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공동체
미군기지 건너편 공사 현장을 지나 좁다란 골목에 자리 잡은 D 공동체, 공동체에 들어가기 전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아이들의 공부방부터 열어 보았다. 낯선 사람을 보자 약간의 긴장감이 맴돈다, 문을 딛고 우선 J목사가 안내하는 서재에 앉자 한 남자가 차를 내온다.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는 에이즈 환자 박성진(가명, 41세) 씨. 성매매를 하며 생활하던 박씨는 1992년 헌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 살던 박성진 씨는 9년 전 매스컴을 통해 다비타 공동체를 알게 된 후 새로운 삶을 설계하며 살아가고 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이젠 에이즈퇴치연맹의 전임 강사로까지 활동하고 있는 그는 공동체 안에서 엄마 노릇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소외된 여성들과 편부모 가정 아이들의 보금자리
'J'는 사도행전에서 선행의 삶을 살았던 여인의 이름이다. 소외된 이웃을 향해 그 선행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D 공동체는 성매매 여성에서부터 에이즈 환자에 이르기까지 40여 명의 가족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 몇몇 여성들은 쉼터 밖에서 공동체 일원으로 교제를 이어가고 있다. D 공동체는 과거 성매매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이중 문화 아이들을 비롯해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90년부터 동두천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를 본격적으로 만들었어요. 이 여성들은 미군만 바라보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어디 그렇게 쉽게 가정이 꾸려지나요. 파병 기간이 차면 미군들은 떠나고 여성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그때부터 아이들도 여기에서 생활하게 되었죠. 그렇게 여기를 거쳐 간 아이들만 해도 수백 명이에요.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던 아이들은 대부분 입양되곤 했죠."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대부분 가출과 탈선을 일삼으며 적지 않은 방황을 했다. 아이들의 이런 일탈 행동은 아이들만의 잘못이거나 문제가 아니라고 전 목사는 역설한다.
"아이들의 일탈 행동의 책임은 '개념'을 가르치지 않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치지 않은 거죠. 우리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에서는 상담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적인 치유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D 공동체는 4명의 스태프들이 공동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교육과 노동이 이 공동체의 주요 일상이다. 공동체는 매일 밤 7시에 예배를 드린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중보기도, 화요일은 찬양예배, 수요일은 성경공부, 금요일은 영성훈련을 접목한 침묵 기도 훈련, 토요일과 주일은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예배가 있다. 이곳에 온 성매매 여성들과 에이즈 환자, 그리고 결손 가정의 아이들은 예배를 통해 그 마음의 쓴 뿌리를 제거해 나가고 있다. 공동체 초창기에는 술에 취해 예배를 드리거나 예배 도중에도 욕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예배가 정착되면서 공동체 가족들은 예배 속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다.

소명 하나로 시작한 사각지대 사역
"이곳에 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이른 나이에 가출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기지촌으로 흘러들어 온 경우예요.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아무런 의미 없이 삶을 이어오다 이곳에서 구원의 소망을 갖게 되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곤 하죠. 아이들도 처음에는 복음을 거부하고 반항하기 일쑤예요. 그러나 매일 드리는 예배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녹아가는 것을 봐요. 침착해지고, 그 안에 말씀이 심겨지고, 꿈을 갖게 되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보람되기도 해요."
J목사가 이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소명이 그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목회자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목회에 대한 반감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전 목사, 저조한 학업 성적과 탈선으로 상급학교 진학도 어려웠던 그가 고등학교를 진학한 후 교회의 기도 모임에서 방언의 은사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외된 자, 특히 성(性)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역하게 될 것이라는 성령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미세하지만 분명했던 성령의 음성을 통해 그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던 학창 시절의 생활을 접고 기도에 전념하는 생활로 바뀌었던 것이다. 신앙의 길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아원, 빈민촌, 철거촌, 입양기관 등을 찾아 다니며 봉사 활동도 했다. 학업 성적도 좋아져 무난하게 대학에 진학했고, 그러던 중 성매매 소녀를 만나 또 다른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국립의료기관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어 병리의학의 인턴 코스를 밟기 위해 준비하던 중 우연히 선배 따라 고깃집에 갔다가 성매매 소녀를 만났어요. 미성년자인 어린 소녀가 포주로부터 당한 고문의 상처를 보고 나서 울분과 고통에 휩싸였습니다. 오랜 전에 들었던 성령의 음성이 떠올랐죠. 세상 직업과 학문을 포기하고 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던 중 우연히 미군기지가 있는 동두천의 성매매 여성 수용 시설인 경인여자기술학원에서 봉사와 상담, 그리고 예배 사역 등을 감당하기 시작했다. 그 후 그 공동체가 신갈로 이전하자, 지난 1990년 D 공동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예수 사랑으로 꿈을 찾은 아이들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는 박소현(16세)양은 13년 전에 이 공동체에 왔다. 박 양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떠나 얼굴도 모르고, 어머니는 동두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친구들 따라 몇 번 가출도 했던 박 양은 지금은 공동체 일상에 충실하게 적응하고 있다. 박 양은 가수, 피아니스트, 유치원 교사 등 꿈이 많다. "하나님께서 저를 찾으시는 것을 믿어요. 지금도 찾고 계실지도 몰라요. 제가 깨닫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같은 학년 이지언 양은 아버지만 계시고 어머니는 가출을 했다. 친구를 통해 이곳을 안 후 지난해 여름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지언 양은 개그맨이 꿈이다. "예배 드리는 거, 특히 찬양하는 게 좋아요.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이 찬양 아세요?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저한테는 '기둥' 같은 분이에요. 항상 그 자리에 계신 분…." 잠깐의 휴식이 끝나자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다시 공부방으로 나뉘어 내려간다.
작년 8월에 부임한 서말희(33세) 전도사는 자신이 전공하는 상담학을 적용하면서 가족들을 섬기고 있다. 아이들 지도를 도맡고 있는 서 전도사는 아이들에게 큰누나 같은 존재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곳에 있으면서 신앙은 '감정'이 아니라 '신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절제가 훈련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기분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가끔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해요. 이곳에선 한결 같은 사랑이 요구돼요. 예수님처럼 버팀목이 되어 주는 존재가 필요하거든요."

공동체 선교센터 세우고파
이렇듯 다양한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는 곳, D공동체.J목사는 "수준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며 기쁨과 아픔 속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 가는 것이 바로 공동체"라며, "이런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보다 '영적 훈련', '영적 파워', '영적 사회 참여'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형상을 닮아 가면서 세 가지 요소들이 균형 있게 준비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J목사는 목회는 '죽음'이라는 각오 아래 사역 전부터 네 가지 서약서를 준비했다. 첫째는 유서, 둘째는 안구와 시신 기증, 셋째는 무소유 서약서, 넷째는 신앙 고백서다. 무소유 서약서의 경우 개인을 위해 동산(動産)과 부동산을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변호사 공증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하나님께서는 기도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응답하신다"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고 확신인 것이다. 다비타 공동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역 문제와 성교육 이론과 실제, 성병 교육, 성매매o마약o동성애 문제 연구, 성매매 현장 탐방 등을 교육하는 동시에 공부방 자원봉사를 병행하는 일주일 훈련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거쳐 간 여러 청년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정죄'한 것에 깊이 회개를 합니다. 공동체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 같아요. 특히 성에 대한 예방 교육도 학생들에게 산교육이 되고 있어요."
D 공동체는 성매매 여성, 에이지 감염자, 성적 소수자, 혼혈아, 결손 가정 청소년 등을 전문적으로 치유하고 자활시킬 수 있는 통전적인 공동체 선교센터 건립을 희망하고 있다.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던 자들을 평강의 길로 인도한 D 공동체 사람들. 그들은 고단한 삶을 통해 얻은 아픔이 목젖을 타고 넘어올 때마다 함께 울고 웃었다. 빈들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예비하는 그들의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출처: 갓피아 사랑이야기 ☞ 바로가기 http://story.god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