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신에 대한 신뢰 붕괴

기독교 자체 내에서는 더 이상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론 난 듯 싶다. 기독교는 오직 구원, 곧 내세천국을 위한 하나의 종교로서만이 그 가치를 지니는 집단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기독교의 가치는 오히려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중심 요인으로 인정되고 있는 듯하다.

베네딕토 교황이 주장하는 것은 종교적 차원을 뛰어넘어 사랑, 인류애만이 테러를 비록한 모든 폭력과 분쟁을 극복하고 인간이 인간 자체로 존중받는 새로운 미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음을 설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 역시 이 책에 대한 그의 추천사에서 ‘종교를 떠나 모든 인류가 서로 사랑하고 인간성을 믿을 때 세계 평화는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인류의 미래는 신에 의한 구원이나 평화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서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신을 의존해 왔지만, 인류역사의 경험을 통해서 깨우치게 된 것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신을 의지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의 죽음을 말하는 주장도 제기되었고, 오직 인간의 자각과 각성에 의해서만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점점 종교가 필요 없는 세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종교 초월⌟이라는 말을 이제는 흔하게 듣게 되었다. 조금 다른 표현으로는 ⌜종교를 떠나⌟, 또는 ⌜종교적 차원을 뛰어넘어⌟들이다. 다시 말해 종교로는 이제 더 이상 세계 평화나 인류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종교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죽어 지옥 가는 것이 두려워 그 제도에 스스로를 묶어두고 천국 보험인양 스스로 안위하게 만들어 주는 체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인류는 2개의 세계대전을 경험하였다. 기독교신학과 세계 대전의 영향관계를 살펴보면 역시 정통기독교의 무용성을 알 수 있다. 자유주의 신학등장이전의 유럽교회는 정통주의 신학을 따르고 있었다. 정통주의 신학은 기계적 영감설-성서를 하나님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해석하는 영감설-에 근거한 성서무류설과 인간은 죄인이므로 하나님의 은총과 선택으로 구원받는다는 전적인 부패교리 그리고 예수가 인간의 속죄를 위해 수난했다는 대속교리가 특징인 신학을 말한다.

그런데 18세기의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들여 등장한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이다. 인간의 이성이 강조되고, 역사관도 역사의 진보를 신뢰하는 낙관적 역사관으로 바뀌면서 유럽교회도 정통주의신학에서 자유주의 신학으로 신학흐름이 바뀌게 되었다.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낙관적 역사발전론과 이성에 대한 신뢰에 근거, 역사발전을 신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으로 무너지게 되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영향력을 획득한 신학이 신정통주의 신학이다. 칼 바르트는 로마서 주석을 1918년에 출간하였다. 그리하여 자유주의 신학 이전의 축자 영감적 정통 신학 그대로는 아니지만 정통 신학의 본질적인 핵심을 계승 발전시킨 신학으로서 그 영향력을 발휘 하였다. 역시 인간은 기댈만한 희망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신정통주의 신학이 자유주의 이전의 정통주의 신학을 그대로 재현하는 신학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당히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하는 신학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 2 차 세계 대전(1939-1945 )이 발발 한 후 신정통 주의 신학은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다. 1차 세계 대전을 통해서는 인간의 대한 신뢰성이 붕괴 되었고, 2차 세계 대전을 통해서는 신에 대한 신뢰성이 붕괴 되어 버렸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본회퍼의 영향으로 새로운 신학이 형성되었는데 그 신학의 한 조류가 세속화 신학이다. "John. A. T. Robinson 의 [신에게 솔직히]와 하비 콕스의 [세속 도시]는 함께 세속화 신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그들은 교회와 세속의 구별을 거절하고 초월적인 신 존재를 믿는 신앙을 경멸한다.

로빈슨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초월자가 아니라 개인의 진지한 확신의 영역에 속하며 궁극적 실재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인식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John Robinson, 신에게 솔직히 p. 55) "그들은 전통적인 기독교는 세계 대전을 막지도 못했으며, 전후 시대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이해된 하나님은 현대인에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후에 1948년 에큐메니칼 운동(WCC)이 조직된 후 보수진영의 방어와 그에 상응하는 여러 신학 유형이 발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