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미래가치는 농업과 에너지다 2008 인천강화 ⓒ 류기석

지금 우리사회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끝이 없는 경쟁과 성장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를 경제 침체와 기후변화의 위기를 만들고, 각종 고질적인 질병과 신종 플루가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마다 넘쳐 나고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잘못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때에 우리들이 할수 있는 것은 끝없이 우열을 다투는 경쟁과 불안 속에 갇히는 사람들이 아닌 잘난 이나 못난이나 서로가 의지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함께 웃으며 살아 갈 수 있는 공동체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얼마 전 한겨레 21에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의 “산업화 이전까지 인간과 바이러스는 평온한 공생관계를 유지했지만 산업혁명 이후 생태계 파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 초국적 거대기업 중심의 공장식 축산업, 신자유주의 이후 빈곤층 증대 등이 바이러스 대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글을 읽었다.

지금 우리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가장 심각한 환경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를 겪고 있고, 유독 바이러스만이 가장 최적의 조건으로 살아남게 된 원인은 자본과 국가에 예속된 현 문명이라 하겠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농민을 죽이고는 희망이 없다.”라는 기사가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핵심은 농업을 무시한 산업화와 토목사업을 앞세운 경제 활성화는 망국으로 치닫는 지름길임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내용이었다.

해방과 전쟁 전후 사회적 격동기를 겪고 난 우리에게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경제개발정책에 불이 붙고 있었다. 별반 선택이 여지가 없던 그때 그나마 농지개혁으로 인한 토지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 소작농이 내 땅을 갖는 기쁨으로 가난했지만 근원적 평화의 농촌과 농업마을공동체를 잠시나마 꾸렸던 일이다.

▲ 지금당장! 농촌과 농업, 농민을 살리지 않고서는 우리의 행복한 미래는 없다 2009 경북봉화 ⓒ 류기석

그 이후 1960년부터인가 고도성장이란 이름으로 개발위주의 공업화는 농촌과 농업 그리고 농민의 전통과 문화를 파괴시키면서 회색도시의 팽창만을 초래했다. 인간에 의한 산업문명이 모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복지, 의료 심지어 돼지나 소, 조류, 동식물 등의 삶에까지 번졌다.

진정한 행복, 평화, 아름다움, 조화가 어떤 것인지 묻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효율성, 편리성, 경제성을 앞세운 개발과 발전은 우리가 자립적 공동체를 이루는 행위 자체를 미개하게 여기거나 이상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여 외면한다. 그 결과 우리는 산업국가 중 허약한 생존구조를 갖게 되었고 그로인해 가장 낮은 식량자급률을 기록한 나라다.

이 모든 것은 에너지 즉, 석유에서 나온다. 석유에서 나온 각종 케미컬은 현재의 의식주 문화로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는 반자연적 문명으로 인간과 환경이 중병으로 신음하게 되었다. 만약에 케미컬의 원료인 석유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닥쳐온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다. 수출산업으로 먹고사는 우리의 삶은 일순간에 지금 제3세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그 이상의 고통을 당할 것이다.

우리가 당장 신자유주의 문명을 버리지 못한다면 아니 행복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아파트와 자동차에 대해서 지금과 같이 열광한다면 정작 소중한 가치들은 각종 토목공사로 인하여 묻혀버리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농촌과 농업, 농민들이 거대자본의 탐욕에 의한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농민이나 캐나다, 필리핀, 몽골,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일본, 대만 그리고 최근 유럽(EU)의 유기농업단체들까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세계가 수출만이 살길인 것처럼 국가 간의 장벽을 허물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 농촌공동체마을은 생태순환적이고 자립적이어야 2008 강원화천 ⓒ 류기석

진정 수출만이 살길인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농업과 에너지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생태적 자립성을 높여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 모두 자립성을 잃으면 거대한 자본에 예속되어 자유 할 수가 없다. 지금당장 농촌과 농업, 농민을 살리지 않고서는 우리의 행복한 미래는 없다. 이것이 바로 불변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