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신복음주의는 진리를 위해 계속 싸우기보다 평화와 안정을 더 좋아하였다. 결국 교회 운동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 역시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는 종교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라고 무조건 기독교의 정통을 버리고 변질해 버리는 사탄의 수하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도 나름대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그들의 교리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상대화시켜 서로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 것이다.

비난받는 사람들 역시 그들 자신으로 보면, 역시 하나님 앞에서 최선의 믿음과 신앙을 가지려는 사람들이다. 기독교의 현실이 불만족스럽게 여겨지면서 신앙의 본질을 재고하여 보게 되는 것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들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변화를 추구하는 자들은 어떤 하나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는다. 하나의 변화를 이루어내면, 그들은 그 다음의 변화를 또 이루어낸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무엇인가 더 좋은 대답을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계속하여 변화하여 간다. 그들이 기존 기독교 체계에서 대답을 찾지 못하여 과정적으로 예수의 유일성을 상대화시키는 입장에 있는 것이지, 그들에게 정말 더 좋은 대답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여지없이 그 좋은 대답으로 옮겨 갈 것이다. 때문에 그들을 비판만 하지 말고 그들에게 좋은 대답을 제공하라.

예수의 유일성을 확보하면서도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진리체계를 제공하라. 만약에 그것이 없으면서도 무조건 이전의 몸 담아왔던 정통신학만이 옳은 것이라고 우기면서 그들을 비난하지 말라. 그들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인가? 교회 종교생활, 즉 교회에서 요구하는 대로의 신앙행위가 좀 더 나을 뿐 하나님의 본심과 인류의 평화에 공헌하는 것에 있어 더 나은 것이 무엇인가?

그런데 비판하는 자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세계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없다. 인류가 서로 자신의 종교를 위해 싸우면서라도 선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종교의 절대 배타성을 주장하는 기독교도들이 선교해야 하는 상대 역시 자신들의 배타성을 주장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싸움이나 포기나 순교밖에 다른 길이 없다. 싸워서 무력으로라도 선교를 수행하든지, 포기하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여 주시기를 기도만 하고 있든지, 순교를 무릎쓰고 선교를 수행하든지 이 중에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이슬람 교도들처럼 그들도 그들 나름의 배타적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 믿음 좋다는 보수주의 신앙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싸움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선택은 기도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극단적인 보수 입장에서 볼 때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사랑은 지옥 갈 사람이 예수를 믿어 천국 가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기도한다는 것은 지옥 갈 영혼을 방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하나님의 역사, 즉 상황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람들은 복음을 듣지도 못하고 지옥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다 궤변까지 덧붙인다.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그들의 양심에 따라 심판하신다고 말이다. 자신의 보수 신앙적 용기 없음을 변명하기 위해서 결국 복음 전파의 필연성까지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 참된 믿음이며 신앙이란 말인가?

진정 보수 신앙, 참된 신앙을 가졌다고 스스로 믿는 이들은 순교의 길 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순교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복음을 전하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그럴 의지가 없다면 자유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신 복음주의까지라도 비판하는 보수주의자들 역시 타협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 보수주의이지 실제로는 자유주의자나 별반 다름없다. 교리적 보수주의자 일뿐 실천적 보수주의자는 아니다.

자유주의자들보다 더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래도 세계 평화나 인류의 공존을 위해 공공연히 노력하지만, 이들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세계평화나 인류의 공생을 원하지 않고 오직 선교에만 관심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죽음에 끌어넣지 않기 위하여, “하나님의 때가 아니라든지, 그들은 복음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복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양심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며, 구원은 하나님의 소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오직 기독교 종교와 자신의 생명에만 관심이 있지 인간이나 인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소위 타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현 기독교 체계 안에서 인류 평화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들의 종교적 교리를 상대화시켜 버리는 일을 했을까? 적어도 현실적인 필요 즉, 인간이 인간으로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종교적 교리를 상대화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결과일 뿐이다. 왜냐하면 기독교 교리 안에서는 인류 공생,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된 믿음을 주장하는 자의 글을 다시보자. ‘오늘날 복음주의는 단지 복음을 믿는 입장이 아니고 이단적 자유주의 신학이나 자유주의적 혹은 포용주의적 교단들과 교제를 끊지 않고 서로 교제하고 협력하는 포용적 입장을 나타낸다. 오늘날 보수적, 복음주의적 교회들은 자유주의 신학을 배격하지 않고 포용함으로써 신학적으로, 신앙적으로 점점 더 해이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이단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라"고 교훈하였다(딛 3:10). 복음주의는 성경의 이러한 교훈을 저버린다. 복음주의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잘못된 교제의 문제이다. 그것은 사도들을 통해 전달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요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명백히 반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