윗과 적대관계에 있는 므비보셋이 아무런 공과도 없는데 다윗의 은총을 받으면서 부를 누리는 것에 대해 시기가 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왕국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자신은 몰락한 왕가의 자손 밑에서 종의 신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9:12b)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므비보셋은 그의 종이 왕에게 그렇게 모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만으로도 넉넉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받은 은혜로 족하니 이제는 어떤 처분을 내려도 달게 받을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었지요. 다윗이 시바의 말만 듣고 ‘네가 어찌하여 나와 함께 가지 아니하였더냐’는 심문성(審問性) 질문을 하자(19:25) ‘내 주 왕께서는 하나님의 사자와 같으시니 왕의 처분대로 하옵소서’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가해진 억울한 누명을 잘 견뎌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의 진심이었습니다. 은총을 베풀어 주신 것도 왕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으니 이후로도 왕의 처분에 따르겠다는 그의 뜻은 억울한 누명, 괴로운 중상모략을 잘 견뎌내는 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므비보셋이 그런 태도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을 때 종에 의해 가해진 중상모략으로 인한 오해가 풀렸습니다. 다윗 왕이 내심 가졌을 서운함과 시바의 말만 들었을 때 갖게 되었을 내적 분노가 해결될 수 있었던 겁니다. 동시에 억울함에 대해 연연해하지 않고 왕의 처분대로 하라며 모든 것을 위탁하는 자세를 갖춘 것은 므비보셋에게 다시 한 번 왕의 은총을 받게 하는 기회로 작용했던 것이지요.
중상모략, 누명, 오해하도록 사건 만들어 돌리기, 모함... 이 모든 것들은 인간 세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에게, 순수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물고기 잡으려는 그물처럼, 새를 잡으려는 올가미처럼, 들짐승 잡으려는 함정처럼 날아드는 기가 막힌 사건들입니다. 느닷없는 오해, 하지 않은 말 했다면서 공격해대는 중상모략, 하지도 않는 일 했다면서 일을 조작하여 해를 가하는 모함과 누명 등...이런 오해를 어떻게 해야 풀 수 있단 말입니까?
므비보셋은 그 동안 받은 은혜에 감사하면서 그 억울함을 소화시켜 가며 잘도 견뎌냈습니다. 다윗 왕이 종의 말만 듣고 자신에게 ‘왜 나와 같이 가지 않았느냐’는 심문성 질문을 했을 때 억울하다면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는 모습이 추하게 보이기 싫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입장만 분명히 밝혔을 뿐 왕의 뜻대로 하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와 같은 그의 담담하고 분명한 태도와 왕의 뜻대로 하시라는 모습으로 인하여 모든 오해는 한 순간에 해결되었던 겁니다. 그것을 출발점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허락되는 왕의 은혜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중상모략? 모함? 억울한 누명? 하지 않은 말 했다면서 비난해 오는 걷잡을 수 없는 공격? 모든 것이 다 허황된 것들입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만들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추태가 불쌍하지 않습니까? 시간이 지나 원인이 드러나고 배경이 밝혀지면 명명백백하게 나타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욱 더 분발하는 모함의 혀가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받은 은혜가 너무 큰데... 지금까지 별 공로도 없이 이 정도 누렸으면 됐지... 이런 내 모습 보면서 얼마나 탐이 났으면 이걸 빼앗으려고 저리 난리인가? 하나님,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은혜만으로도 족하오니... 이제 처분대로 하옵소서...” 하면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온갖 비방과 중상모략과 모함과 거짓말 등을 잘 견뎌낼 때, 동시에 ‘내 입장은 이것이었다’를 명확하게 나타낼 때 마침내 오해가 풀리고 문제가 해결되므로 처음복보다 더 크고 확실한 나중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올 한 해도 여러분 앞에 이미 뿌려진 복의 씨앗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 가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한 해를 시작하시는 복된 이 계절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3. 생명의 관계성으로 인한 은총이 생명을 보호하는 복이기도 합니다(삼하21:5~9)
다윗 왕이 권좌에 앉은 어느 해부터인가 삼년 동안 기근이 일어나 나라가 몹시 궁색해진 적이 있었습니다(삼하21:1). 그 때 하나님께서는 무죄한 피를 흘린 죄가 씻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 무죄한 피는 이미 오래 전에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종족으로서 이스라엘이 보호하도록 약속되어 있는 기브온 사람들을 사울이 죽인 사건인데 그것은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를 향해 나타냈던 인간적인 열심의 결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21:2).
사울 왕이 이렇게 이스라엘과 유다를 위해 인간적으로 열심을 내다보니까 자연히 사람의 인기에 영합하고자 했습니다. 백성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까 여론을 따라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로 인해 이스라엘과 유다가 아닌 이방민족으로서 그들 안에 끼어 살고 있던 기브온 종족이 미움을 받아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이 제거 목표가 되었던 겁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울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기를 잃지 않으려고 이미 오래 전에 약속되었던 기브온 주민 보호 정책(수9:3~15 참조)을 뒤로 하고 기브온 주민들을 학살했던 것이었지요(21:1b; 5절 참조).
• 행한 대로 받는다는 것은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
이렇게 약속을 위반한 이스라엘에 대해 하나님은 책임을 묻지 않으실 수 없으셨습니다. 왜냐 하면, 뿌린 대로 거두게 하신 하나님의 세상 운영 원리에 비쳐 볼 때 선행이든, 악행이든 “행한 대로 받는다”는 원리도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을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알게 하셨고 기브온 사람들은 이를 시행하고자 했던 겁니다. 그래서 다윗은 기브온 주민들의 요청을 허락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때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처형자 명단에 오르는 상황이 만들어졌던 겁니다. 사울 가에 속하는 확실한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브온 사람들에 의하면 이미 여호수아 때에 이뤄진 기브온 종족 보호 맹약을 깨고 기브온에 속한 사람들을 학살한 사울의 죄과를 씻기 위해서는 그의 아들들 일곱 명을 교수형시켜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21:5~67). 이런 상황 속에서 다윗은 사울의 아들들 일곱 명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내주야 했었는데 바로 이런 아슬아슬한 생명의 위기 속에서 므비보셋이 제외되었던 겁니다! 다윗이 직접 그를 보호했기 때문이지요. 사울과 요나단으로 이어지는 므비보셋의 생명이 보호되고 대신 사울의 또 다른 아들들 두 명과 사울의 외손자들 다섯 명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넘겨져 사울 왕의 학살 책임을 그 후손들이 대신 지는 생명의 속전이 되었던 겁니(21:8~9).
이렇게 생명의 관계성을 통해 주어지는 조건 없는 무한 은총은 생명을 보호하는 특별 은총으로 허락된다는 교훈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무엇이기에 지금 나를 돌아보고 계시는 것일까요? 저와 여러분이 무엇이기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보살피시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신 것일까요? 저와 여러분이 과연 어떤 존재들이기에 희망을 갖고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것일까요?
ㅇ 생명의 관계성으로 인해 복의 열매가 되는 씨앗이 이미 뿌려졌기 때문입니다.
ㅇ 또, 받은 은총에 감사하면서 억울한 일을 잘 견뎌내면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또렷이 나타내므로 받게 된 결과이기도 하지요.
ㅇ 한편, 생명의 관계성이 특별은총으로 작용하여 생명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은총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중을 위해 지금, 믿음으로 복의 씨앗을 뿌리는 신앙을 멈추어서는 안되리라는 교훈도 얻게 됩니다.
저와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무한 은총이 아무런 조건 없이 주어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저와 여러분 앞에 뿌려진 씨앗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 대표적인 씨앗의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올 한 해도 우리와 생명의 관계를 맺고 계시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무한 은총 안에서 죄악과 질병과 사건과 사고, 그리고 누구에게나 들이닥치는 죽음의 세력 앞에서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승리하시는 복된 사람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