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한 목사는 한국교회의 부족하고 부끄러운 현실의 원인이 신자들이 거듭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목회지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에서도 거듭남을 강조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거듭나지 못하였다고 말하는 한 지체와 동일한 맥락입니다.

거듭났습니까? 신자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주제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하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거듭남이란 부모를 통하여 어머니에 태속에서 자라고 태어난 것과는 달리 성령님의 역사로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성령 하나님에 의하여 불신자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를 성령님으로 나는 것, 하늘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울 사도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하나님을 공경하는 루디아가 그 말을 들었는데,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청종하게 하셨습니다(행 16:14).

하나님을 공경한다는 말은 그녀가 유대인이거나 유대교화된 사람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옛 언약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녀에게 새 언약의 복음이 전파되었는데,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주님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가족들과 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습니다. 새 언약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태에서 새 언약의 복음이 들려질 때에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것을 거듭남의 역사로 볼 수 있습니다. 거듭남이란 새 언약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님의 사역이 성령님의 내주함으로나 내주한 이후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성령님을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는 주님이시다” 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고전 12:3)는 말씀을 그와 같이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말씀은 예수님에 대한 바른 고백에 있어서 성령님의 역사를 전제하는 것이지 성령님의 내주를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령님은 사람 속에 거하셔야만 그 사람에게 역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님은 하늘에서도 선택된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한 바른 신앙고백을 하도록 역사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오순절 이전에도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님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로서 확증되어집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예루살렘에 거하며 성령세례를 기다렸던 제자들은 이미 성령님의 역사로 거듭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오순절에 집 밖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하늘에서의 성령님의 역사로 인한 거듭남이 논리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거듭남과 성령을 선물로 받는 것이 시간적인 간격은 없지만 논리적인 순서는 있다는 것입니다. 성령을 선물로 받는 것은 거듭남에 뒤따르는 것입니다(행 2:38).

바울 사도는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롬 8:9)고 말씀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그리스도의 영입니다. 신자는 그 영이 속에 거하시는 사람입니다. 그 영은 거듭나게 하시는 그분의 역사를 따라 회개하여 죄사함을 받아서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거듭나지 않으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지 않습니다. 믿지 않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죄인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회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연히 성령을 선물로 받지 않습니다. 거듭나지 않았다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거듭남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출생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하나님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영적 갓난아이입니다.

거듭남의 외형적인 표는 성령님으로 인하여 예수님을 그리스도이시며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성령님께서 불신자의 마음을 열어 복음을 따르게 하심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열매입니다. 하나님 없이 살던 삶에 대한 돌이킴 곧 회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얻게 됩니다. 또한 성령님을 선물로 받게 됩니다.

거듭남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출발입니다. 그 앞에 놓인 이 땅에서의 삶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자라는 현장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바르게 받고 하나님을 사랑하면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됩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선물로 주어진 성령님의 다스림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구원파에서는 기성 개신교들에게 거듭났느냐는 도전을 합니다. 많은 경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거듭남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듭났다고 하면 영적 출생인 거듭남을 육신적 출생과 연결시켜서는 그 시점이 언제냐고 묻습니다. 육신적 출생의 시점을 정확하게 아는 것과 같이 거듭남의 시점도 그러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기성 개신교인들은 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거듭남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몰아가서는 구원파로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거듭남과 관련하여서 바람이 임의로 불매 사람이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요 3:8)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람은 성령을 가리킵니다. 그 역사의 출발과 마지막에 대해서는 사람이 알지 못합니다. 다만 성령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습니다. 바람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거듭남에 관한 말씀 중에 하셨기에 거듭남의 시점을 사람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만 거듭났으면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열매가 뒤따르기에 성령의 역사하심을 인지할 수는 있습니다. 거듭남 자체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짐으로 구원파와 같은 잘못된 주장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거듭남은 그 자체로 자람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자람은 거듭남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음으로 성숙할 수 있습니다. 선행된 하나님의 은혜 곧 성령님의 다스림에 대한 당사자의 바른 반응에 의하여 자람이 결정되어지는 것입니다. 오직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아야, 성령님의 다스림을 받아야만 자랄 수 있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아야만 자랄 수 있습니다.

그 방편의 중요한 하나가 바로 교회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교회로의 부르심입니다. 앞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교회에 속하여 돌봄과 양육을 받으며 자라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성경적인 모습을 세워져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여 함께 구덩이에 빠지는 일이 일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오늘날의 거듭남 이해가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넘어서서 강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거듭남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출발, 영적인 갓난아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넘어서서 강화시켜 놓았습니다. 거듭남은 그 자체로 자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 않음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거듭남에 대한 청교도들의 글들이 그렇습니다. 거듭나면 신앙의 여러 아름다운 열매가 당연히 맺혀지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노선을 따르는 이들은 현재적으로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하여서 당연하다는 듯이 거듭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거듭났으면 그렇게 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거듭남은 성령님의 역사입니다. 거듭나면 자라야 하는 책임이 그 앞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음으로 미성숙한 모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신앙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대해 거듭나지 못하였다고 말하는 것은 성령님께서 행하신 일을 자신들의 생각을 앞세워 무시하며 멸시하는 것입니다. 책상 앞에서 앉아서는 성령님의 역사를 평하고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이들 중에는 거듭나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알곡을 해하기 위하여 마귀에 의해 섞인 가라지도 있습니다. 바울 사도가 말하는 광명의 천사(고후 11:14)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당연히 가라지는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만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이들이 모두 거듭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거듭남 간증을 살피면 스스로 거듭났다고 말하는 때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 비하여 그 이후에 자신에게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한 목사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자신의 연약하고 부족한 삶으로 인해 갈등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기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의 문제가 거듭남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듭남을 열망하며 하나님께 매달립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그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생활이 이루어집니다. 지체들이 설교도 아주 쉬워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거듭남을 강조하면서 거듭나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런 경우에 이야기되는 거듭남은 신학적으로 제 2의 중생 체험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거듭남 자체가 아닙니다. 그 체험 이전의 모습은 거듭났기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거듭났기에 스스로의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에 대해 갈등하고 나름대로 답을 찾고자 한 것입니다. 거듭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러한 노력을 하지도 않습니다. 제 2의 중생 체험을 거듭남으로 말하는 것은 체험을 앞세워 이야기되는 엉터리 거듭남 주장입니다.

그것을 보편화시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스스로 거듭나지 못하였다고 말하는 그 상태에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거듭났으나 자기 부인, 자기 십자가를 짊, 예수님을 좇음에 있어서 자신을 쳐서 복종케 하지 않음으로 겪는 현실인데도, 거듭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거듭남은 사람의 사모함이나 열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사안이 아닙니다. 성령님께서 주권적으로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듣고 받아들이게 하심으로 되는 사안입니다. 거듭남을 사모한다고 거듭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제 2의 중생 체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재적인 자기 부인, 자기 십자가를 짊, 예수님을 좇음이 없다면 그 체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제 2의 중생 체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찾아온 니고데모에게 거듭남에 대하여 가르쳤습니다. 니고데모는 유대인의 관원이며 랍비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산헤드린 공의회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선생이지만 거듭남에 대해 알지 못하였고 거듭나지 못하였습니다. 이를 오늘날의 교회에 여과없이 연결시키면 교회의 직분자로서 목사라고 하더라도 거듭나지 못하였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거듭나지 못하였기에 바르게 살지 못한다는 말도 성립됩니다.

문제는 그러한 연결이 정당한가라는 것입니다. 니고데모는 옛 언약에 속한 사람입니다. 예수님과의 바른 관계 형성은 새 언약에 속한 것입니다. 옛 언약의 입장에서 보면 니고데모는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새 언약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비신자일 뿐입니다. 거듭남으로 새 언약에 속하여야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니고데모는 이스라엘의 관점에서는 선생이라고 하더라도 새 언약의 관점에서는 비신자일 뿐인 것입니다.

새 언약에서 신자는 거듭남으로 가능합니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니고데모는 신자 가운데 어떤 중요한 직분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아예 예수님을 믿지 않는 비신자인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교회 내에서 목사를 포함하여 어떤 직분자는 거듭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 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니고데모를 아무런 여과없이 표면적으로 새 언약의 교회에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그 시점에서 니고데모는 새 언약의 하나님 자녀가 아닙니다. 오늘날 거듭나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신자는 스스로에 대해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자들을 향하여 거듭나지 못하였다고 말하는 것은 그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하나님의 자녀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경 공부 시간에 거듭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 한 지체는 스스로에 대해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체들에게 신실하다고 인정을 받고 있음에도 거듭남을 제대로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이는 목사가 거듭남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한국 교회의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 땅의 교회의 문제가 거듭나지 못하였음에도 교회에 속한 사람들에 의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 많은 교회의 모습의 원인을 거듭남에 돌리는 것은 결국 성령 하나님께 원인을 돌리는 것이 됩니다. 거듭남은 전적으로 성령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현실 교회의 문제는 거듭났음에도 자기를 부인하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 예수님을 좇지 않은 신자들에게 그 원인과 책임이 있습니다.

비성경적 거듭남 주장은 결과적으로 교회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적이지 못한 주장은 언제나 교회의 약화라는 열매를 맺게 됩니다. 교회는 하루 속히 비성경적인 거듭남 이해에서 벗어나야만 합니다.