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성탄절을 보냈습니다. 독생자 하나님께서 예수라는 이름의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셨음을 기념하는 교회 절기입니다. 이 사실에 대하여 요한 사도는 로고스(λογοs)라는 단어로 설명하였습니다. 개역 성경에서는 로고스를 말씀으로 번역하여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 1:1)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말씀은 로고스라는 단어의 몇 가지 뜻- 말, 선언, 연설, 이야기, 계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어의 뜻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서 번역한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성탄 찬송가의 한 가사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육신을 입어 날 구원할 구주가 되셨도다”(옛 찬송가 122장)라고 되어 있습니다. 로고스를 야웨의 말씀- 여호와는 히브리어에서 모음을 잘못 붙여서 잘못 읽은 것입니다. 야훼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음에서 ㅎ 발음이 나는 헤이트가 묵음임 -으로 이해한 결과입니다. 야웨와 야웨의 말씀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야웨는 한 존재의 이름으로서 그 존재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야웨의 말씀은 그 존재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편입니다. “빛이 있으라”라는 소리로서 그 존재의 의사가 표현될 때에 “빛이 있으라”는 야웨의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태초에 야웨의 말씀이 계셨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성육신입니다. 야웨의 말씀이 육신을 입었다는 표현의 문제입니다. 야웨의 의시 표현의 한 방편이 육신을 입었다는 뜻이 됩니다. 한 존재가 아니라 그 존재의 의시 표현 방식이 사람이라는 한 존재가 되셨다는 뜻이 됩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요한 사도의 설명을 바르게 이해하면 한 존재가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로고스를 하나님과 연결시키면서 하나님이시라고 말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하나님인 로고스가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 요한 사도의 진술입니다.

어떤 이들은 언어의 능력을 이야기하면서 말씀을 풀이하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손을 드세요”라고 말을 하면 학생들이 듣고 따르는 것과 연결시킨 경우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태초에 하나님의 능력이 있었는데 그 능력이 곧 하나님이시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 또한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가 되었다는 요한 사도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성경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함에 있어서 단어 자체의 바른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만 때로는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라클레이토스는 성령 하나님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그 의미는 “위로자”입니다. 그런데 그 당대에는 법정 용어로서 변호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였습니다. 변호자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파라클레이토스가 사용된 문맥을 살피면 변호자라는 의미로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로고스도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로고스는 철학 용어입니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모든 만물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우주의 기원과 본질을 밝히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소피스트(Sopist)라고 불리우는 철학자들이 나타나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는 바가 곧 만물에 대한 기준이다”라고 하며 생각의 대상이나 연구 방법을 개별화하고 자유화하였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결과는 거의 방종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소크라테스로부터 인간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진리를 추구하게 됩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서 보편적인 진리, 불변적인 요소가 눈에 보이는 현상 세계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였고, 그것을 이데아(idea)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사람을 철학자 혹은 통치자, 군인, 시민으로 분류하여 각 계층이 할 일과 추구해야할 가치에 차별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이성과 감성과 의지로 이루어진 영혼이 있는데, 각 부분이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철학자에게는 이성이, 군인에게는 의지가, 시민에게는 감성이 가장 크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성의 명칭이 바로 로고스입니다. 이성이 가장 발달한 철학자 혹은 통치자들이 idea의 세계를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 곧 신과 눈에 보이는 현상 세계 중간에 신보다는 차원이 낮은 존재가 있는데, 그것이 로고스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에 기초하여 로고스는 삶에 있어서 불변적인 요소, 곧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는 절대적인 신과 눈에 보이는 현상 세계를 이어주는 중재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초대 교회 때의 헬라 철학자들도 로고스를 절대적인 신과는 다르고 차원이 낮은 존재이지만 절대적인 신과 눈에 보이는 세계를 이어주는 중재자로 생각하였고, 사람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요한 사도는 이것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으시기 이전의 모습을 설명하는데 사용하였습니다. “태초에 로고스가 계셨다”(요 1:1)는 의미적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태초에 중보자가 계셨다”는 것입니다. 헬라어에서 중보자라는 뜻의 단어(μεσιτηs-메시테스)가 있음에도 요한 사도가 로고스라는 단어를 쓴 것은 성도들이 이전에 가졌던 생각을 활용하여 복음의 내용을 보다 잘 가르쳐서 잘못된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복음 안에서 굳게 서도록 하고자 하여서입니다. 그분은 독생자로서 창조 이전부터 존재하셨지만, 만물이 창조된 때인 태초에 중보자로서 계셨습니다. 만물이 없는 경우에는 중보자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보자로서 독생자 하나님은 만물이 하나님의 생명, 안식 가운데 살도록 계속적으로 일하셨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생명은 오직 중보자를 통하여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구약 시대의 구원도 중보자이신 독생하신 하나님을 통한 것입니다. 독생자 하나님으로서 사람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로고스에 상응하는 구약의 단어는 בר(다바르-말, 언어)와 המכח(호크마-지혜)입니다. 그 중에서 지혜는 의인화되어 하나님의 창조와 연관되어 표현되고 있습니다(잠 8:22-9:6). 자신이 여호와 곁에서 건축가가 되어 날마다 그 기뻐하시는 바가 되었다고 합니다(잠 8:30상).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언약의 백성들에게 자신을 취하기를 촉구합니다(잠 8:32-9:6). 지혜를 얻는 하나님의 백성은 생명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얻을 것이고, 지혜를 잃는 하나님의 백성은 자기의 영혼을 해하며 사망을 사랑하는 것입니다(잠 8:35-36). 지혜는 그 얻는 자에게 생명나무입니다(잠 3:18). 생명나무는 하나님이 창조 때에 에덴동산의 중앙에 두신 두 나무 중의 하나로서 생명을 주시는 중보자에 대한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로고스는 중보자라는 의미입니다.

처음 창조 때부터 하나님과 인간과의 교제는 중보자를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범죄한 이후의 교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보자를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불가능합니다. 하나님의 자기 계시인 성경에는 또한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언약의 백성들과의 교제는 중보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구약은 오실 메시야에 대한 예언 성취를 계시하는 책으로서 육신을 입으시기 전의 중보자가 나타납니다. 구약은 그 중보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요 5:39)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신약은 오신 메시야와 그 안에서 주어진 약속을 바라보는 책으로서 예수 그리스도 곧 하나님의 어린 양이 나타납니다.

중보 사역은 인간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이루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로서의 구원, 영생을 누리는 것입니다. 성경은 중보자를 통한 하나님의 계시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난 책입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태초에 로고스가 계셨다”는 진술을 “중보자가 계셨다”는 것으로 연결하여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씀’이 독생자 하나님을 가리키는 표현이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으면서 로고스를 말씀으로 번역함으로 인해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보자로서 일하고 계시는 독생자 하나님이 계셨고 그분이 사람이 되셨는데, 예수님이시라는 것이 요한 사도의 진술입니다.

성경의 진술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단어의 문자적 의미를 정확하고 알고 번역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자적 의미를 넘어서는 그 당대에 그 단어가 가지고 있던 의미를 알고서 번역하여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맥을 바르게 고려하여서 그 표현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바를 바르게 이해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