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유연석 기자의 기사입니다.

	▲ 학내 문제로 4년째 파행을 겪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총장 고세진)가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총학 선거를 진행할 경우 관계자들을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제적 20여 명, 직권 휴학 700여 명, 기도 모임 강제 해산, 수강 신청을 위한 복종 서약서, 총학생회와 원우회 강제 해산, 어용 총학생회 건설, 제적생 학교 출입 금지, 교수 서약서 요구 및 (서약서 미제출자에 대한) 강의 미배정, 무차별적 고소·고발 난무, 교과부 감사 등.

학내 문제로 4년째 파행을 겪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총장 고세진)가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총학 선거를 진행할 경우 관계자들을 징계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학교는 총학 선거를 허락하지 않았다

11월 17일과 24일 채플 시간에 학생처장과 교무처장은 각각 광고를 전하며 총학 선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생처장 최순옥 교수(선교영어학과)는 "다음 주에 총학 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학교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고, 교무처장인 남병식 교수(선교대학원)는 "만약 이렇게 광고를 했는데도 계속 선거에 임한다면 학교는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경고가 공포탄만은 아닐 수도 있다. 작년에 겪은 비슷한 사건이 많은 학생들에게 악몽처럼 떠올랐다.

2008년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이었던 허용범, 문난영 씨는 "총장의 총학생회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 활동과 불법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다. 그해 12월 허 씨와 문 씨는 '징계처분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2학기 성적이 일괄 'F' 처리되면서 '무기정학과 제적'이라는 2차 징계를 받았다.

그들은 올해 10월 다시 '징계처분무효소송'을 내 승소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 기구로) 총장의 해산 명령 대상이 아님 △학생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총장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 △징계 처분이 무효이니 학사 제적 처분 역시 무효 등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이 판결에 항소해서 허 씨와 문 씨는 아직도 제적생 신분이다.

강사가 왜 학생들 위협하나

학교 측의 경고를, 재학생들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윤현상 씨(가명, 25)는 채플이라는 전교생이 모인 공개적인 자리에서 "규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위협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교무처장의 말을 듣고 대부분 학생들이 06년 사태(학생 25명이 제적, 798명이 직권 휴학을 당한 일)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어느 누가 쉽사리 투표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학생처장과 교무처장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교과부 감사 결과에서 최 교수와 남 교수는 불법 보직 교수라고 했다며, "그 둘은 교수가 아닌 강사다. 총장도, 교수도 할 수 없는 말을 어찌 강사가 하라 마라 하는가"라고 했다.

	▲ 선거는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투표소는 한 곳. 학교의 경고로 투표율이 저조하리라 생각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투표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학생 자치권 정도는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87% 찬성으로 회장·부회장 선출

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선거 관계자는 학교의 경고로 투표율이 저조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첫날에는 약 31%, 둘째 날에는 약 49%의 투표율을 보였다. 선거 관계자는 "원래 예상 투표율이 40%였던 것을 감안하면 많이 참여한 편"이라고 했다.

총 709명 중 350명이 투표, 찬성 305명, 반대 36명, 무효·기권 9명으로 이용찬 씨(신학과·23)와 하명선 씨(기독교교육학과·23)가 각각 30대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용찬 회장은 "우리의 슬로건 '함께 걸으면 길이 생긴다'대로 ACTS 안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구성원들이 더불어 가는 작은 길이라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학교 측 직원들은 선거와 관련된 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부착된 선거 관련 벽보를 떼어갔다. 한 학생은 "직원들한테 화내서 뭐하냐. 위에서 시켜서 저러는 거지"라고 말했다. 벽보가 떼어진 곳에는 얼마 안 지나 또다시 벽보가 붙어 있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한편 투표소가 설치된 다락방 뒤편(현 예배당 뒷문)에는 학교 측 직원들이 찾아와 선거와 관련된 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부착된 선거 관련 벽보를 떼어갔다. 기자가 "왜 사진을 찍고, 벽보를 떼느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히려 사진을 찍고 벽보를 떼는 모습을 찍는 기자에게 "왜 학교의 허락도 안 받고 취재하러 왔느냐. 기자가 사진을 찍는데 왜 허락을 안 받느냐,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느냐"고 했다. 이에 학생들은 "직원들도 사진 찍으면서 '찍겠다'고 말하지, 사전에 동의를 얻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 ACTS 30대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당선 인터뷰 2006년도에 총학생회가 강제해산됐다. 2007년도에는 학교 측에서 임의로 학생 대표를 세웠다. 2008년도에는 학생들의 손으로 29대 총학생회를 세웠지만, 회장과 부회장이 징계를 받았다. 전 총학 임원들은 법원에 '징계처분무효소송'을 해 두 차례나 승소했지만 아직까지 제적 상태다. 2009년도에는 투표를 못 해 총학생회 없이 한해를 보냈다. 2006년 봄, 부푼 꿈을 안고 입학했던 이용찬 씨(신학과·23)와 하명선 씨(기독교교육학과·23)는 1년도 채 안 되서, 어제까지 함께 웃고 울었던 선배와 동기들이 학교를 떠나는 학내 사태를 경험했다. 신학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지금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총장 고세진)에서 총학생회 임원이 된다는 것은 징계를 각오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총학생회를 꾸리겠다고 결의했다. ACTS가 어둡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은 총학을 준비하면서 희망을 봤다고, 희망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이들. ACTS 30대 총학생회 회장 이용찬 씨와 부회장 하명선 씨를 만났다.         ▲ ACTS 30대 총학생회 회장 이용찬 씨(우)와 하명선 씨(좌). (사진 제공 ACTS 30대 총학생회)     이용찬 총학생회장 - 2006년도에 입학해서 ACTS의 정체성이 '신본주의, 복음주의'라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얼마 전 09학번 후배가 나에게 그러더라. "우리 학교 정체성은 자본주의"라고. 안타까웠다. 후배들은 내가 입학해서 느꼈던 사랑스러운 ACTS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학 임원이 되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다. 어찌 보면 객기다. 하지만 나는 소명을 갖고 신학과에 왔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고, 진리를 진리라고 말하라고 배웠다. 지금 내 양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내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다. 나는 어리다. 어린 나이부터 외압에 타협하고 승복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ACTS의 문제는 권력이나 제도가 아니라,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패배감과 무관심이다. 그래서 총학 슬로건이 '함께 걸으면 길이 생깁니다'이다. 남의 생각을 억누르고 끌고 가는 패권의 논리가 아니라, 더불어 일하겠다는 뜻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단순히 고민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나타난다면 그것이 희망이 된다. 그런 희망으로 ACTS는 변할 것이다. 그 결과가 남들 보기엔 미약하더라도 그렇게 하겠다. 지금 우리 학생들과 함께 희망을 찾아가겠다. 하명선 부총학생회장 - 1학년 때 직권 휴학을 당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른 학교로 편입하라고도 했다. 학교에 복학했더니 내가 처음 만났던 ACTS는 없었다. 학교, 학생, 교수님들 모두가 변해 있었다. 너무 어색해서 사람들과 인간관계도 안 맺고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정말로 '학교를 그만둘까'하고 고민하며 기도하던 가운데, 도망치지 말라며 하나님께서 나를 붙잡아주셨다. 2008년 2학기 때 휴학했던 선배들이 복학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변했고,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 09년도에는 학회장도 맡았다. 교수님, 동기, 선·후배 등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학내 사태는 불행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일이다. 총학을 결의하고 내년을 준비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희망을 느꼈다. 아니, 이미 희망은 시작됐다. 그리고 희망은 지금도 계속 생기고 있다. 우리를 응원하고 기도해주는 교수님, 동기,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ACTS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른 학우들도 이 희망을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경력'도 없고 흔히 말하는 '빽'도 없다. 있다면 오로지 하나님뿐이다. 다행히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작은 희망이 생겨도 감사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함께 일할 일꾼 50명을 찾고 있다.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0'이다. 2010년은 50명의 친구들과 '0'에서부터 '1'이라도 좋으니, 하나라도 함께 만들어가는 한 해를 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